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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식료품 배송 기업, 생존 경쟁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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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식료품 배송 기업, 생존 경쟁 직면
게티르, 고릴라스, 위지, 잽 등 해외 신속 배송 기업이 도시 길거리 곳곳을 장악했다. 그러나 수요에 따른 맞춤형 식료품 배송 앱 모두 실패로 끝나기에는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경쟁한다.
By SEAN WILLIAMS, WIRED UK

베를린 팡코의 고요한 외곽 길거리에는 교통 신호가 거의 없으며, 도로에 들리는 소리는 먼 곳에서 울리는 교회 종소리뿐이다. 팡코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활동은 벌집을 드나들듯이 꿀벌처럼 별도의 주소 표시가 없는 곳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검은색 의상을 갖추어 입은 사이클리스트의 활발한 움직임뿐이다.

어둡고 한바탕 전쟁이 이루어진 이후의 모습과 같은 공간의 내부를 보면 흡사 편의점이었던 곳과 같다. 가격표나 현금통, 손님도 없다. 그저 각각의 통로를 서둘러 이동하는 주문 물품 수집 담당자만 찾아볼 수 있다. 매장 곳곳을 돌아다닐 때, 대형 화면을 통해 연계되는 스마트폰으로 여러 주문 건을 수집하고는 배달 기사가 총알같이 빠른 속도로 고객에게 배송한다.

여름 아침 시간대 평균 배송 시간은 정확히 9분 50초이다. 어느 한 관리자가 “간혹 배송 시간이 10분 넘을 때도 있다. 그러나 배송 시간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배송 서비스만 제공하는 대형 창고는 주문 즉시 실시간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업인 고릴라스(Gorillas)가 베를린에 설립한 창고 16곳 중 한 곳이다. 2020년 6월, Q커머스(즉시 배달 상거래) 업계의 일부분으로 새로이 초고속 배송 서비스 앱을 출시한 고릴라스는 유럽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한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게임 산업 대기업인 텐센트와 헤지펀드 코튜(Coatue) 등 여러 기업이 고릴라스에 2억 5,000만 파운드 상당의 자본을 투자했다. 현재 고릴라스는 60억 달러 상당의 자금 유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릴라스 CEO인 카안 쉬머(Kagan Sümer)는 고릴라스의 극도로 빠른 성장세를 사람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그는 최근 출연한 어느 한 팟캐스트에서 “달로 떠나려면 슈퍼마켓에 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만약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면, 몇 가지 걸림돌에 충돌하기 마련이다. 고릴라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을 포함한 8개국에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직원 1만 명을 두고 있다. 고릴라스는 출시 이후 근무 조건과 보안 일시 장애, 벤처 자본으로 공급한 수익 모델 등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인 압박을 견뎌냈다.

익명을 요청한 고릴라스의 어느 한 관계자는 와이어드에 “고릴라스의 사업 구조는 불안정하다. 고릴라스의 사업 모델 붕괴는 시간문제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슈머가 경쟁사보다 유리한 점을 보유했다고 믿는 Q커머스 기업이 많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Q커머스는 테크 플랫폼에 서비스를 구축했으나 실제로 과거의 서비스와 비슷하다. 1916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피글리 위글리 스토어(Piggly Wiggly Store)가 세계 최초의 자율 서비스 슈퍼마켓이 되자 많은 고객이 쇼핑 도우미에게 구매 목록을 넘겨주었다. 고객의 구매 목록을 받은 쇼핑 도우미는 목록에 따라 식료품을 모아 결제를 지원했다. 그러나 당시 피글리 위글리 스토어의 사업 모델이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따라서 수십 년 간 고객이 직접 대형 매장에서 구매할 가정용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야 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많은 기업이 쇼핑 사업 모델 처리 과정을 한 번 더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웹1.0에서 시도한 변화 대부분 실패했다. 각각 1시간 배송과 30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즈모(Kozmo)와 웹밴(Webvan) 등과 같은 Q커머스 기업은 대규모 매출 손실과 함께 닷컴 버블의 대명사가 되었다.

모빌리티와 데이터 과학의 발전과 함께 성장세를 기록한 도어대시와 포스트메이츠(Postmates) 등 비교적 최근 등장한 브랜드는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코로나19가 위지(Weezy), 플링크(Flink), 게티르(Getir), 지피(Jiffy), 잽(Zapp), 글로보(Glovo), 카주(Cajoo) 등 생소한 이름의 여러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모두 고릴라스와 초고속 식료품 경쟁을 펼쳐 유럽 전역 소비자의 쇼핑을 돕는다.

유럽 식료품 시장은 2조 유로 상당의 가치를 지녔으며,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는 2020년, 유럽 식료품 시장의 가치가 10%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외출이 급격히 감소하여 집에서 요리하는 이들이 증가하자 온라인 식료품 쇼핑 산업이 55% 성장했다.

온라인 쇼핑 산업의 성장세는 식당과 상점가가 다시 문을 열면서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으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소비자의 구매 습관이 영구적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15분 내 식료품 배송을 약속하는 런던 스타트업인 위지의 공동 창립자이자 COO인 알렉 덴트(Alec Dent)는 “한 세대에 소비 습관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며, 코로나 시대가 그 변화의 속도를 높였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영국과 독일 소비자 모두 코로나 시대에 품질이 더 우수하면서도 지속성이 뛰어난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이다. 위지는 코로나 시대 소비 습관이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위지의 최고 인기 판매 식료품은 아보카드와 바나나, 레몬, 오트밀 우유 등이다. 덴트는 “위지는 품질이 더 우수한 식료품과 주중 쇼핑 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간식 판매를 강력히 원하거나 간식 판매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초고속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은 영국 테스코(Tesco)와 프랑스의 르클레(E.Leclerc), 독일의 에데카(Edeka), 스페인의 메르카도나(Mercadona) 등 가정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슈퍼마켓 업계의 진화를 따른다. 덴트는 “영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제공한 뒤 해외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라며, 2022년까지 위지가 해외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덴트를 비롯한 Q커머스 업계에 새로 진출하는 다수 기업가가 자국 시장에서 서비스 플랫폼을 완벽하게 개선하기로 선택했다. 보라색과 노란색 로고가 눈에 띄는 초고속 식료품 배송 서비스 플랫폼 게티르는 2015년 설립돼 투자금 7억 파운드를 확보했으며, 최근 들어 고국인 터키를 넘어 해외로도 서비스 진출 범위를 확대했다. 독일어의 ‘민첩함’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에서 이름을 따온 독일 초고속 식료품 배송 기업 플링크(Flink)는 독일에서만 2억 2,000만 유로의 벤처 자본 확보에 집중하고, 33개 도시에 대형 창고를 설립했다.

기업가인 블라디미르 콜랴즈니코프(Vladimir Kholyaznikov)는 2년간 러시아 최대 식료품 유통업체 X5에 투자한 뒤 2020년 12월, 런던에 지피를 창립했다. 지피는 무료 배송과 화려한 광고, 각종 서비스 제공과 함께 소비자를 유혹한다. 콜랴즈니코프는 플링크가 독일에서 고릴라보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믿는다. 그는 “식료품 산업은 고객 유지, 가정과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일 현지를 지원하는 기업이 장기적인 사업 운영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고릴라스의 쉬머는 콜랴즈니코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듯하다. (이 기사를 작성할 당시 쉬머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고릴라스는 우버와 위웍스, 기타 여러 실리콘밸리 브랜드와 같이 모든 가격대를 중시하는 모델을 따른다.

쉬머는 위험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이다. 2021년 6월, 배송 기사가 베를린 내 고릴라스 대형 창고를 봉쇄해 임의 해고와 중량 초과 배송, 보호 장비 부재 문제에 항의하자 고릴라스 산 슬랙 채널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작성했다. “서비스 운영을 중단할 바에는 가치관에 맞서 싸워 죽는 것을 택할 것이다.” 이후 쉬머는 극단적 성향을 지닌 정치 단체의 명령에 따라 정치 활동에 참여한 배송 기사를 고소했다.

일부 배송 기사는 와이어드에 임금 체불 피해와 병가 거부, 경영 부문에서의 불만 사항 거부 등과 같은 문제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0월, 소수 배송 기사 집단이 고릴라스 노동자 조합(Gorillas’ Workers Collective)을 형성했다. 현재 독일 최대 노동조합 중 한 곳인 베르디(Verdi)의 지원을 받으며, 지지자 1만 1,000명을 두고 비공식 노동조합 시위를 벌인다.

7월 31일, 베를린을 관리하는 지역 상원 의회가 고릴라스에 맞서는 노동법을 시행했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인 파스칼 크로셋(Pascal Croset)은 “고릴라스와 배송 기사 노동조합의 갈등은 다비드와 골리앗의 싸움과 같다.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이제 배송 기사는 처우 문제를 바꿀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차례의 조사를 통해 플링크와 고릴라스의 비정상적인 성장세 모두 보안 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3월, 테크 단체 제르포슝(Zerforschung)은 플링크의 주문 데이터 유출 사실을, 고릴라스 고객 20만 명의 데이터 보안 침해 사실과 레바논에서 공급받은 기초 수준의 홍보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고릴라스는 와이어드에 즉각적인 효과를 얻도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했으며, 지금은 고릴라스의 보안 시스템을 검증한 유명 디지털 보안 단체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릴라스 내부 관계자는 6월, 와이어드에 고릴라스 사내에서 ‘성공할 때까지 속인다’라는 문화를 더하여 사업 모델을 추가로 반영한다고 밝혔다. 독일 매니저매거진(Manager Magazin)이 판매하는 각 품목 대비 현금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익명의 내부 관계자는 “고릴라스의 재고 관리 플랫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고릴라스 자체를 빈 껍데기로 만드는 수준이다. 사내에서 발생하는 일이 비윤리적이라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릴라스에는 투명성이 전혀 없다. 특히, 고릴라스는 금융 투명성이 없다. 고릴라스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돈을 벌어들인다”라고 밝혔다.

초기 비용 손실은 테크 기업의 성공에 극히 드문 장벽이다. 식료품 사업은 거액 투자가 필요하면서 이윤이 낮은 시장이다. 최대 규모의 유통 업체도 수익의 2~3%만 관리한다. 테크 기반 대형 창고와 주문 물품 수집 담당자, 배송 기사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추가 비용에 슈머의 초고속 사업 모델을 더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초고속 식료품 배송 서비스는 다른 곳에서 이미 성공했다. VC 피쿠스 캐피털(VC Picus Capital)의 베이징 파트너인 알렉산더 크레머(Alexander Kremer)는 “중국은 이미 초고속 배송 추세를 겪었다. 경쟁은 끝났으며, 경쟁에서 이긴 브랜드만이 소비자와 접촉한다”라고 설명했다. 몇 년 전, 중국 Q커머스가 폭발적인 수준으로 성장하자 스타트업 수십 곳이 Q커머스 부문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주식상장을 한 기업은 딩동 마이차이(Dingdong Maicai)와 미스프레시(Missfresh)뿐이다. 두 기업 모두 초고속을 중시했다. 또, 소프트뱅크와 텐센트,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 기관의 지원을 받았다. 크레머는 “어떤 수단이든 기업을 지원하는 매우 강력한 투자 기관을 확보한 스타트업은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크레머는 고릴라스도 딩동과 미스프레시의 선례를 따르게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시가총액이 과도 평가된 점을 경고한다. 최근, 고릴라스는 10억 달러의 펀딩 라운드를 통해 43억 유로로 시가총액을 늘릴 방안을 모색했으나 계획한 투자금액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게티르는 4억 파운드 상당의 펀딩 라운드를 종료하고 시가총액을 54억 파운드로 늘렸다. 크레머는 “딩동 마이차이와 미스프레시 모두 기업 매출의 2~3배를 더 거래했다. 유럽에 이를 적용한다면, 중국내 Q커머스 기업 상당수의 가치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기존 슈퍼마켓 체인점이 Q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세에 보일 반응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영국 대형마트 세인스버리(Sainsburys)의 촙촙(Chop Chop)과 테스코의 우쉬(Whoosh) 모두 한 시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 플랫폼이 광범위한 식료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0% 미만이다. 유럽의 인건비가 비싼 점과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 및 주문 즉시 배송 서비스 모델 등이 미래의 주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미국의 음식 배송 스타트업인 도어대시는 신선 식료품에 중점을 두자 재빨리 식료품 배송 앱 고퍼프(Gopuff)를 따라잡았다. 베를린 음식 배송 기업 볼트(Wolt) CEO 미키 쿠시(Miki Kuusi)는 조리 음식보다는 식료품을 제시간에 배송하는 것이 더 쉽다고 주장한다. 쿠시는 “식당의 주된 어려움은 음식 준비 시간이 더 길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체인점은 배송 앱과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플링크가 이 때문에 독일 유통업계 대기업인 레베(Rewe)와 협력하고, 프랑스 대기업 까르푸(Carrefour)가 6월, 카주에 투자한 듯하다. 카주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앙리 카풀(Henri Capoul)은 “까르푸는 자산과 상품 구성, 운송, 사업 지식 모두 풍부하다. 그러나 기술은 없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peedy grocery delivery firms are racing to sur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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