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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도 효과 없던 우울증 치료, 뇌 전기 자극으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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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도 효과 없던 우울증 치료, 뇌 전기 자극으로 성공
과학계는 지난 수십 년간 뇌 전기 자극으로 우울증 치료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뇌 심부 자극술을 통해 우울증 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
By GRACE BROWNE, WIRED UK

36세 여성인 사라(Sarah)는 유년기부터 매우 심각하면서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울증을 앓았다. 사라는 “우울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매우 제한돼,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매일 자해하면서 수시로 내 심리를 사로잡던 자살 충동을 억눌러야만 했다”라고 밝혔다. 어느 한 기관의 추산 결과, 우울증 치료를 받는 환자 30%는 치료 저항성 때문에 심리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해야만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라는 절망적인 정신 건강 상태 때문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연구팀이 운영하는 뇌 심부 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 임상시험 피실험자로 등록하게 됐다. 2021년 10월 4일, 연구팀은 임상시험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했다.

뇌 심부 자극술 과정에는 소형 전기 충격 기기를 뇌 일부분에 작동하도록 하는 기기 삽입술이 포함된다. 뇌 심부 자극술은 초기에 파킨슨병 환자의 떨림 증상 통제를 돕고자 개발돼, 1997년에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우울증과 강박 장애 등 여러 신경 질환 치료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지금까지 연구팀의 임상시험은 뇌 심부 자극술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의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향후 우울증 치료와 관련해 밝은 전망을 제시한다.

기존의 뇌 심부 자극술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는 모든 환자의 같은 뇌 영역을 시술 부위로 지정하고, 일정한 비율로 뇌에 충격을 전달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의 뇌가 같은 것이 아니므로 한 가지 뇌 심부 자극술 표준을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개인의 뇌 차이와 사람마다 다른 시술 기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상 최초로 사람마다 다른 맞춤화된 뇌 심부 자극술을 우울증 치료에 적용했다. 맞춤화된 뇌 심부 자극술은 환자 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이면서 오래 지속될 치료로 이어질 뇌 영역에 충격을 전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연구팀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라의 뇌에서 뇌 심부 자극술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다. 그리고, 사라의 뇌에 임시 전극을 심은 뒤 10일간 뇌의 다양한 영역에 자극을 주면서 사라의 뇌 신경 활동을 기록했다. 사라는 뇌에 충격이 가해진 뒤 우울감과 불안감, 활력 정도를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했다. 뇌 활동 형태가 특정 감정 자극과 유독 더 큰 연관성이 있을 것을 의미한다. 사라가 안정감을 지속하여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보상 감정 치료 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인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연구팀은 사라의 뇌에 충격을 전달할 장치를 제대로 삽입했다. (성냥갑과 비슷한 크기의 배터리는 사라의 우측 두개골에 구멍을 유지하도록 삽입됐다.) 장치가 사라의 편도체 활동을 특정 형태로 받아들이도록 감지했으며, 복측 선조체에는 사라가 느낄 수 없는 수준의 충격을 전달했다. 사라는 임상시험으로 뇌에 처음 자극을 받았던 순간을 “무언가 중요한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극도의 쾌감을 느끼면서 우울증은 한순간에 먼 옛날의 악몽처럼 느껴졌다. 이번 임상시험과 함께 우울증이 도덕적 실패 문제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울증은 치료할 수 있는 장애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으며,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사라는 임상시험으로 몇 주간 치료받은 뒤 자살 충동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사라는 하루에 300회 전기 충격을 받고, 총 30분간 추가로 자극을 받았다. 뇌 심부 삽입술 후 15개월이 지난 현재, 사라의 감정 상태는 뇌의 자극을 받기 시작했을 때와 같은 상태이다.

과학계는 지난 20년 동안 뇌 심부 삽입술로 치료 저항성을 지닌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려 했으나 확실히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단 한 차례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동안 뇌 심부 삽입술의 우울증 치료 효과를 둘러싼 열띤 논쟁이 펼쳐지면서 확실한 결과를 얻을 시도는 실패했다. 대다수 치료 과정에는 뇌를 열고 장치를 삽입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뇌 심부 삽입술의 최고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는 뉴욕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신경과학 및 정신 의학 교수인 헬렌 메이버그(Helen Mayberg)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10년 넘게 진행한 뇌 심부 삽입술과 우울증 치료 부문의 완벽한 사례를 선보였다. 2008년, 메이버그 교수는 여러 차례의 실험과 검증을 통해 BROADEN 연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메이버그 교수의 임상시험은 치료 저항성을 지닌 우울증 환자 200명을 피실험자로 둔 채로 진행됐다. 임상시험 진행 몇 년 후 자금을 모았으나 갑자기 실험이 중단됐다. 그러나 메이버그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해서 연구를 중단하지 않았다. 메이버그 교수 연구팀은 지금도 뇌 심부 삽입술을 적용한 우울증 치료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메이버그 교수는 임상시험 덕분에 더 현실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메이버그 교수는 “지금까지 이어온 뇌 심부 삽입술을 통한 우울증 치료 연구 열정은 한동안 약화되었으나 다시 나아진 뒤 성숙해졌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메이버그 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지만,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메이버그 교수는 뇌 심부 삽입술 임상시험 이후 환자가 겪게 될 변화를 알고 싶어 한다. 만약, 우울증이 완화된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장치를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환자가 자극을 받아들이고, 언젠가는 뇌 심부 자극술 이전보다 치료약을 더 많이 처방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르지는 않을까? 뇌 심부 삽입술 이후 환자의 뇌가 변화할까? 뇌 심부 삽입술에 사용한 장치는 사라의 감정을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메이버그 교수의 환자는 뇌 심부 삽입술 이후에도 우울증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모두 계속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준의 우울증을 계속 앓고 있다. 또,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심각한 저주파 진동을 느낀다. 메이버그 교수는 뇌에 충격을 주는 기기가 직장 내 업무 성과가 저조한 날과 버스를 놓친 날, 예상하지 못한 청구서를 받은 날과 같은 변수와 함께 일상에서 반복되는 기복과 임상시험이 영향을 미친 우울증 간의 차이도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메이버그 교수는 뇌 심부 삽입술이 항상 우울증의 최우선 치료 방법이 될 확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그는 “뇌 심부 삽입술은 항상 제약이 따를 뇌 삽입 시술이다. 만약, 환자의 뇌에 무언가를 삽입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적용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없는 환자에게만 적용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뇌 심부 삽입술과 함께 항상 따라다니는 윤리적 문제는 뇌에 장치를 삽입한 뒤 개인의 성격 변화 여부이다. 그러나 옥스퍼드대학교의 옥스퍼드 우에히로 실용 윤리 센터(Oxford Uehiro Centre for Practical Ethics)의 수석 연구 펠로인 조너선 퍼(Jonathan Pugh) 박사는 비정상적인 감정 상태를 변경하는 것이 뇌 심부 자극술을 이용한 우울증 등 심리 장애 치료 방법의 목표이며, 우울증은 다른 여러 문제가 더 복잡해지도록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퍼 박사는 “윤리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성격 변화를 찾아내려 하면서 정확히 지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 뇌 심부 삽입술을 통해 바꾸려 하면서 환자가 얻도록 도움을 줄 상태 변화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신경 윤리학자인 프레데릭 길버트(Frederic Gilbert) 박사는 뇌 심부 자극술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가 우울증의 특성이 되는 모든 복잡한 변수를 무시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우려한다. 길버트 박사는 “생체 지표 기반 자동 제어 체계로 우울증 수준을 완화하는 방식은 우울증이 환자에게 제기하는 현상학적 피해 확인과 평가의 최적화된 방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체 지표가 효과가 없을 때, 환자가 겪게 될 증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적용한 생체 지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우울증 치료에서 배제돼, 간접적인 차별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을까?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소속 연구팀은 사라의 임상시험이 효과적이었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뇌 심부 자극술로 우울증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확실히 강조했다. 연구 논문 제1 저자인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소속 신경외과 의사인 에드워드 창(Edward Chang) 교수는 “분명하게 말하자면, 이번 임상시험은 뇌 심부 자극술 기반 우울증 치료의 효율성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다. 뇌 심부 자극술이 일부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더 많은 환자를 피실험자로 모집해 추가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환자마다 맞춤화된 뇌 심부 자극술 부위 결정과 서킷이 모든 환자의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창 교수는 “향후 맞춤화된 뇌 심부 자극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더 광범위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일반화된 치료 방식으로 채택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임상시험은 맞춤화된 뇌 심부 자극술의 효과를 입증할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Drugs didn’t help her depression. Brain-zapping d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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