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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도중 먹방 영상 시청,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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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도중 먹방 영상 시청,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 시대에 타인의 식사 대리 경험을 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에 대한 뇌의 바람과 인간관계에 대한 무리한 욕구를 다루게 된다.
By WILL BEDINGFIELD, WIRED UK

필자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 요리책을 읽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략 등교 준비를 시작할 때쯤으로 기억한다. 매일 아침 뇌는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콘플레이크를 그릇에 따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릇에 우유를 따르고는 읽을거리를 고른다.

책 종류는 상관없다. 그저 책 옆면과 표지만 본다. 아침에 프렌치 빵과 올리브 오일을 정물화처럼 정확하게 정돈한 채로 엘리자베스 데이비드(Elizabeth David)의 『부엌을 통해 부는 남풍(South Wind Through the Kitchen)』을 읽을 수도 있다. 혹은 칼루치오가 오징어 요리와 청포도, 그릴 페퍼를 차린 햇빛이 드는 테이블에서 브레드스틱을 휘저으면서 미소를 짓는 듯한 모습으로 안토니오 칼루치오(Antonio Carluccio)의 『이탈리아 요리로의 초대(An Invitation to Italian Cooking)』를 읽을 수도 있다.

필자가 아침에 손에 든 책의 종류를 떠나 효과는 항상 똑같다. 음식이 항상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다. 필자의 아침 식사가 평범한 콘플레이크가 아닌 캔버스로 보이기 시작한다. 필자가 있는 곳은 도우라는 크림이 올려진 왕국 사이를 떠도는 햄 은하수가 있는 스트롬볼리섬이다. 멕시고의 그린 엔찰라다를 먹는 기분이 든다. 혹은 이집트 푸딩 위의 장미수를 마시는 듯하며, 파슬리 부케를 뿌린 프렌치 닭 다리를 먹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아침 식사다! 앞서 언급한 음식 대부분 실제로 먹어보기는커녕 요리한 적도 없지만, 책이 아침 식사를 바꾸었다. 맛은 똑같지만, 글이 선사하는 변화에 취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어린 시절에 느낀 안락함을 다시 느끼게 됐다. 다만, 새로 느낀 안락함은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필자는 아침 식사 도중 음식 영상을 본다. 책을 볼 때와 똑같이 아침 식사가 달라지는 기분이 들지만, 영상이 주는 느낌이 더 강렬하다. 필자는 라이스 크리스피를 먹으면서 매더 재프리(Madhur Jaffrey)가 치킨 카레를 요리하는 영상을 보았다. 내일은 어떤 영상을 볼까?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식사 도중 음식 영상을 보는 것은 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식사 도중 미식을 즐긴다는 상상은 새로이 등장한 일이 아니다. 가장 인기 있는 형태는 아시아의 먹방이다. 대략 ‘먹는 방송’이라고 풀이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화려한 접시에 칼로리와 에너지 함량이 높은 음식을 차려 먹는 것을 보는 자극적인 영상이다. 먹방 영상 시청자는 무언가를 먹으면서 볼 수도 있고,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을 볼 수도 있다. 비밀 영화 이벤트가 화면으로 보는 음식을 대접해 영상과 음식의 경험을 모두 강화한다. 간접적으로 펄프 픽션(Pulp Fiction)에 등장하는 버거를 먹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소프라노스(The Sopranos)의 카피콜라를 먹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먹방 영상 아래의 댓글 창에는 “도리토스 먹으면서 영상 시청 중”과 같이 행동을 이야기하는 댓글을 찾아볼 수 있다.

먹방 영상 시청과 함께 이루어지는 변화 경험에 숨은 과학은 신비한 내용이 아니다. 뇌가 고든 램지의 필렛이 완벽한 조각으로 스테이크 조리가 되면서 올리브 오일을 뿌려 장식하는 모습을 인식한다면, 다음과 같이 상상한다. 스테이크의 에너지 함량을 계산한 뒤 먹는 상상을 한다. 옥스퍼드대학교 실험 심리학 교수인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는 모든 것이 예측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음식을 보면, 혈액이 매우 놀라운 속도로 뇌로 향한다. 스펜스 교수는 “뇌는 가장 잔혹한 장기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음식을 볼 때, 뇌가 활성화된다. 더는 처음과 똑같이 음식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와 같은 효과는 이미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나몬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었을 때, 뇌 스캐너가 시각 혹은 후각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 것을 보여준다.

스펜스 교수는 “실제 음식 맛은 상상한 것처럼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뇌는 맛을 예상한다. 그러므로 식사 도중 화면으로 무언가를 볼 때, 뇌는 시각적으로 지배된 상태이다. 뇌는 화면 속 음식 이미지에 집중하고는 화면 속 음식 에너지 함량과 음식을 즐긴 후의 보상을 예측한다. 그리고, 뇌의 일부 영역은 다른 음식을 먹을 때, 화면 속 음식을 먹는 것처럼 촉진하기 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음식 집착은 본능이 되었다. 스펜스 교수가 설명한 바와 같이 16세기와 17세기 정물화 기법 연구 결과로 입증된 바에 따르면, 예술가는 관중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림 속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하도록 유도할 목적을 지녔다. 예를 들어, 눈앞의 레몬이 얼마나 노란 빛으로 반짝이는지 생각하도록 의도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먹방 영상이 강렬한 느낌을 주도록 하는 인간 집중력의 원시적인 명령이다. 뇌는 단순히 에너지 함량이 높은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뿐만 아니라 요크 폰(yolk porn)이나 버거 속 강렬한 인상을 주는 치즈와 같이 움직이는 음식도 좋아한다. 스펜스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인 슈퍼볼 광고를 분석하면, 많은 광고가 음식 광고이다. 또, 슈퍼볼 음식 광고 중 대부분 움직이는 음식이 등장한다”라고 말했다.

식사 도중 음식을 준비하거나 먹는 영상을 시청하는 행동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의 뇌는 음식이 희귀한 시기에 진화했다. 뇌 진화 역사 기록은 인간이 특히 음식이 순식간에 사라지던 시기에 적당히 먹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스펜서 교수는 드물기는 하지만, 신경성 식욕 부진증이나 식욕 이상 항진증을 앓는 이들을 음식이 있는 곳의 음식 이미지를 활용하여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더 일반적인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수많은 연구 결과를 보았을 때 끝없는 먹방 영상 시청은 과식 문제와 관련이 있다. 보통 어떤 형태든 음식을 먹거나 음식 준비를 할 때, (심지어 시청자가 음식 준비 도중에도) 평소보다 식사량이 1/3 더 증가하며, 과식한 뒤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

먹방 영상 시청의 몇 가지 장점도 찾아볼 수 있다. 서레이대학교 건강심리학 교수 제인 오그던(Jane Ogden)은 불안감 감소 촉진이 먹방 영상 시청의 한 가지 장점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먹방 영상을 보는 중 불안감 완화를 느끼지 못했다.) 이와 같은 자가 중독 보호 메커니즘을 새것 혐오증이라고 말한다. 새것 혐오증을 극복할 한 가지 방법은 누군가가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는 것이다. 먹방 영상 시청을 이용해 문화적 차이를 좁힐 수 있다. 오그던 교수는 “누군가가 미소를 지으면서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을 본다면, 타인의 미소와 즐기는 음식을 자기와 연관 짓고는 현지 음식에 기뻐하면서 타지 음식 식사 경험의 긍정적 측면을 누릴 수 있다. 무조건 좋은 요소 혹은 부정적인 요소로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모두 영상 시청자가 실제 준비하는 음식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혼자 음식을 먹는 것도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감을 느끼게 돼, 지나치게 소식하거나 과식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식사하게 된다. 인기 있는 개념을 따르자면, 이상적인 식사는 타인과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인간이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낄 때는 혼자 식사할 때이다. 어느 한 연구 논문의 저자는 “혼자 식사하는 것이 문화 속 인간관계 단절을 느끼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이다”라고 작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혼자 식사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2016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5%가 지난 6개월간 가족과 같이 식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답변했다.

역설적이게도 화면을 보면서 식사하는 것으로 혼자 식사할 때의 우울감을 퇴치할 수도 있다. 어느 한 새로운 연구는 이른바 ‘디지털 친교’라는 인터넷으로 타인과 음식을 나눌 때의 장점을 분석했다. 스펜스 교수는 디지털 친교가 식사를 같이할 상대가 없는 디지털 식사 동료가 되는 먹방 영상이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한 가지 이유일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 시대에 줌 영상을 이용한 함께 요리하기, 스카이프를 연결하고 같이 식사하는 스키팅과 같은 추세가 급부상했다.

스펜스 교수는 “절대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식사하면서 누군가와 음식을 나눠 먹을 때,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강화하는 잠재적인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필자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식사 중 먹방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어찌 됐든 필자는 누군가에게 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먹방 영상의 가혹함에 빠져 있지 않다. 필자가 손만 등장하면서 인간의 존재를 알 수 있는 버즈피드 스타일의 음식 영상을 좋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사람이 중심에 등장한 영상을 좋아한다.

필자가 아침 식사를 하면서 여러 차례 읽은 요리 책인 클라우디아 로덴(Claudia Roden)의 『유대인 음식 책(The Book of Jewish Food)』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모든 식사에는 이야기가 있다. 유대인 음식은 고향을 떠나 이주한 사람의 이야기와 사라진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먹방 영상은 단순히 아침 식사의 맛을 향상하기 위한 영상이 아니다. 인간관계 연결 방법이기도 하다. 세계와 타인을 더 깊이 알 방법이기도 하다. 또, 혼자라는 외로움을 덜 방법이기도 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y can’t I stop watching food videos while I 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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