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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지금도 존재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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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지금도 존재하는 이유는?
간혹 실제 필요하지 않더라도 DVD를 구매하는 이가 있다.
By CHRIS STOKEL-WALKER, WIRED US

타이거 킹2(Tiger King 2)가 시청자의 관심과 탄식을 모두 불러일으키고, 스타트렉: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의 일부 팬이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 한탄한 가운데, 한때 큰 인기를 누리던 비디오 기술이 이제는 임시 컵 받침대로 전락했을 확률이 높다. 과거, 미래의 기술이라는 인식을 보유했던 DVD가 이제는 변화를 맞이하기 어려울 듯하다.

DVD 열풍이 정점에 달한 2005년, 미국인의 DVD 구매 금액은 총 163억 달러이다. 미국 성인과 아동 모두 DVD 구매에 1인당 55.5달러를 지출한 셈이다. 또, 미국인의 전체 DVD 구매 금액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 실패로 낭비한 금액보다 더 많다. 현재, 이베이(eBay) 구매자 대부분 DVD 구매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중고 유통 업체 모두 기본적으로 고전 영화 HD 버전을 구매하는 데 단 한 푼도 건네지 않는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울트라 HD 블루레이 디스크를 사용할 수 없었으며, 투자사인 삼성이 울트라 HD 블루레이 디스크 하드웨어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단 4년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DVD 혁명의 유산은 무엇일까?

시장 조사 기관 옴디아(Omdia)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물리적 비디오 전체 거래량은 2011년 기준 61억 개에서 2021년 12억 개로 감소했다. 2021년 전 세계 DVD 판매량은 3억 개로, 2005년~2009년 연평균 판매량 20억 개에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많은 이들의 책장 한 쪽에 오래된 DVD 수집품이 먼지가 쌓인 채로 방치되었더라도 여전히 DVD 3억 개가 판매된다. DVD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비디오 스트리밍 수요가 증가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 구독자 수는 2011년 3,900만 명에서 2021년 12억 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DVD 업계를 거의 집어삼킨 수준이 되었다. 거의 장악한 것은 맞지만, 완벽히 장악한 수준은 아니다.

업계 단체인 영국 스크린 엔터테인먼트 협회(British Association for Screen Entertainment) CEO 리즈 베일스(Liz Bales)는 “지금도 DVD를 열렬히 지지하는 집단이 있다. 현재 DVD 공급은 일부 애호가의 수요를 충족한다”라고 말했다. 2020년, 영국 소비자 700만 명이 디스크 기반 TV 쇼나 영화를 구매했다. DVD부터 블루레이, 비디오 게임까지 모든 디스크 기반 포맷의 80%를 생산하는 테크니컬러 홈 엔터테인먼트 서비스(Technicolor Home Entertainment Services) 회장 데이비드 J. 홀리데이(David J. Holliday)는 미국에서는 2021년 4월부터 7월까지 미국 내 디스크 기반 영화 구매자 수는 사상 최초로 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옴디아 조사 결과, DVD 구매는 전 세계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7%를, 디지털 비디오는 70%를 차지한다. 두 가지 경로를 이야기할 수 있다. 미국 영화협회(MPAA)는 미국의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 가치는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33% 상승했으나 같은 시기 물리적 비디오 판매 실적은 26%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 세계 모두 보았을 때, 총 350억 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닌 디지털 비디오 시장이 35억 달러의 가치를 기록한 물리적 비디오 산업보다 10배 더 크다. 홀리데이 회장은 물리적 비디오 산업이 쇠퇴하는 추세이지만,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후 하락세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역할이 바뀐 사실을 고려했을 때, DVD 구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영화이며, DVD 수집가의 특별판과 박스 세트 구매 비중은 영화 DVD 구매 비율보다 조금 더 적다.

이쯤 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DVD와 블루레이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테크니컬러 홈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2021년 디스크 전체 발행량과 출하량이 7억 5,000만 달러에 이르리라 추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지금도 구매하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생각하는 것처럼 모두 필요한 이가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 심리학은 노인 세대일수록 물리적 디스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제시하나 현재 전체 인구 대비 디스크 시청 인구 중 60대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다. MPAA는 DVD 시청자 비중 중, 25~39세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다. 현재 DVD를 시청하는 이들 대부분 수집품을 모으고자 DVD를 구매한다. 옴디아 TV, 비디오, 광고 수석 애널리스트인 토니 거나슨(Tony Gunnarsson)은 “이른바 ‘유산 형태’가 수요 유지 효과를 이끌어 낸다고 본다. 그동안 가능한 범위에서 오랫동안 DVD를 구매하거나 대여한 이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집안에 책장 4칸을 가득 채울 정도로 DVD와 블루레이 수집품을 모은 뉴욕 SNS 마케터인 진 새거(Jeanne Sager)도 취미로 DVD를 찾는 이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 모은 수집품 중 디스크 상당수를 자녀에게 처음 영화를 보여주고자 할 때 구매한 것이다. 새거는 “외딴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가능한 때 DVD를 구매하고는 한다. 마을에 있는 영화관 내 상영관이 단 하나밖에 없으면 원하는 영화를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지금까지 수집한 DVD와 컬렉션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DVD와 블루레이가 집안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많다. 그러나 DVD와 블루레이를 처분하면, 가장 좋아하는 영화나 TV 쇼를 보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새거는 “지금 가입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종류가 37가지나 되지만, DVD와 블루레이를 처분한 뒤 원하는 영화와 TV쇼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종류는 다양하지만, 실제로 단 한 가지 서비스로 원하는 것을 모두 볼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DVD의 인기는 시청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영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DVD 우편 대여 서비스를 잊게 된 넷플릭스의 인기 급상승 추세와 함께 중심가의 붕괴가 물리적 디스크의 종말에 큰 역할을 했다. (DVD 우편 대여 기업은 여전히 미국에서 DVD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미국 매출에서 대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이다.) 거나슨은 글로벌 DVD 시장 약 60%가 여전히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 어느 지역에서 DVD를 찾든 DVD 시장이 지금까지 유지하게 된 요인은 몇 가지 공통의 목표로 단결할 수 있다. 거나슨은 “DVD는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낸다. 가정에서는 책보다는 줄지어 늘어선 DVD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체셔 지방에 거주하는 잉글랜드 라디오 프로듀서인 톰 그린(Tom Green)은 지금도 가정에 DVD 300개를 보관한다. 그중에는 디즈니+ 구독 이후 절대로 다시 볼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심슨 가족 DVD도 있다.

그린은 자신을 물리적 미디어에 열광하면서 집안 곳곳에 깔끔하게 정돈한 지퍼락 형태의 지갑에 DVD를 보관하는 평범한 40대 초반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그린은 “DVD는 내 인생의 일부분이자 나의 일부분을 나타낸다. 지금까지 구매한 DVD 모두 엄선하여 구매한 수집품이다. 모든 DVD 작품을 특정 시점에 구매했으며, 구매하여 시청할 작품 모두 직접 골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사용자의 스트리밍 시청 작품을 선택한다. 사용자가 직접 고를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또, 많은 이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에 상당수 인기 TV쇼와 영화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넷플릭스에서 스타트렉: 디스커버리가 사라진 것을 언급할 수 있다.

그린은 자신의 수집품 모두 무용지물이 되면서 신규 DVD 플레이어 생산 속도가 둔화된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동네 중고 가게에서 원본 박스에 포장된 채로 내놓은 블루레이 디스크 플라스틱 디스크 가치가 1펜스(1.34센트) 미만이 될 것이라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그린은 “이제 물리적 디스크는 폐플라스틱과 카드보드이고, 과거의 유산이자 무용지물인 탄소 폐기물이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린은 지금도 DVD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 시절, 바닥부터 천장까지 DVD로 가득한 자신만의 영화관을 갖고자 하는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41세인 그린은 간신히 10대 시절의 꿈을 실현시켰다. 그린은 “근본적으로 공허하다. 그동안 시청한 모든 영화와 TV쇼 모두 매우 작은 아마존 파이어 스틱(Amazon Fire Stick)을 이용해 시청했다. 물론, 아마존 파이어 스틱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면서 경제적이다. 그러나 기쁨은 없다. 자부심도 없다. 그린의 영화관을 찾아올 친구도 없고, 엄선한 홍콩 액션 영화 수집품이나 오스카상 수상작인 크리테리온 컬렉션(Criterion Collection) 이야기를 할 친구가 없다”라고 말했다.

DVD와 블루레이를 그대로 보관하는 다른 이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우수한 음질 때문에 지금도 가지고 있다. 트위치 스트리머인 프레야 폭스(Freya Fox)는 2010년대 초, DVD가 일시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을 당시 성장했다. 폭스는 “물리적 디스크만이 전달할 수 있는 완벽한 음질에 익숙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항상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처럼 완벽한 음향 경험을 누릴 수는 없다. 블루레이를 사용하면, 불편함 없이 완벽한 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디스크는 이동 시 호텔의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 상태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홀리데이 회장은 디스크의 안정성이 미국 내 작은 마을의 축복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고속 대역폭 인터넷 접근성이 제한된 시골 지역 소비자는 고품질 콘텐츠를 접할 때, 물리적 미디어에 의존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시골 지역 주민은 미국 최대 DVD 유통 매장인 월마트나 제2의 DVD 유통 매장인 아마존으로 향한다. 폭스는 “물리적 DVD 사본이 있으면, 항상 훌륭한 음질과 안정적인 콘텐츠 시청 경험을 누리기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그린은 DVD가 비닐이나 카세트 테이프와 같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려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린은 “문화를 통제하는 세대가 포스트 미디어 세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직은 DVD와 블루레이를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요소 이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 문화적으로 오래된 미디어라는 인식을 지녔을 때, 관심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다수 제조사가 DVD를 계속 생산하는 이유이다. 그린은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시 관심받게 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95%가 수집품을 팁과 함께 전달한 후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y Do DVDs Still 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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