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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와 델타바이러스, 그리고 코로나 감염자 0명 정책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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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와 델타바이러스, 그리고 코로나 감염자 0명 정책 종료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제거 전략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는 내내 성공의 신호탄으로 지지받았다. 그러나 이제 뉴질랜드는 코로나19 퇴치 전략을 바꾸고 있다.
By GRACE BROWNE, WIRED UK

코로나19가 강타한 대다수 시기에 뉴질랜드인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삶에 가까웠다. 기업체 모두 이전처럼 문을 열었으며, 학교에서는 매일 정상 등교가 이루어졌다. 마스크 착용은 사실상 낯선 개념이었다. 웰링턴의 오타고대학교 전염병학자인 아만다 크발스빅(Amanda Kvalsvig) 교수는 “다른 국가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뉴질랜드인이 100여 년 만에 전 세계를 강타한 최악의 대유행병 속에서도 얼마나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는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여러 국가에서는 대규모 감염과 사망 문제를 겪은 가운데 뉴질랜드는 Sars-CoV-2 바이러스를 막는 성공의 신호탄으로 떠올랐다. 10월 13일(현지 시각) 기준 뉴질랜드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0명도 되지 않는다. 반면, 영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누적 14만 명을 넘어섰다. 런던 위생 열대 의과대학의 전염병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인 닐 피어스(Neil Pearce) 교수는 “뉴질랜드의 사망자 수치와 비례하게 영국의 사망자 수 통계를 추산한다면, 영국 내 사망자 수는 약 300명으로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델타 바이러스가 뉴질랜드를 강타했다. 10월 4일(현지 시각),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가 뉴질랜드의 코로나 퇴치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8월 17일(현지 시각), 뉴질랜드 내 델타 바이러스 최초 감염 사례가 발견되자 시작된 바이러스 퇴치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는 “델타 바이러스 발병은 엄격한 제한 조치가 이루어진 시기에도 신규 발병 사례 0건을 기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세계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택한 전략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다. 영국은 억제 및 완화 조치를 택했으나 호주와 뉴질랜드, 일부 동아시아 국가는 이른바 ‘코로나19 감염자 수 0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강력한 제거 전략을 택했다. 현재 코로나19 감염자 수 0명 전략을 택한 국가는 사망자 수와 감염률,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가장 작다. 반대로 영국의 2020년 경제 쇠퇴 수준은 뉴질랜드나 호주보다 4배 더 크다. 크발스빅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제거는 코로나19 관련 사망 건수가 발생하는 것을 인간 규모로 이해하고 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1년 8월까지만 하더라도 뉴질랜드는 무기한으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0명 전략을 유지할 계획을 계속 이어왔다”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의 발표는 종종 뉴질랜드의 신규 감염자 0명이라는 접근방식을 비판하면서 잘못된 전략이라고 평가한 서양의 지나친 자기만족이라는 문제를 겪게 된다.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아던 총리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 0명 정책이라는 허영심에 빠져 실패할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값비싼 환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뉴질랜드의 전략이 실패했는가?

델타 바이러스는 코로나19 제거 전략을 따르던 여러 국가의 계산 방법을 완전히 바꾸었다. 코로나19 감염자 0명은 초기 바이러스가 평균 5~6일간 잠복기를 두고 모든 접촉자에게 경고하고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도록 막기 충분한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델타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4일이기 때문에 접촉자 추적이 더 어렵다. 2021년 8월 중순부터 델타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보고된 오클랜드 지역 주민은 2개월 가까이 엄격한 봉쇄 조치 대상이 되었다. 아던 총리는 델타 바이러스를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운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아직 코로나19 감염자 수 0명 전략을 전체적으로 폐지하지 않았다. 오클랜드에 시행된 이전의 제한 조치가 약간 해제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외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던 총리는 대신 뉴질랜드가 델타 바이러스 억압과 제어 목적으로 최고 수준의 바이러스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내 백신 접종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코로나19 감염자 수 0명 전략은 갈수록 합리적이지 않은 전략이 됐다. 아던 총리는 “그동안 코로나19 감염자 수 0명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는 백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백신이 있다. 따라서 기존의 코로나 퇴치 전략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내 백신 접종 대상자 80%가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며, 5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뉴질랜드의 전략 변화를 실패를 시사하는 듯한 전략에서 멀리 벗어나는 듯한 행보로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뉴질랜드의 전략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 0명 전략의 목표는 코로나19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의 확산을 없애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바이러스와 확산세 제거는 종종 28일을 기준으로 특정 기간에 코로나19 감염 사례 0건 기록이라는 확고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의되었다. 바이러스를 자국 영토에서 없애기 위한 국경 폐쇄와 코로나19 발병 시 호텔 격리 등 엄격한 조치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신규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 건수 0건이라는 목표와 정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신규 감염 0건 전략은 단기적인 측면에서 성공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면서 코로나19와 함께 이어진 경제적 여파를 완화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코로나19 신규 감염 0건 전략의 이점은 줄어든다. Sars-CoV-2가 전 세계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분명하므로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와 국경 폐쇄는 미래에 실질적이지 않은 조치가 될 것이다. 피어스 교수는 코로나19 신규 감염 0건 전략이 평생 이어지도록 구상된 것이 아니라며, “코로나19 발생 당시 대유행병 속에서 생존한다는 측면에서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코로나 백신 접종 계획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일부 국민은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 0명 정책을 중단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추측한다. 크발스빅 교수는 “코로나19의 대대적인 감염 모습을 이해한 이들 사이에서는 매우 절망적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 마오리족 전문가가 모든 국민이 안전해지기 전 제한 조치 감소라는 불평등을 지적한 사실을 언급했다. 마오리족 등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더 큰 소외 집단은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다. 현재 마오리족 중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이들의 비율은 60% 미만이다.

정부의 명확성과 방향 부재도 코로나19와 관련된 불평등 문제 우려를 더한다. 크발스빅 교수는 “소외 집단의 강력한 사회적 통념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택해야 할 코로나19 전략과 핵심 인구의 안전 유지를 위해 국민과 매우 분명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은 위험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투명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지역별로 발생하는 유행병으로 변하는 시기에 있어, 뉴질랜드의 코로나19 전략 변화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앞서 뉴질랜드와 비슷한 엄격한 전략을 택한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률 80% 이상을 기록하자 기존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 0명 전략을 없앴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택한 방향은 바이러스와 인류의 공존 방법을 배우는 것이 양극화되었음을 입증했다. 갑자기 우려를 느낀 다수 주민이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면 더 강력한 조치를 다시 도입할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오타고대학교 공중보건 교수인 마이클 베이커(Michael Baker)는 “코로나19가 지역적으로 항상 발병하는 질병으로 변화하는 상황에는 문제가 넘쳐날 것이다.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증가할 것이다. 보건복지 체계로 대응하기 힘든 상황을 막기 위한 감염 건수 통제 증가가 이어지는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소시혹 공중보건 대학원(Saw Swee Hock School of Public Health) 소속 공중보건 연구원인 헬레나 레지도 퀴글리(Helena Legido-Quigley) 박사 연구팀은 의학 저널 란셋(The Lancet)에 싱가포르와 홍콩, 뉴질랜드, 호주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 0명 전략을 비교하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게재하면서 지역사회 참여를 크게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응 성공의 핵심은 국민의 정부 접근방식 신뢰이다”라고 작성했다.

그러나 레지도 퀴글리 박사는 역사적으로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세계 최고의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뉴질랜드와 홍콩,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가장 적합하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New Zealand, Delta and the end of zero-Co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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