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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스페인 유령 도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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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스페인 유령 도시 살린다?
스페인 전역의 도시 수십 곳이 영원한 쇠퇴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새로운 비자 제도 덕분에 유령 도시가 되살아날 수 있다.
By GRAHAM KEELEY, WIRED UK

쇠퇴하는 마을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페인 동부 테루엘(Teruel) 지역의 작은 지역사회인 올리에테(Oliete)는 올리브 오일과 함께 해답을 찾았다. 2014년 5월, 올리에테는 스페인어로 ‘올리브나무 후원하기’라는 뜻을 지닌 이름의 웹사이트 ‘ApadrinaUnOlivo.org’을 운영해 전 세계 인구 누구나 올리브 나무 관리에 50유로를 후원하도록 했다. 후원금은 올리에테 마을 주민을 위해 일자리 13개를 창출한 비영리단체의 자금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그 대신 후원자는 연간 2리터 상당의 올리브 오일을 받고, 올리에테 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다.

지금까지 7,000여 명이 올리에테 마을의 올리브 나무를 후원했으며, 많은 사람이 올리에테 마을에서 더 오래 생활하고자 마을을 찾는다. 올리에테 마을을 찾은 외지인 덕분에 마을의 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올리에테 마을의 올리브 나무 후원 당시 단 4명이었던 학생 수가 현재 13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마을 전체 지역 주민 수가 단 343명인 올리에테 마을은 여전히 영구적인 쇠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10년, 올리에테 마을은 2,533명이 거주하며, 영화관과 댄스 홀을 각각 두 곳씩 둔 마을이었다. 이제 마을의 영화관과 댄스 홀 모두 조용하다. 그러나 한동안 조용했던 마을 풍경이 곧 달라질 수도 있다. 스페인 내 쇠퇴하는 다른 유령 마을 30곳과 마찬가지로 올리에테 마을은 ‘원격 근무자를 위한 마을 환영 국가 네트워크(National Network of Welcoming Villages for Remote Workers)’ 제도를 함께 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노마드를 대상으로 1년간 발급하는 신규 취업 비자로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하고자 추진된 제도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2021년 7월, 스페인 내각에서 발의했으나 아직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한 스타트업법(Startup Act) 초안은 디지털 노마드가 시골 마을에 정착하도록 하는 새로운 계획이다. 스페인 국립 통계 연구소의 데이터(National Statistics Institute)에 따르면, 현지 지방 자치단체 8,131곳 중, 3,403곳이 영구 폐쇄 위기에 처한 곳으로 분류됐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유럽연합(EU) 비회원국 근로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급을 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스페인에서 생활과 근무를 신청하면, 2년간 거주 연장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2년 후에 추가로 거주 허가를 갱신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제도를 도입한 세계 다른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스페인도 세금 감면 정책을 시행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있다면, 외국인세로 소득 최대 60만 유로의 24%를 납세할 수 있다. 스페인 주거세를 적용하면, 최상위 소득자 기준 소득의 최대 45%를 납세해야 한다. 세금 관련 조항은 개정될 수 있으나 스타트업법은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이른바 ‘텅 빈 스페인(España Vaciada)’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스페인 내 대다수 주요 정당의 지지를 받았다.

올리에테와 같은 마을 모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페인은 토지 경작과 양 및 돼지 사육과 같은 활동에 의존하여 소득을 얻는 농업 국가이다. 자연과 함께 관광 산업으로 소득을 기록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스페인의 자연 풍경은 주변에 무엇이 있든 자연에 더 가까워지면서 ‘진짜 스페인’을 찾게 될 기회를 얻을 고요한 풍경을 원하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매력적일 수도 있다. 리오 마틴 문화공원(Rio Martin Cultural Park)이 근처에 있으며, 도보 여행자는 그리폰독수리와 황금독수리, 매를 볼 수도 있다.

올리에테 마을의 술집 세 곳 중 한 곳인 라스 피스시나스(Las Piscinas) 술집은 사교활동의 중요한 요소이다. 여름이 지나면 계절 근로자가 올리에테 마을을 찾는다. ApadrinaUnOlivo.org 창립자 중 한 명인 알베르토 알폰소(Alberto Alfonso)도 도시 생활에 싫증을 느낀 디지털 노마드가 올리에테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여 디지털 노마드의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향후 몇 주간 예산 80만 유로를 투자해 마을의 텅 빈 3층 짜리 건물을 공유 업무 및 공동생활 공간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건물 개조 투자 금액 일부는 신규 비즈니스 기반시설을 설립하면서 디지털 노마드가 올리에테를 찾도록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웨이크업 인텔리전트 빌라지(Wake Up Intelligent Villages)을 통해 확보하였다.

44세 통신사 직원인 올리에테 마을 거주자 알폰소는 “디지털 노마드는 올리에테 마을에서 무정란 생산 과정이나 올리브 오일 생산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을에 거주하고자 하는 기간을 떠나 자유롭게 근무하면서 사교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네 자녀의 아버지이자 올리브 오일 프로젝트 주문 창고 근무자인 카를로스 블란코(Carlos Blanco)는 4년 전, 바르셀로나에서 올리에테 마을로 이사했다. 블란코는 “바르셀로나에서 수족관 사업을 했으나 2017년, 카탈루냐 독립운동 때문에 스페인 전역의 주문이 취소돼 사업을 접어야 했다. 결국 가족과 함께 올리에테로 이사해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올리에테가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더 조용하면서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고, 아이들이 생활하기에도 더 좋다”라고 말했다.

한때 침략자를 막던 높은 장벽이 있던 올리에테 마을의 비좁은 길가에는 관광객을 위한 술집이 없으며,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주민도 드물다. 마을 주민 모두 더 많은 외지인의 유입을 원한다. 그러나 외지인의 장기 거주를 위한 관대한 비자 제도와 신규 공동 업무 공간 설립이 해결될 수도 없다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올리에테 마을은 고속 광섬유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지만, 물리적으로 외딴 마을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 마을인 알카니즈(Alcañiz) 마을은 60km 떨어진 곳에 있다.

스페인 관료는 이웃 국가인 포르투갈의 상황을 보면서 디지털 노마드 유입을 통한 텅 빈 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제도 시행 방향의 징후를 살펴볼 수 있다. 포르투갈은 2007년에 도입한 D7 비자 덕분에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인기 국가로 떠올랐다. D7 비자는 월 소득 1,000유로 이상이면 누구나 D7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가 포르투갈 입국을 위해 신청할 수 있는 또 다른 비자인 ‘이른바 골든 비자’는 35만 유로 이상의 가치를 지닌 부동산 자산 구매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포르투갈 국경 관리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금까지 9,875명이 골든 비자를 신청했으며, 투자 금액 53억 유로를 확보했다. 황금 비자 제도로 포르투갈에 입국한 디지털 노마드 주거 기업인 노마드X(NomadX) 운영자 데이브 윌리엄스(Dave Williams)는 “2017년, 미국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했다. 포르투갈의 문화와 음식에 매료됐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간혹 관료주의 때문에 화날 때도 있지만, 이는 어디를 가나 똑같이 겪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노마드 유입으로 쇠퇴하는 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계획은 코로나19가 ‘텅 빈 스페인’ 문제 해결의 축복으로 작용하면서 많은 정치인이 관련 추세를 대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스페인 인구 문제 담당 비서인 프란시스코 보야(Francisco Boya)는 “근무 세계가 변화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디지털 근무를 선호한다. 시골 지역이 디지털 노마드와 기업가를 더 많이 유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올리에테 마을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면, ApadrinaUnOlivo.org 공동 창립자인 시라 플라나(Sira Plana)는 디지털 노마드의 유입이 술집이나 주택 임대, 스페인어 교육을 원하는 마을 주민의 고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플라나는 “디지털 노마드와 마을 주민이 서로 능력 교류를 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가 전문 지식으로 지역 주민을 돕고, 반대로 지역 주민도 각자의 전문 능력으로 디지털 노마드를 도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Digital nomads are here to save Spain’s ghost tow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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