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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현지화된 글로벌 TV의 기이한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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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현지화된 글로벌 TV의 기이한 미래이다?
오징어 게임은 시작에 불구하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흥행작 생산 공장을 만들고자 한다. 일시적으로 문제가 되는 유일한 사항이 있다면,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공식은 없다는 것이다.
By ANDREW KERSLEY, WIRED UK

멕시코인이 아니라면, ‘클럽 디 쿠에르보스(Club de Cuervos)’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장기간 구단을 관리한 구단주의 사망으로 어려움에 시달린 어느 한 축구팀의 이야기를 다룬 멕시코 코미디 드라마인 클럽 디 쿠에보르는 2015년 당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현지 언어 프로그램 편성 전략에 최초로 진출하면서 등장한 작품이다. 6년이 지난 현재 넷플릭스가 공개한 또 다른 현지 오리지널 작품인 오징어 게임이 역대 최고 인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빚에 허덕인 상황 속에서 부를 거머쥘 기회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음의 위험에 내몰린 게임에 참가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의 반 이상향 세계를 그린 스릴러 작품인 오징어 게임은 현재 90여 개국의 넷플릭스 작품 순위 1위를 차지했다. 10월 9일(현지 시각) 기준 오징어 게임 시청자 95%가 한국인이 아닌 것으로 집계됐다.

오징어 게임의 입소문 홍보 전략 성공은 일회성 성공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국제 작품 수요 증가 추세를 나타내는 지표로, TV의 미래를 재구성하는 동시에 업계 운영 방식을 둘러싼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오징어 게임이 등장하기 전의 세계에서 현지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현지 시장에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으고자 사용한 서비스 수단이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한국의 봉준호 감독의 1인치 자막의 장벽과 같이 그동안 대다수 사용자가 해외 콘텐츠나 외국어 콘텐츠 영화, TV를 시청하는 것을 막는 장벽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1인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TV 부사장 벨라 바자리아(Bela Bajaria)는 “지난 2년간 비영어권 국가에서 탄생한 타이틀 작품의 인기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자리아 부사장은 2020년, 미국 구독자 97%가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작품 최소 한 편은 시청했다고 언급했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작품의 선풍적인 인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영국 내 시청률 상위 10개 작품으로 이름을 올린 덴마크의 넷플릭스 드라마인 더 체스트넛 맨(Chestnut Man) 제작에 참여한 제작자인 모튼 줄(Morten Juhl)은 “오징어 게임의 대대적인 성공은 예상치 못하게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콘텐츠는 전 세계에 입소문을 통해 확산될 것이며, 매우 놀라운 일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글로벌 TV 시장은 설립 이후부터 미국이 장악했다. 또, 미국보다는 점유율이 낮지만 영국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 여러 국가의 콘텐츠와 영어 이외에 여러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가 입소문 마케팅 전략으로 여러 국가에 확산될 기회를 얻었다. TV 업계를 관측하던 이들은 현재의 시장 변화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글로벌 TV 컨설팅 기업 3비전(3Vision)의 애널리스트인 잭 토마스(Jack Thomas)는 “비영어권 콘텐츠의 선풍적인 인기가 이루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수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동안 매우 활발한 서비스 제공 활동과 함께 무수히 많은 비영어권 콘텐츠를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18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자막이 제공된 TV 쇼 다수가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로 자막을 제공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영어 이외의 언어 자막 제작 비율이 55%로 급격히 증가했다. 전 세계에 동시 개봉되는 외국 TV 쇼와 영화 콘텐츠를 원활하게 제공함과 동시에 간편한 자막과 음원 접근성 덕분에 비영어권 콘텐츠의 인기가 급격히 치솟았다. 지난 2년간 종이의 집(Money Heist)이나 킹덤, 다크(Dark) 등 영어 이외의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21년 1월 개봉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7,000만 가구가 시청했다는 집계 결과가 공개된 뤼팽(Lupin)의 인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줄은 “요즘 더 체스트 맨의 수요가 매우 높다. 현지화 작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트리밍 플랫폼이 대대적으로 등장한 덕분에 비영어권 콘텐츠 제작 가치가 향상돼 전 세계 시청자가 이전보다 비영어권 콘텐츠를 접하기 쉬워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현지 시장에서 현지인이 원하는 바와 느끼는 바를 이해한 것도 현재의 비영어권 콘텐츠 인기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줄은 “넷플릭스는 전 세계 모든 사용자가 같은 것을 볼 필요는 없다는 사실과 할리우드나 기존 영어권 콘텐츠와 같은 스타일의 작품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으며, 지역에 따른 차별화 전략 유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본이 도움이 됐다. 파리 제작 사무실 개설과 함께 프랑스어 콘텐츠 수가 두 배 증가한 뒤 뤼팽이 성공하자 넷플릭스는 프랑스어 콘텐츠 지출액 편성 계획을 재구성했다. 이후 독일에 넷플릭스의 사무실이 새로 개설됐으며, 5억 유로를 콘텐츠에 투자했다. 또, 이탈리아에는 2억 유로, 멕시코에는 3억 달러를 투자했다. 넷플릭스의 투자 지역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하려 하며, 이를 위해 최근 주요 제작사 4곳과의 신규 협력 관계 체결 소식을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최대 규모의 계획을 세우는 시장은 인도이다. 현재 인도 내 넷플릭스 구독자는 단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도 내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 수는 약 1,700만 명, 디즈니와 인도 현지 기업의 합작 투자로 탄생한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Disney+ Hotstar) 구독자 수는 약 3,400만 명이다. 넷플릭스는 인도 시장에서 경쟁사에 맞서기 위해 최소 4억 달러를 투자하고, 2021년에만 인도 오리지널 콘텐츠 41편을 제작하기로 약속했다. 시장 조사 기관 디지털 TV 리서치(Digital TV Research)의 사이먼 머레이(Simon Murray) 대표는 “넷플릭스의 투자 금액과 현지 콘텐츠 제작 계획 구상이 이루어진 이유는 인도 구독자를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인도 콘텐츠를 아시아 여러 국가에 수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머레이 대표는 넷플릭스가 2026년 전 세계 구독자 5,200만 명을 추가로 확보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만 1,900만여 명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청자 취향 변화를 넘어서 스트리밍 플랫폼의 현지 TV 글로벌화 전략 모두 다른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자국과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에서 프로그램 리메이크 필요성과 성공 가능성 모두 줄어들었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예시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결국 ‘홈랜드(Homeland)’나 ‘유어 아너(Your Honour)’ 등 영어권 작품을 기반으로 리메이크한 TV 쇼를 대규모 제작했다. 그러나 2021년, 애플 TV+가 ‘테헤란(Tehran)’, ‘루징 앨리스(Losing Alice)’ 등 이스라엘 프로그램 소유권을 구매했으나 리메이크하지 않고 오리지널 형태로 제작하고 방송했다.

글로벌 TV의 현지화 전략을 둘러싼 일부 변화는 창의성보다는 정치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제작된 오징어 게임이나 킹덤과 같은 비영어권 작품이 입소문과 함께 널리 확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정부는 문화 산업에 거액을 투자했다. 한국은 1994년부터 문화 산업에 보조금과 낮은 대출 이자를 위해 국가 예산 1%를 편성했다. 한국 TV와 음악, 패션 등이 성장하도록 도움이 된 문화 콘텐츠 기관은 현재 연간 예산 55억 달러를 편성 받고, 문화 수출에 수억 달러를 지출한다.

한국 문화 제품 시장이 전 세계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정치적 소프트 파워를 제공하는 한국 문화 열풍을 의미하는 이른바 한류를 생산한다는 믿음 덕분이다. 한류는 매우 크다. 케이팝 산업만 연간 총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하면서 매년 기록적인 비율로 성장세를 기록한다. 토마스는 앞으로 더 많은 국가가 한국의 발자취를 따르게 될 것이며, 이미 몇몇 국가가 한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스페인은 약 19억 달러를 투자해 자국 영화와 TV 산업을 강화한다는 한국 문화 산업과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수십 년간 자국 문화에 투자한 사실은 오징어 게임 광풍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 이는 넷플릭스가 현지 콘텐츠 제작 산업 투자 금액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비용은 총 7억 달러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한국 콘텐츠에 기존 연간 투자액보다 285% 증가한 총 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현지 콘텐츠 제작 투자 증가의 결과로 더 많은 비영어권 작품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례로, 번역판 작품에서는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번역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사라진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도 한국판 작품에서 표현한 불평등과 부의 불공정함을 크게 비판한 부분 상당수가 사라진 형편 없는 영어 자막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이 외의 다른 문제로 국내 시청자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까지 끌어모으기 위한 콘텐츠 제작에 나서면서 작가와 감독, 제작자 모두 자국 고유문화를 진실되게 반영하면서도 콘텐츠 제작 국가를 완전히 이해한 소수에게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특수한 작품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영화와 TV가 이전보다 전 세계에 더 널리 배포되면서 세계 모든 시청자에게 만족감을 주려는 노력의 위험성은 결과적으로 현지 시청자의 만족도가 저조하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Men In Black: International)’은 해외 시청자가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대화와 스크립트를 간소화하자 비평가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으려다가 현지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비판에 면역력이 없으며, 오랫동안 최대한 더 많은 국가의 시청자에게 매력적인 작품을 제작하려 하면서 문화가 아닌 알고리즘 기반 작품을 제작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워릭대학교 영화·TV 학부의 톰 헤밍웨이(Tom Hemingway) 교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쇼를 제작한다는 사실은 알고리즘에 부합하는 작품을 제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며, 특정 맥락에서 무언가 공허하다는 인상을 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헤밍웨이 교수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위험성으로 현지 영화와 TV 제작사가 입소문 혹은 화면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려 한다는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아담 샌들러(Adam Sandler)의 콘텐츠 제작사가 제작한 기존 작품이 시청자 사이에서 대대적인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에 주목한 뒤 샌들러의 신작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게 되었다.

줄은 더 체스트넛 맨 제작 과정에서 매우 큰 어려운 부분이 덴마크 작품이라는 특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 세계 시청자 최소 80%가 작품 내용을 이해하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제작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넷플릭스가 해외 시청자에게 더 매력적인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조언을 하고 관련 문제에 주목했으나 넷플릭스가 강제로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줄은 “넷플릭스는 프로젝트 제작 작업에 항상 참여하면서 제작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최선의 작품 제작 기회를 얻었다. 더 체스트넛 맨의 핵심 창작 비전은 단 한 차례도 논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줄이 말한 부분이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비밀이자 다른 제작자가 따라 하기 매우 어려운 작품이 된 비결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모든 데이터를 보유한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시장 장악을 위한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공식은 없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quid Game is weird the future of local-global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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