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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인터넷 장악 경쟁, 지금까지의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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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인터넷 장악 경쟁, 지금까지의 상황은?
탈레반은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 내 인터넷 통제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의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여러 글로벌 기업도 다를 바 없다.
By CHRIS STOKEL-WALKER, WIRED UK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을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확실히 아날로그 국가였다. 음악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 등 이른바 각종 현대적 개념과 함께 인터넷도 비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그 결과 상당수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급부상하는 온라인 세계와 단절됐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내 디지털 생활에 적대적인 접근방식을 택했으나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 세계에 여러 소식을 유포하는 데는 더 미묘한 차이를 지녔다. 탈레반은 지난 10년간 트위터 활동을 했으며,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온라인 활동 자체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1998년부터 공식 웹사이트를 유지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마지막으로 점령한 2001년 이후 인류의 디지털 연결 의존도가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게랄라 반군도 대대적인 선동 광고 수단의 일부로 SNS를 이용했다. 탈레반 정치 기관 수장인 물라 바라다르(Mullah Baradar)가 될 것으로 유력한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지도자가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치안과 경제, 국제 사회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지위 등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러나 그와 똑같이 어려운 문제는 인터넷 관련 문제이다.

네트워크 관측 기업인 켄티크(Kentik) 소속 인터넷 분석 국장인 더그 매도리(Doug Madory)는 “인터넷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둘러싼 모든 의문점을 포함한 특성이다”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인터넷 마비 비율은 11.5%로 낮지만, 온라인 점유와 기반시설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이다. 또한,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에서 아프간 국민에게도 인터넷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내 인터넷에 대한 대응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현지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여러 글로벌 기업도 탈레반이 장악한 상황에서 어떤 행보를 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비영리 디지털 시민권 옹호 및 확대 단체인 액세스 나우(Access Now)의 아시아 정책국장인 라만 지트 싱 치마(Raman Jit Singh Chima)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동통신사는 총 5곳이라고 말한다. 그중 3곳의 지분 대부분 해외 기업이 소유하거나 투자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동통신사 MTN은 2020년, 아프가니스탄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도리 국장은 “MTN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업을 철수해도 그리 놀랄 것은 없다고 본다. MTN은 이미 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했으며, 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사업 철수 절차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매도리 국장은 국제 사회의 제재 때문에 다른 여러 핵심 서비스 사업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서비스 제공 업체인 소수 기업의 손에 인터넷 통제 권한을 집중화한 사실은 클라우드 서버부터 SNS까지 모든 사업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제재 위협을 발표한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 95억 달러를 동결했다.)

매도리 국장은 오라클에서 근무할 당시 시리아와 북한, 수단 등 여러 국가의 IP주소 개발 작업에 참여했으며, 당시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로 들어와 차단됐다. 다만, 아프가니스탄의 IP 주소 32만 7,000개를 처리할 방법은 논의 사항에 달려있다. 매도리 국장은 “아프가니스탄 제재 전반에 걸쳐 이동통신 서비스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국제 사회에서 제재하고자 하는 대상인 탈레반에는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한한다면, 일반 국민이 타격을 받으면서 일반 사용자를 관리하는 기업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아프가니스탄 내 인터넷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인권 및 사이버 보안 감시 단체인 OSCE의 컨설턴트인 파브리나 파브로바(Pavlina Pavlova)는 “인터넷 연결 수준이 열악하면, 폭동이나 시위, 미래 선거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추가 공격이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파브로바는 “탈레반은 이전부터 이동통신 기반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뒤 휴대폰 기지국을 공격해 모바일 기업이 인터넷 연결을 중단하거나 제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현재 인터넷 공급사를 통제하면서 강제로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도록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이미 마지막으로 장악한 지역인 카불 북부 지역인 판지시르 밸리(Panjshir Valley)에서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9월 6일 자로 판지시르를 함락했다고 주장했으나 판지시르 지역을 감독하는 저항군 지도자는 탈레반의 주장에 반대했다.)

인터넷 차단과 같은 제한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피해를 주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접근과 공유를 제한하면서 거짓 정보에 노출될 위험성을 높인다. 파브로바는 이를 두고 ‘형편없는 정보 제공 행위’라고 일컬었다. 이는 많은 기자가 아프가니스탄 탈출 보도를 통해 관측한 사실이기도 하다.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 아프간 국민이 해외 도피를 할 수 있다고 온라인에 유포된 근거 없는 소문을 접한 뒤 공항에 집단으로 모였다.

인터넷 기반시설 유지를 지지하는 옹호 단체인 인터넷 소사이어티(Internet Society)의 앤드류 설리번(Andrew Sullivan)은 “아프가니스탄의 인터넷 연결과 관련해 각종 다양한 문제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첫 번째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의 인터넷이 전 세계 여러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필요한 표준을 갖추지 않은 점이다. 설리번은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이 끔찍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호 연결 수준이 높지 않으며, 인터넷이 강화 위험에 강력한 수준을 갖추도록 하는 구성 네트워크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인터넷 기반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고도로 숙련된 인력은 탈레반이 통치한 아프가니스탄을 떠났을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현지의 인재 대규모 유출 때문에 인터넷에 지장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 매도리 국장은 “아프가니스탄 국민 3,900만 명 모두 C-17 비자를 발급받고 해외로 피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숙련된 인재를 찾기 더 어려워진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인재 상당수가 해외 피난길에 오른 시리아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관측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관리에 필요한 중요한 인재가 대거 탈출하자 시리아 내 인터넷 연결이 즉시 차단된 것은 아니지만, 발전이 없어, 인터넷 수준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국제 사회 표준보다 뒤처져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쳤다.

아프가니스탄 내 온라인 연결을 지원하지는 않을 듯하다. 탈레반은 여전히 대다수 세계 지도자가 테러 단체로 보면서 법적으로 금지한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탈레반 정부와의 협상 제안에 개발적이지만, 아프가니스탄 디지털 세계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기술을 거래하는 네트워크 운영 기관과 기업이 본거지를 둔 상당수 국가가 탈레반을 여러 기업이 거래를 원하지 않는 단체로 본다. 설리번은 “단순히 특정 국가에 사업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네트워크 운영사의 통신 서비스를 아무도 사용할 수 없다면, 인터넷에 매우 치명적일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 ‘.af’ 도메인 6,000여 개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패킷 클리어링 하우스(Packet Clearing House)와 체코의 도메인 등록 기업 그랜시(Gransy)의 DNS 서비스를 받는다. 그랜시는 남수단의 주요 도메인 명칭인 ‘.ss’ 도메인도 제공한다. 그랜시는 “국가 코드 최고 도메인 .af 제공 단체의 정체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라며, “정치는 그랜시의 일상적인 서비스 지원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랜시는 100% 정치와 관련이 없는 기관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랜시는 인터넷 온라인 연결 지원을 돕는 미국 비영리단체인 ICANN의 절차를 따른다고 밝혔다. ICCAN은 의문의 국가(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통치 세력) 내 결정을 지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인터넷을 대중의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유지할 수도 있다. 현대 기술에 대한 매우 엄격한 절대 권력 통치라는 태도를 유지한 사실을 고려하면, 탈레반이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SNS와 인터넷을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Digital Forensic Research Lab) 레지던트 펠로인 에머슨 T 브루킹(Emerson T Brooking)은 탈레반이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SNS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생존과 동시에 미국이 지원하는 아프간 정부 등 훨씬 더 강력한 세력과의 정치적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초기부터 SNS 소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분석했다.

탈레반 대변인의 주기적인 트위터 게시글 게재는 몇 년 전에도 그리 설득력이 있는 수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내부와 국제 사회에서 계속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므로 SNS를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테크 업계 대기업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통치 상황을 두고 택한 접근방식은 엇갈렸다.

브루킹은 IS가 통치한 모술(Mosul)과 비슷하게 아프간 시민의 인터넷 접근성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감시하는 동시에 탈레반은 자유롭게 선동 광고 유포 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투트랙 시스템(two-track system)이 아프가니스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브루킹은 “탈레반은 역할을 정당화하고자 여러 SNS 플랫폼 활동을 유지한다면 여러 측면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탈레반에 지금 당장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아프가니스탄이 자립 능력이 없는 국가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전적으로 국제사회의 도움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중요한 요소를 국제 정부나 다국적 정부 단체가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 등 인터넷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형성할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브루킹은 “오늘날 세계가 이루어지는 방식 때문에 여러 가지 결정적인 외교 정책 사항 결정이 SNS 플랫폼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페이스북의 탈레반 활동 전면 차단이 결과적으로 탈레반 정부 최고위층뿐만 아니라 탈레반의 통치를 받는 아프간 국민 수백만 명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battle for control of Afghanistan’s in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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