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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국민, 온라인의 생활 흔적 삭제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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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국민, 온라인의 생활 흔적 삭제 서두른다
온라인에 게재한 모든 사진과 데이터 포인트가 옛날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는 길을 연결한다. 탈레반의 처벌 사유가 될 수도 있다.
By CHRIS STOKEL-WALKER, WIRED UK

무히불라(Muhibullah)는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인 칸다하르에 거주하면서 몇 년간 서양 국가의 기업과 미군을 위해 근무한 경력이 있는 30대 번역가이다. 무히불라는 자신의 삶과 서양 세계와의 관계가 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아내와 네 자녀를 그대로 둔 채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제2의 도시인 칸다하르를 점령하기 직전 다른 지역으로 피신했다. 무히불라의 우려는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탈레반은 8월 13일(현지 시각) 자로 칸다하르를 점령했다. 무히불라는 8월 13일, 자신의 생에서 두 번째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도착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등장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탈레반이 점령하도록 자국을 버린 채로 망명길에 올랐으며, 무히불라는 또 다른 도시에서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쌓은 관계를 중단하고 있다. 무히불라는 “많은 사람이 이곳에 꼼짝없이 갇힌 상태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무히불라는 8월 15일(현지 시각), 탈레반이 카불에 도착한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미국 기업과 미군을 위해 일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 일부를 불태워 버렸다. 이제 수많은 아프간 국민과 마찬가지로 무히불라도 탈레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탈출할 길을 찾고 있다.

미국 기관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다른 아프간 국민은 업무 관련 서류를 보관한 상태에서 숨긴다. 관련 문서 보유 사실이 비자 발급과 아프가니스탄 출국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끔찍한 상황이 펼쳐진다. 탈레반 게릴라군이 이미 각각의 가정을 찾아가 해외 정부와 비영리 단체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들을 색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어드가 확실한 이유로 본명을 완전히 밝히지 않은 무히불라는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불가능한 선택 때문에 심각하게 애를 먹는 아프간 국민 수백만 명 중 한 명이다. 현재 극도로 보수적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통치 세력이 된 상황에서 과거의 증거를 어느 정도까지 지워야 할까?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마지막으로 점령한 때는 2001년이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고 20년간 갈수록 많은 이가 온라인 공간에서 생활했다. 이제 탈레반이 권력을 다시 장악한 상황에서 디지털 공간에 연결된 여러 가지 모든 증거가 탈레반의 처벌이나 사살 사유가 될 수 있다. 탈레반은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개인의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개인의 기기 일부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함께 메시지를 주고받은 상대의 기기에 연락처 정보가 남아있어 탈레반이 디지털상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혹은 개인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도 있다. 또, 기기와 클라우드 서비스 간 이동하는 데이터가 탈레반의 정보 탈취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모두 개인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개인의 의도를 떠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개인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온라인에 보관된 모든 개인 정보가 위법 행위를 성립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상당수 아프간 국민이 탈레반의 처형을 우려하고는 서둘러 온라인에 게재된 과거의 삶과 관련된 모든 증거를 삭제하고 있다.

인권 유지에 집중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Human Rights First)의 최고 기술 관리자인 웰튼 창(Welton Chang)은 “아프간 국민은 공항에 가는 데 도움이 되며 타인의 연락을 유지할 수 있는 정보를 보유하는 동시에 특정 불법 행위 가담 사실을 입증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중대한 문제 사례를 악용하는 데 개인 정보를 유지하지 않도록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 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국민만 처한 어려움이 아니다. 미국 인도주의 기관인 USAID는 지난 주말, 협력사에 메일을 통해 개인이나 집단을 탈레반의 처벌에 취약한 상황으로 만들 사진과 정보를 제거하여 SNS 계정과 웹사이트를 조심스럽게 관리할 것을 요청했다. 또, USAID는 탈레반 점령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정보가 탈레반 혹은 그와 관련된 세력의 손에 들어갈 상황에 대비해 실무를 담당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고 완전히 제거할 것을 조언했다. 현재는 폐쇄 상태인 카불의 주아프가니스탄 미국 대사관도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라는 비슷한 조언을 하면서 이메일을 통해 개인에게 종이 서류와 전자 문서를 모두 포함해, 민감한 정보를 담은 자료를 모두 파기할 것을 요청했다.

휴먼라이츠퍼스트는 영문 지침을 통해 디지털 정보 삭제 방법을 모두 종합적으로 전달했다. 그와 동시에 아랍어 비공식 번역본도 공개했다. SNS 계정 삭제 방법은 물론이고, 지금도 탈레반 집권 이전의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디지털 스레드를 제공할 수 있는 사용하지 않는 계정 삭제 방법도 설명한다. 어떤 점이 문제가 될까?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작성된 해당 문건은 페르시아어에서 파생된 다리(Dari)어나 아프가니스탄 공식 언어인 파슈토(Pashto)어를 사용하는 다수 아프간 국민이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키스탄 출신 여성 디지털 권리 변호사인 니가트 다드(Nighat Dad)는 “다리어나 파슈토어로 작성된 디지털 보안 지침을 찾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관련 정보를 단 몇 가지만 찾아냈다. 그러나 그나마 찾은 다리어나 파슈토어 지침도 그리 훌륭하면서 종합적인 내용을 담은 디지털 보안 지침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드는 현재 휴먼라이츠퍼스트가 발행한 지침을 다리어와 파슈토어로 번역한다. 다드는 “디지털 보안 관련 분야 근무 경력이 인 이들의 활동도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탈레반의 억압 위기에 놓인 아프간 국민을 위해 충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필요한 상황이라면, 물리적 문서의 사진을 촬영하고는 이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업로드한 뒤, 관련 증거를 모두 불태워 없애라는 조언을 건넨다. 휴먼라이츠퍼스트의 수석 고문인 브라이언 둘리(Brian Dooley)는 “어떠한 형태든 디지털 형태로 개인 정보를 보관하는 행위에 위험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탈레반이 기술 사용 방법을 아는 것은 확실하다. 디지털을 이용한 개인 정보 삭제 방법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실용적인 접근 방식은 최악의 수단임을 짐작하고 정보 삭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천 마일이라는 먼 거리에 있는 이들에게 말 그대로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갇힌 이들에게 디지털 접근 관련 몇 가지 선택 권한을 넘어 조언을 건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며칠간 탈레반은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마지막으로 장악한 2001년과 달라진 것을 입증하며 안심시킬 방안을 모색했다. 다드는 “지금의 탈레반은 이른바 ‘탈레반 2.0’에 접어들었으며, 발전한 세계를 이해한다고 주장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항이 더 크다고 주장하며, 탈레반 반대 세력 대규모 체포와 그 외 다른 세력 살해를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다드는 “대중이 탈레반의 주장을 믿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탈레반 점령이라는 혼란 속에 갇힌 이들은 개인의 디지털 이력을 관리할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탈레반이 과거와 달라졌으며, 인터뷰 당시 주장한 사항이 사실이라면, 여성의 교육 개선에 나서는 서양 비영리단체 관계자와 미소를 지은 채로 찍은 사진이 교육부 소속 고위급 관료직에 바로 취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예시로 언급한 것과 같은 사진 때문에 탈레반의 확실한 처벌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 확률이 높다. 다드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많은 사람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위해 싸운다. 디지털 발자국을 신경 쓰는 이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아프가니스탄 내 팝송을 전면 금지한 탈레반 정권에서는 스마트폰 홈 화면에 스포티파이 로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형 사유를 입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드는 “많은 사람이 과거의 디지털 이력을 다룰 방법을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를 암호화 상태로 둔 채로 모든 기기에서 삭제하고는 공장 초기화 버전으로 리셋하거나 기기를 파기하고는 기기 안에 보관된 데이터를 복원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드는 “많은 사람이 기기를 파기할 여유가 없다. 기기 자체가 현재 개인의 생명을 구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리적 보안에 실제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발자국 보안을 확실히 유지할 방법이 없다면, 유일하게 기기를 파손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무히불라는 왓츠앱 계정에서 해외 연락처를 모두 삭제한 뒤 휴대폰 데이터도 제거했다. 이미 중요한 문서의 디지털 사본 일부를 소수 가까운 연락망에 전달한 상태이다. 무히불라는 “탈레반이 나를 찾고 휴대폰을 확인한다면, 과거 미군과 함께 일한 사실을 입증할 문서를 찾을 수 있어서 데이터를 삭제했다. 탈레반이 이 사실을 알면, 학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기관을 위해 일한 사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무히불라의 우려는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과거, 탈레반이 누구나 매일 생성하는 데이터 파일을 다량으로 악용해, 특정 대상을 색출할 능력과 의사를 모두 지닌 사실을 입증한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이 공식 정부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한 각종 데이터가 개인의 삶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아프간 군 지휘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탈레반 반군이 정차시킨 버스에서 탑승객 12명을 살해했다. 당시 탈레반은 버스 내 모든 승객에게 생체 인식 기기에 지문을 스캔해 보안 군사 직원 데이터베이스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 지휘관은 아프간 뉴스 웹사이트 TOLO뉴스(TOLOnews)에 “당시 버스 내 승객 대부분이 기기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보안 기관 직원을 확인할 목적으로 투입된 생체 인식 기기임을 알아차렸다”라고 밝혔다.

또, 탈레반은 페이스북을 이용해 미군이나 비영리단체와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한 이들도 찾아낸 적이 있다. 휴먼라이츠퍼스트의 창은 “이미 탈레반이 페이스북을 이용한 사례를 발견했다. 그리고, 페이스북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의심스러운 프로필 검색 활동을 확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이라크에서 ISIS가 반정부 인사로 간주한 이들의 연락처를 찾고자 페이스북을 면밀히 검색한 것과 비슷한 수법이다.

휴먼라이츠퍼스트는 안면 인식 기술과 생체 인식 기술을 피할 방법을 신속하게 이해할 지침도 함께 수집하려 한다. 둘리는 “탈레반이 안면 인식 기술과 생체 인식 기술 제어도 확보했다는 소식을 입수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급습하던 도중 미군 생체 인증 데이터 접근 권한도 얻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미군과 관련된 개인의 신원도 더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둘리는 “탈레반의 미군 생체 인증 정보 접근 권한 확보 가능성과 규모는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사람이 미군이나 인권 운동가, 군대에 협조한 것으로 신원이 밝혀질 것을 우려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군, 인권 단체 등과 현장에서 근무한 이들은 극도의 주의가 필요한 접근방식을 택하는 편이 탈레반 세력에게 적발되는 것보다 더 낫다. 무히불라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보안이라는 것이 없다. 아프간 국민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스스로 어디엔가 숨어 지낸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fghans are racing to erase their online 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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