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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근무하는 직장인, 퇴사의 악몽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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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근무하는 직장인, 퇴사의 악몽 시달린다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하지만, 다른 직장의 줌 화상통화 링크에 연결한다. 원격 근무를 하던 중 퇴사한 이들은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며,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By NATASHA BERNAL, WIRED UK

“매우 설득력이 없고 실망스러웠다.” 런던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컨설턴트인 루스(가명)가 2021년 9월 초, 자신의 전 직장에서 근무한 마지막 날의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루스는 퇴사자를 위한 송별회는커녕 가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지도 못하고 마지막 퇴사 정리 직전 작별 인사를 고하는 메일 한 통만 보냈다. 루스는 “그동안 전 직장을 위해 나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하면서까지 근무했다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퇴사가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마지막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대신, 루스는 1년 반에 걸쳐 쌓은 경력을 끝내면서 옥스퍼드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돌고 윈도쇼핑만 했다.

제임스(가명)는 지난 5월, 이전 직장에서 공공정책 담당자로 근무하던 마지막 날에 지루한 파티를 피해 떠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제임스는 “작별 인사와 퇴사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떠났다. 퇴사하는 순간 이전 직장 대표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내고 HR 업무 과정과 관련된 몇 가지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배달 기사가 제임스의 업무용 노트북을 수거하러 왔을 때, 제임스는 사우스 런던에서 거주하던 단층 주택을 떠나 언덕이 있는 지역으로 떠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제임스는 침실 하나가 있는 아파트의 주방 카운터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일만 했다. 제임스는 지금도 새로이 찾은 시간제 업무를 위해 주방 카운터에 붙어 있는다. 그는 “오후 5시면 노트북을 끈다. 5분 뒤, 차를 끌고 4주간 런던을 떠난다. 그동안 살던 집에는 매우 부정적인 감정만 있었다”라고 밝혔다.

루스와 제임스 대규모 퇴사에 동참한 원격 근무 직원 수천 명에 해당한다. 대규모 퇴사에 동참한 이들은 최근 몇 달 사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근무 마지막 날에는 퇴사를 기념하지 않고 상처와 우울감을 더 느낀다. 최근 퇴사한 직원 모두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다년간 쌓아온 직장 내 직업 경력을 끝낼 때, 단순히 동료에게 이모지를 보내면서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사내 메시지 시스템에서 차단되었다고 말한다. 간혹 이메일과 채팅 기능이 차단되면서 업무 종료 순간을 인지하게 된 이들도 있다. 업무용 책상 앞에 앉아 울고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사무실 공간에 숨었다고 밝힌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원격 근무 때문에 퇴사하는 순간의 감정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직장인 네 명 중 한 명꼴로 코로나19를 계기로 퇴사를 고려하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가 원격 근무 중단이라는 현실적인 퇴사의 위험성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캘리포니아주 테크 기업에서 샌드라(가명)는 퇴사 마지막 날, 자신의 동료가 줌 화상 통화를 떠난다는 사실에 놀라기를 바랐다. 그 대신 오후 5시가 지나자 샌드라의 컴퓨터 화면이 꺼지기만 했다. 샌드라는 코로나19 이전에 형성한 직장 내 친밀감을 지닌 동료 집단의 대대적인 변화가 원격 근무만 하면서 더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샌드라는 “원격 근무와 함께 사회적으로 중요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타인과의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두 가지는 테크 기업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퇴사의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분노만 느꼈다”라고 말했다.

텍사스 A&M대학교 메이스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부교수인 앤서니 클로츠(Anthony Klotz)는 좋지 않은 사회적 역학 관계는 원격 근무를 채택했으나 퇴사 절차를 변경하지 않은 기업 내 문화적 문제를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클로츠 교수는 기업이 기업 문화 개선의 기회에서 퇴사 절차를 간과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요소 때문에 동료가 별도의 축하를 받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을 보게 될 수 있다. 남은 직원에게는 후유증을 안겨주며, 친구와 동료가 피해를 보게 될 뿐이다”라고 말한다. 클로츠 교수는 동료의 퇴사 원인과 남은 직원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더 많은 직원이 이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동료가 퇴사하고 이를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면, 다른 직원은 회사가 직원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이 인력 변화 사실을 밝히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거나 퇴사자의 절친한 동료에게도 어떠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면, 기업은 자칫하면 모든 측면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퇴사자는 원격 근무 때문에 혼자서 무엇이든 해결해야 한다는 상황의 부작용을 겪게 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원격 근무가 시행되면서 전문 직업 생활과 개인적인 생활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발생한 스트레스와 번아웃 모두 원격 근무 인력의 퇴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클로츠 교수는 “원격 근무 때문에 직업 변동과 함께 발생하는 경계도 모호해진다. 퇴사와 입사는 직원이 한 가지를 처리하고 끝낸 뒤 심리적으로 다음을 대비하는 중간에 있는 기간으로 분리해야 하는 두 가지 다른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많은 이들이 간혹 번아웃과 외로움을 느낀 점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6월에 퇴사한 리버풀 지역의 작가인 매튜(가명)는 자신이 원격 근무를 하던 마지막 날에는 집에 애완견과 단둘이 있었다고 말한다. 매튜는 “퇴사 당일 아내는 병원에 교대 근무를 하러 출근했었다. 퇴사 당일 우울함과 감각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날 점심 휴식 시간에는 개와 함께 미동도 없이 침대에 누워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의미 있는 인간 간 상호작용을 가상 수단으로 변경했으며,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확실한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한다. 매튜는 “가상 공간에서는 서로 만나면서 포옹을 하는 일도 없다. 잠시 술집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낼 일도 없다.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잡담할 일도 없다. 가상 공간의 소통은 대면 소통과 다르다. 그러나 슬픈 감정은 다른 때보다 더 오래 남고, 슬픔의 정도도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점은 원격 근무가 만연하게 이루어지는 상황과 함께 더 많은 사람이 비정상적인 위치로 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집에 앉아서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떠난 후 똑같은 자리에서 바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폴(가명)은 퇴사 축하 파티를 하지 않았다. 폴은 3년간 런던에서 쌓아온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경력을 끝내면서 가장 이상했던 순간은 오래 사용한 노트북을 이전 직장으로 보내고, 불과 며칠 뒤 새로운 직장에서 이전 직장에서 사용하던 것과 똑같은 기종으로 집에 업무용 노트북을 보낸 순간이라고 밝혔다. 폴은 새로운 직장 소속으로 원격 근무를 시작하던 첫날, 집에서 새로 받은 업무용 노트북을 켰으며, 새로운 줌 링크에 접속했다. 샘은 “새로 시작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전 직장과 똑같은 의자와 책상을 사용해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라고 말했다.

폴은 새로운 일을 하면서도 이전과 똑같은 작업 환경을 유지해, 이직 직후 몇 주간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직장의 일을 끝내고 새로운 직장의 일을 시작하는 사이에 ‘확실한 휴식’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이전 직장과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머릿속에는 이전 직장을 떠나면서 확실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스마트워크(Smart Work)』의 저자인 조 오웬(Jo Owen)은 원격 근무 도중 확실한 작별 인사가 없는 상태로 퇴사하고 이직하는 것이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웬은 “이전 직장에서 성공한 원인 중 하나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뢰와 영향력이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기업 내 신뢰와 영향력이라는 비공식적인 네트워크가 평생의 성공 요인이 된다. 따라서 갑자기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면 기존의 모든 신뢰와 영향력이 사라진다. 결국 새로운 직장 근무를 시작하면, 신뢰와 영향력을 처음부터 쌓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노트북 너머 원격으로는 신뢰와 영향력 네트워크를 생성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 개인의 신원을 위해 이 기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약자로 표기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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