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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유발하지 않고 시원한 환경 유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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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유발하지 않고 시원한 환경 유지하려면?
친환경 에어컨 기술 개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By SABRINA WEISS, WIRED UK

기후변화에는 다음과 같이 서서히 피해를 일으키는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지구온난화에 한몫하는 에어컨을 더 많이 사용한다. 에어컨 판매는 세계 어디를 가나 성장세를 기록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국민 소득이 증가한 덕분에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해지면서 기온이 높고 습한 기후 조건에는 필수품이 된 에어컨 판매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OECD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전 세계 가구 2/3가 2050년까지 에어컨을 가동할 것이며, 건물 온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소모량이 3배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건물 온도를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과정에서 다음의 두 가지 방법으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전기로 가동하는 에어컨을 사용하면서 강력한 열 방출 방지 효과와 함께 화학 물질을 발생시킨다. 에어컨은 전 세계 거주지와 상업 건물의 총 전기 사용량 16%를 차지한다. 건물 난방보다는 배출량이 훨씬 더 적다. 히터는 천연가스나 석유, 전기로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에어컨과 환풍기, 냉장 시스템 수요는 난방 시스템보다 두 배 더 빠른 속도인 연간 4% 증가했다.

오늘날 전 세계 에어컨 수는 약 20억 대이며, 미국과 일본, 중국의 에어컨 설치량이 전 세계 에어컨 수의 2/3를 차지한다. 중국은 전 세계 에어컨 약 70%를 생산하며, 지난 20년간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는 10대 중 4대는 중국 내에서 판매 및 설치된다.

에어컨은 매장이나 실험실, 서버실 등에서 기온과 습도를 정확히 조절한다. 많은 이들이 비행편으로 다른 대륙에 이동할 때, 짐에 머무르는 것과 같은 쾌적함을 선사한다. 이때, 가전 기기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게 된다. 그러나 쾌적함을 누리는 만큼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인류가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에어컨 판매 열풍 탓에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되면서 이미 무더운 여름에 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다.

매번 에어컨 1대를 새로 설치할 때마다 유출 위험성이 더 커진다. 오늘날 에어컨 기술은 당시 25세였던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가 공학적 부품을 개발해, 뉴욕의 어느 한 인쇄소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기 시작한 1902년 이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캐리어의 발명품은 공기를 차가운 물이 가득한 코일로 보내면서 차가운 공기를 생성하고는 실내 습기를 제거한다. 이후, 캐리어의 발명품은 다른 건물에도 설치됐다. 주로 직물 공장과 식품 업계에서 사용했으며, 수십 년 후에는 가정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오늘날 사용하는 코일은 끓는점이 낮아 액체를 가스로 손쉽게 변환하는 냉매로 가득 찼다. 실내의 따뜻한 공기가 증발기 코일을 통과할 때, 냉매는 조용히 열을 흡수하고는 건물 외부에 설치된 콘덴서로 열을 증발시키고 이동시킨다.

냉매는 유용하지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파이프의 다른 연결 부위나 균열, 구멍으로 이동하면서 지구온난화에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이른바 플루오르 가스 유출량이 유독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플루오르 가스 유출량은 유럽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3%를 차지했다. 이에, 유럽연합은 가스 판매량 상한선 지정 법률을 채택했다. 기존 냉매인 R-410A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만연하게 사용하며, 이산화탄소보다 대기에 수천 배 더 많은 열을 가둘 수 있다.

현재 에어컨 시장에서 친환경 에어컨을 구매할 수 있으나 소비자 대부분 저렴하지만,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제품을 구매한다. 2018년, 에너지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국책연구소인 로키 마운틴 연구소(Rocky Mountain Institute)는 일반 에어컨 대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1/5 수준에 불과하면서 가격은 2배 이상 비싸지 않은 거주지 냉각 솔루션에 100만 달러 상당의 상금을 제공했다. 2021년 4월 발표된 상금을 받은 곳은 전 세계 최대 제조사인 다이킨(Daikin)과 그리(Gree)이다. 두 제조사가 공개한 시제품은 근본적으로 기존 에어컨과 같지만, 지구온난화 위험성이 적으면서 외부 날씨 조건에 따라 다양한 운영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그리는 외부 부품에 소형 태양열 패널을 부착해,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전기 일부를 생성한다.

그러나 다른 기업은 가스 냉매를 아예 포기하고는 화재 위험성 없이 냉매만큼 열 흡수 능력이 뛰어난 물질로 대체한다. 케임브리지대학교 분리 기업인 바로칼(Barocal)은 로키 마운틴 연구소가 주최한 대회 최종전 참가팀 8명 중 한 팀이다. 물질 과학자 하비에르 모야(Xavier Moya)가 이끈 바로칼 연구팀은 고체 물질의 공기 냉각 효율성을 실험했다. 플라스틱 크리스탈을 선택해, 바로칼로릭 냉각(barocaloric cooling)이라는 이름의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크리스탈이 유연하므로 압력이 높은 밀폐 공간에 압축한다면, 열을 받게 된다. 압력이 가해질 때, 냉각되면서 주변 공기를 쾌적하게 바꾼다. 모야는 크리스탈의 냉각 역량은 에어컨에 사용하는 상업용 냉매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바로칼이 고안한 개념이 효과가 있다면, 플라스틱 크리스탈을 이용한 냉매 대체 기기는 크리스탈에 반복하여 압력을 가하면서 열을 생성하는 난방 기기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모야는 “현재 바로칼은 모든 측면에서 냉각과 가열,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할 차세대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여러 기업은 신규 냉매 제작 대신 기존 에어컨과는 전혀 다른 냉각 시스템 설계에 집중한다. 한 가지 예시로 여분의 열을 빈 곳으로 보내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스카이쿨(SkyCool)은 얼핏 보았을 때, 태양열 패널처럼 보이는 옥외패널을 개발했다. 그러나 스카이쿨의 옥외패널은 태양으로 생성한 에너지를 이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태양열 에너지 생성 과정과 정반대로 작동한다.

지구에서 열을 방출하는 물질이든 인간이든 모든 모든 건물은 대기에 흡수된다. 그러나 파장이 8~13㎛인 방사선은 대기에 포착되지 않는다. 대기를 관통하고는 빈 곳으로 탈출한다. 빈 곳으로 열을 방출하는 물질은 여분의 열을 방출하고는 수동 복사 냉각(passive radiative cooling) 현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냉각한다.

스카이쿨은 제조 업계 대기업인 3M과 협력해, 열 방출 후 수동 복사 냉각 현상으로 열을 냉각하는 광학 필름을 개발했다. 스카이쿨의 옥외패널은 광학 필름으로 뒤덮여, 직사광선을 받을 때도 주변 공기보다 최대 8℃ 낮은 기온을 유지한다. 사실, 옥외패널은 덥고 건조한 기후 조건에서 냉각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흐리거나 습할 때, 수증기가 대기 중 방사선을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광학 필름 아래에는 옥외패널의 낮은 기온에 노출되도록 공기를 냉각하는 글리콜 혼합액으로 가득한 파이프 그리드가 있다. 글리콜 혼합액은 건물 에어컨 시스템에 주입돼, 기존 냉매를 완화시킨다. 이 덕분에 냉각 시스템 가동 유지 시 전기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어느 한 슈퍼마켓은 2019년 말, 첨단 옥외패널 초기 버전을 설치하여 현재 전기 소모량 15%를 감축했다.

스카이쿨 공동 창립자 겸 CEO인 엘리 골드스타인(Eli Goldstein)은 현재 상업 시설과 산업 시설용 냉각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보다 냉각 시스템 사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골드스타인은 “상업 시설과 산업 시설은 여름뿐만이 아니라 1년 내내 냉각 시스템과 데이터 센터, 냉각에 필요한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IEA는 전 세계 전기 2%는 데이터 센터와 네트워크 전송 과정에 소모한다고 추산한다.

2021년, 스카이쿨은 소수 슈퍼마켓 매장과 데이터 센터, 다이닝 홀에 옥외패널을 설치했다. 스카이쿨의 냉각 기술을 미국 전 지역, 혹은 세계로 보급하기 위한 가장 큰 장벽은 상대적으로 비싼 설치 비용이다. 스카이쿨은 옥외패널 설치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상업 시설의 태양열 패널 설치 비용보다 조금 더 비싸다고 밝혔다. (벤치마크 테스트 기준 미국 내 상업용 옥외패널 비용은 1W당 1.56달러이다.) 2021년 2월, 에너지부가 지원한 보조금 350만 달러로 덕분에 스카이쿨은 자체 냉각 기술 설치 비용을 더 저렴한 수준으로 인하하고는 더 넓은 시장에 배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주지에 옥외패널을 설치하여 사용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그래디언트(Gradient)는 열 펌프가 높은 에너지 효율성과 저렴한 비용으로 가정용 냉각 시스템의 탄소 중립을 지원할 잠재적인 가능성을 확신한다. 그래디언트는 내부와 외부에 한 개씩 부착된 박스 2개와 같은 모습인 전기 펌프를 설계했다. 전기 펌프는 창틀 전체에 연결할 수 있으며, 냉난방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그래디언트의 전기 펌프는 표준 R-410A보다 약한 힘을 사용하며, 2022년 여름 전이면 미국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앞으로 그래디언트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존 냉매보다 지구온난화 우려가 훨씬 더 적은 프로판을 사용하고자 한다. 다만, 프로판은 발화 위험성이 큰 탓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열 펌프는 천연가스나 석유, 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해야만 100%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그래디언트 엔지니어링 총괄 산티 아닐리티스(Santhi Analytis)는 “열 펌프 사용 목표는 재생 전기를 최대한 이른 시점부터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 않는 냉각 시스템을 보장하기 위한 훌륭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How to Stay Cool Without Warming the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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