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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긱 경제 문제 수정 계획 구상...실패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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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긱 경제 문제 수정 계획 구상...실패로 끝나
다수 배달 플랫폼 소속 배달 기사에 따르면, 기업이 서둘러 직원을 찾으면서 근무 조건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악화됐다.
By STEFANIA GOZZER, WIRED UK

스페인의 신규 고용 규정에 따르면, 배달 기사인 다니엘 프레타스(Daniel Freitas)는 스페인 내 최대 배달 서비스 기업 두 곳의 직원이 돼야 한다. 그러나 프레타스는 여전히 음식 배달 앱 딜리버루(Deliveroo)와 글로보(Glovo)를 통해 일을 하며 일당 50유로를 벌 목적 하나만으로 인기 음식점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프레타스는 월말에 총수익 1,000유로를 벌고 식구 네 명을 부양할 정도로 충분한 금액을 벌어들이기 전까지 오토바이를 이끌면서 배달 업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33세인 프레타스는 “보통 하루에 8시간 근무하면 충분했다. 이제는 같은 비용을 벌기 위해 이전보다 더 오랜 시간 근무해야 한다. 이 모든 문제는 ‘배달 기사법(rider law)’이 등장하면서 시작했다. 스페인 정부는 배달 기사를 위한 최고의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배달 기사의 근무 조건이 더 불확실해졌다”라고 말한다. 이제 프레타스는 오토바이 기름값과 회계사 세무 처리 비용, 부가가치세, 프리랜서가 매달 고정적으로 납세해야 하는 국민 보험 기여비 289유로를 부담한 뒤 입에 풀칠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배달 기사법은 긱 경제의 직업 불안정과 저임금 문제에 맞선 시위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대응으로 마련되었다. 배달 기사의 근무 조건을 개선하고자 맞춤 제정된 배달 기사법은 2021년 8월 12일 자로 시행됐으나 거의 성공하지 않았다. 딜리버루와 우버이츠(UberEats) 등 긱 경제 기업이 배달 기사에게 직원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도록 의무화하는 대신 기업이 노동력을 외주로 채용하고 앱을 변경해 사업 모델을 변경해야 하는 규정을 기피했다. 그러나 가장 극단적인 회피 전략으로 영국 배달 서비스 유니콘 기업의 스페인 사업 철수 계획 발표를 언급할 수 있다.

딜리버루 대변인은 스페인 사업 철수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밝혔다. 딜리버루에 스페인은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딜리버루가 지금까지 진출한 12개국 시장 중, 딜리버루의 총거래 가치에서 스페인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 미만이다. 저스트잇(Just Eat)과 글로보 등 딜리버루 경쟁사의 스페인 시장 점유율이 각각 20%이다. 반대로 딜리버루는 스페인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확보하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설문 조사에서는 딜리버루의 스페인 시장 점유율이 고작 5.5%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미 진출한 모든 시장에서 배달 서비스 기업 순위 2위 안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딜리버루의 야망과는 매우 거리가 먼 실적이다. 딜리버루는 스페인 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스페인 배달 서비스 시장 최고 기업이라는 입지 달성과 유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매우 불확실한 잠재적인 수익과 함께 지나치게 큰돈을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마드리드에서 딜리버루와 글로보 배달 기사로 근무하는 42세인 리디아 카마고(Lydia Camargo)는 “딜리버루의 스페인 사업 철수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화가 났다. 딜리버루는 나에게 최대 소득 원천이며, 딜리버루가 갑자기 스페인 사업을 중단하면서 소득원도 함께 사라졌다. 과거, 아마존이 자영업 배달 기사를 채용한 업무를 중단할 때 같은 일을 겪었다. 이제 딜리버루 때문에 똑같은 일을 겪게 되었다. 배달 기사법은 배달 기사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라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딜리버루의 스페인 사업 철수는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 런던에 상장된 딜리버루는 2021년 9월 중으로 스페인 지사 직원, 배달 기사와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며, 협상 결과에 따라 스페인 사업 철수 관련 사항을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배달 기사는 이미 업무 감소와 배달 기사의 경쟁 심화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배달 기사 조합인 ‘배달 기사 연대(Repartidores Unidos)’와 함께 배달 기사법 반대 운동을 펼친 카마고는 “딜리버루가 스페인을 떠난다고 발표한 뒤 딜리버루 배달 기사에게 들어오는 배달 요청 건이 줄어들었다. 주문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배달 업무를 하는 기사가 많다. 그런데도 어제는 2시간 동안 주문 단 2건만 받았다. 이전에는 한 시간이면 평균 3건씩 배달 요청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2021년 1월, 딜리버루는 배달 기사 수천 명을 직원으로 채용하라는 명령을 받자 스페인 국민 보험국에 진 채무는 280만 유로에 육박했다. 그러나 모든 배달 기사가 딜리버루의 직원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프레타스는 계약직 배달 기사가 되는 것을 원했다. 여러 플랫폼 배달 기사로 근무하는 것이 자신의 소득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레타스는 “스페인에서는 직업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어, 자영업 배달 기사로 일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몇 달 후면 해고된다. 이 때문에 한 곳에서 일을 잃게 될 위험 때문에 여러 곳에서 일한다”라고 설명했다. 프레타스와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피해 떠난 이민자가 차지하는 스페인 배달 업계 내 배달 기사 비중은 매우 높다. 고용 허가를 받지 않아도 페이스북 그룹에서 계정 대여 광고를 하는 다른 배달 기사의 딜리버루나 글로보 계정을 빌려서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프레타스는 “배달 플랫폼을 통한 배달 기사 업무는 일을 시작할 가장 쉬운 방법이다. 외국에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입국하고 누군가가 회계 기록 없이 쉽게 일할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한다고 생각해 보아라. 그렇다면, 그 제안에 응할 것이다. 언젠가는 끼니를 때우는 데 필요한 식량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페인 긱 경제 구성에 도움을 준 배달 기사가 일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우버이츠는 2021년 8월, 배달 기사법 시행 후 기관 소속 계약 배달 기사와 외주 인력으로 배달 인력을 대체했다. 저스트잇도 우버이츠와 같이 계약 배달 기사나 외주 인력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저스트잇은 이미 직원으로 채용된 배달 기사 인력을 확보했으며, 외주 직원으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 딜리버루의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다수 잠재적인 배달 기사가 일을 중단했으며, 외주 기업이 스페인의 최저 임금인 950유로를 지급해도 일을 계속 하도록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많은 배달 기사가 가장 큰 기대를 걸 곳은 스페인 배달 서비스 시장의 최대 기업인 바르셀로나의 글로보이다.

글로보는 딜리버루와 달리 배달 기사의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지난 몇 년간 글로보는 배달 기사 1만 2,000명을 확보했다. 반면, 딜리버루가 확보한 배달 기사는 총 3,500명이다. 글로보는 배달 기사법을 준수하기 위해 배달 기사 2,000명을 직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머지 배달 기사 1만 명은 이전처럼 계약직 배달 기사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글로보 대변인은 배달 기사법 규정을 준수하는 동시에 배달 기사가 원할 것이라고 판단한 ‘융통성과 자치권, 독립성’을 제공하고자 기업과 프리랜서 배달 기사 간의 새로운 관계 모델을 고안했다고 주장한다.

글로브는 근로자의 지위를 눈에 띄게 변경하지 않는 노동법원의 명령에 대응하려 새로운 관계 모델을 구상했다. 예를 들어, 글로브는 과거 근무를 선택한 시간에 맞추어 앱에 접속하지 않는 배달 기사에게 처벌했다. 재판부는 배달 기사 처벌 행위를 글로브가 배달 기사의 근무 시간을 통제한다는 증거로 보았다. 이는 배달 기사는 자영업자와 달리 자유롭게 근무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글로브가 구상한 새로운 모델은 누구나 처벌 대상이 되지 않고 자유롭게 앱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브는 배달 기사가 매일 고정 임금(배달 수익의 1배)이나 추기 수당(배달 수익의 최대 1.3배), 고정 임금보다 적은 임금(배달 수익의 0.7배) 중 임금을 받고자 하는 방식을 매일 결정하도록 하는 논란이 되는 기능을 함께 도입했다. 이는 글로브가 배달 기사를 계약직 배달 기사가 아닌 정직원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방식이다. 배달 기사는 임금 결정과 같이 기업 차원의 기본적인 결정을 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달 기사는 크게 만족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 출신 35세 발렌시아 지역 배달 기사인 테오마리스 히메네즈(Teomarys Jiménez)는 앱에 접속해, 여러 플랫폼의 배달 기사로 근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히메네즈는 앱이 실행된 후, 배달 기사는 적은 비용으로 일을 시작해 주문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부터 정기적인 비율로도 수수료를 받기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글로보는 배달 기사의 불만 이후 배달 수익 1배 미만을 임금으로 받는 선택권을 제거했다.

히메네즈는 지난 2주간 자신의 소득이 1,000유로에서 300유로로 급격히 감소한 것이 배달 기사법 탓이라고 주장하며, “이제 글로보도 매우 적은 임금을 지급한다. 글로보에 주문 한 건당 2.5유로를 기본 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청했으나 글로보는 사업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거부했다”라고 주장했다. 히메네즈는 딜리버루가 스페인 사업을 철수한 뒤 배달 기사가 글로보로 대거 유입하고, 배달 요청을 받기 위해 이미 치열한 경쟁을 하는 배달 기사 간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많은 배달 기사가 배달 서비스 시장의 현 상황을 두고 배달 기사법을 탓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긱 경제 기업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기업을 제소해 법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스페인 내 두 번째로 규모가 가장 큰 노동조합 단체인 노동총동맹(Unión General de Trabajadores) 대표인 루벤 란즈(Rubén Ranz)는 “배달 서비스 기업은 법률 규정을 무시하면서 규정을 준수하는 경쟁사와 부당한 방식으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한다. 스페인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노동자위원회(Comisiones Obreras)의 청년 및 신규 일자리 현실 비서관인 카를로스 구티에레즈(Carlos Gutiérrez)가 밝힌 바에 따르면, 노동자위원회는 외주 인력을 해고한 뒤 글로보의 새로운 모델을 배달 기사를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배달 기사법의 요구사항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메커니즘으로 유효하다고 본다.

긱 경제 기업은 배달 기사에게 정직원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면, 주민 10만 명 미만인 도시의 사업을 중단해야 하므로 배달 기사 2만 3,000명~3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최근 스페인 사업 개발이 기업에 최악의 악몽이 되었다. 딜리버루의 사례를 보면, 스페인 사업을 철수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딜리버루는 직원과 배달 기사에게 현지 법률에 따라 적합한 보상 수당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딜리버루가 직원 및 배달 기사에게 지급할 보상 금액을 계산하는 데 어떤 변수를 적용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 많은 배달 기사가 국민 보험국에 딜리버루의 스페인 자회사인 루푸즈 스페인(Roofoods Spain) 소속 시간제 직원으로 등록됐다. 즉, 딜리버루가 스페인 시장을 떠날 때 집단 해고 과정을 포함해 여러 과정을 걸쳐야 한다.

다만, 딜리버루의 스페인 사업 진출이 끝나도 고용 지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법안 시행 동기를 위해 스페인 배달 기사법을 살펴보고 있으며, 딜리버루에 반대한 고용 법률 판결 모두 딜리버루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양국에서 부담할 고용 비용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네덜란드와 호주 노동법원에도 배달 기사 고용 비용 관련 소송이 제기됐으며, 유럽연합은 긱 경제가 제공하는 근무 조건 상담을 시작했다. 딜리버루가 주식상장 투자 홍보 안내문으로 인정한 바와 같이 배달 기사의 지위를 직원으로 재분류하도록 법률이 개정된다면, 딜리버루의 사업 모델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스페인 정부가 택한 접근방식이 다른 국가에도 널리 채택된다면, 배달 기사의 지위를 재빨리 새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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