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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스마트 시티, 정치 갈등 화약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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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스마트 시티, 정치 갈등 화약고되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전역이 중국산 보안 카메라를 장착했다. 사회 운동가와 유럽 대륙 모두 베오그라드의 보안 카메라 문제를 우려한다.
By ALESSANDRA BRIGANTI, WIRED UK

2014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어느 한 고요한 여름밤, 루카 요바노비치(Luka Jovanović)는 친구와 함께 앤젤스 클럽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브란코 다리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차가 고장 났다. 당시 21살이었던 루카는 미니 컨트리밴 차량에 충돌하고는 차량을 긴급 차선으로 밀었다. 루카는 며칠 뒤 사망했다.

그 후, 루카의 아버지 보얀 요바노비치(Bojan Jovanović)는 매일 브란코 다리를 찾아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찾으려 했다. 세르비아 경찰은 2개월간 사고 현장을 수색했다. 용의자인 33세 마르코 말리세프(Marko Milicev)는 터키와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도주했다. 그리고, 세르비아 경찰은 중국 당국에 마르코의 사진을 보냈다. 세르비아 경찰은 3일 후에 마르코를 체포했다.

‘컨트리맨 사건(Countryman case)’이라고 알려진 해당 사건은 화웨이와 세르비아 내무부가 영상 감시 현장을 위한 협력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먼저, 화웨이는 테스트 단계에서 내무부 청사와 상업 중심지구, 경찰서를 포함한 5곳에 카메라 9대를 설치했다. 행동 분석과 안면 인식, 자동차 번호판 인식 기술 등 몇 가지 핵심 기능을 테스트했다.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2월, 내무부와 화웨이는 전략적 협력 합의(Strategic Partnership Agreement) 관계를 체결했다. 화웨이는 공식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컨트리맨 사건을 설명했으나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2019년, 세르비아는 중국 기술을 전면 활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네보자 스테파노비치(Nebosja Stefanović)와 경찰청장 블라디미르 레비치(Vladimir Rebić)는 TV로 방송된 기자회견을 통해 첨단 안면 인식 기술과 자동차 번호판 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영상 감시 목적으로 스마트 카메라 1,000여 대를 베오그라드 지역 내 800곳에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와 손을 잡고 진행한 베오그라드의 대대적인 스마트 카메라 설치는 범죄 예방 및 감지 목적으로 시행된 화웨이의 계획인 세이프 시티(Safe City)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세르비아 대중의 중요성 및 개인 데이터 보호 정보 위원회의 밀란 마리노비치(Milan Marinovic)는 베오그라드 내 화웨이 스마트 카메라 설치에 가장 먼저 경각심을 제기한 이 중 한 명이다. 마리노비치는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 구축 관련 법적 기반이 전혀 없다”라며, “현행 세르비아 법률은 안면 인식 기술과 생체 인증 데이터 처리 과정을 규제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보호 당국은 베오그라드 시내에 설치된 것과 같은 감시 기술은 법률을 새로 제정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마리노비치는 “각 정부 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 작업팀과 세르비아 대중의 중요성 및 개인 데이터 보호 정보 위원회는 2021년 말이면 승인될 국가 개인 데이터 보호 전략을 위해 협력한다. 세르비아에서 최초로 채택할 개인 데이터 보호 관련 전략은 영상 감시 및 각종 생체 데이터 관련 기술을 법률로 다룰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마리노비치는 법적 기반이 없어, 지금까지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 시스템이 시행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날이 갈수록 베오그라드를 중심으로 세르비아에 설치되는 카메라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모두 안면 인식 기술과 다른 여러 생체 인증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없이 작동한다”라고 밝혔다.

마리노비치의 발언에 이어, 내무부와 세르비아 경찰 모두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를 다른 방향으로 설명하면서 관련 기술을 처리할 법적 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생체 인식 소프트웨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 구축 과정을 처음부터 감시한 베오그라드 디지털 권리 단체인 셰어 재단(SHARE Foundation) 총괄인 다니로 크리보카피치(Danilo Krivokapić)는 “이제는 정부 관계자의 주장대로 사용할 권리가 없는 기술 도입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크리보카피치 총괄은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투명성 부재가 주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크리보카피치 총괄은 “정부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어떠한 내용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대중은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종류와 사용 방법, 스마트 카메라 장비 사양, 그리고 카메라 구매 시 시에서 지출한 금액 등 아는 부분이 전혀 없다”라고 설명했다.

세르비아 당국에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 관련 상세 정보 공개를 요청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펼친 셰어 재단은 정치적 안건에 영상 감시 문제를 더 중요한 사안으로 두기 위한 운동을 펼친다. 크리보카피치 총괄은 “대중이 영상 감시 기술 구축의 위험성을 완전히 인지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감시 시스템은 언제나 모든 사람을 감시하며, 공공장소의 특성을 변질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5G 기반시설부터 SNS, 그리고 세르비아의 중국의 글로벌 디지털 시장 상륙을 둘러싼 우려가 갈수록 더 많이 제기돼, 미국은 중국 기업이 중국 정부를 위해 자사 제품을 감시 및 도청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의 정부 감시 협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화웨이이다. 화웨이의 5G 기술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일부 혹은 전면 퇴출당했다.

중국이 종종 자국 기술을 수출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지닌 취약점도 또 다른 우려 사항이다. 일부 관측통은 중국 정부기 결과적으로 일종의 정부 권위주의를 홍보하는지 궁금증을 제기한다. 베오그라드 보안 포럼(Belgrade Security Forum)의 프로그램 협력 담당자 겸 세르비아-중국 협력 관계 전문가인 스테판 블라디사블리예프(Stefan Vladisavljev)는 “감시 시스템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보편적인 수단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 사용 사례로 신뢰성을 기반으로 인민과 기업 감시 및 평가 목적으로 설계된 중국 사회 신원 제도는 물론이고 서부 신장지구에 밀집한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식별을 언급했다.

블라디사블리예프는 “사회 신원 제도와 위구르족 식별 모두 시민을 통제할 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결과적으로 독재 정권의 권력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따라서 중국 당국과 의문스러운 관계를 지닌 화웨이와 같은 기업이 세르비아를 비롯한 독재주의 성향을 지닌 민주주의 국가에 감시 기술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라고 주장했다.

베오그라드에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2년이 지난 현재, 유럽의회에서 프로젝트의 감시 기술 사용 문제를 논의한다. 프로젝트 논의 시작 후 2년이 지나서야 유럽의회 안건으로 전달된 것이다. 2020년 4월, 일부 의원이 세르비아 현 내무부 장관인 알렉산더 부린(Aleksandar Vulin)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베오그라드가 자칫하면 “대다수 지역에 대규모 감시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유럽 도시”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당시 서한을 보낸 의원들은 세이프 시티 전략적 협력 합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화웨이의 고해상도 카메라 공급과 설치 과정, 생체 정보 대규모 감시 기술 사용과 관련된 추가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안면 및 각종 생체 데이터 기반 감시 기술 채택 때문에 서부 발칸 지역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유럽연합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의 감기 기술 침투 관련 또 다른 사례로 중국이 몬테네그로에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10억 달러 대출을 지원한 논란이 된 사안을 언급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대출은 끊임없이 발칸 국가의 부채 위기를 일으킨다. 부린 장관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 서명한 독일 출신 유럽 의원인 비올라 본 크라몬(Viola von Cramon) 의원은 서부 발칸 지역이 중국과 서양 국가 간 싸움터로 변질될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는 서부 발칸 지역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서부 발칸 지역 국가 전체가 각각 다른 여러 단계에 걸쳐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향하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에 갈수록 커지는 문제는 중국 감시 기술 배포가 코로나19 확산세와 함께 더 널리 확대되는 서부 발칸 지역 일대에 분노를 키운다는 사실이다. 중국 감시 기술 배포를 둘러싼 분노는 미국과 러시아, 터키, 중동 부유 국가, 중국 등 유럽 대륙과 전 세계 강대국의 영향력 행사 기회를 제공했다.

런던정경대학교 국제관계학부 대학원생인 부크 북사노비치(Vuk Vuksanovic)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세르비아를 지역적 기술 기반 시설 중심지로 본다. 중국은 세르비아에 자국 기술의 발자취를 남긴다면, 인근 국가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바로 중국의 최대 야망인 유럽 시장 진출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2020년 9월, 세르비아의 화웨이 기술 채택 상황이 일부 변하기 시작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Aleksandar Vucic) 세르비아 대통령과 당시 코소보 총리였던 압둘라 호티(Avdullah Hoti)가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께 한 자리에서 이른바 ‘워싱턴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 내용은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분쟁을 해결하지 않았으나 ‘신뢰할 수 없는 공급사’의 5G 기반시설 설치 자제를 포함한 일련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 대비를 시작했다. 당시 합의에는 특정 기업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으나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언급한 것이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베오그라드는 5G 기반시설 설치를 지연했다.

북사노비치는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합의가 법적으로 유효한 합의가 아닌 데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퇴임한 상황이지만, 당시 합의 내용은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미국이 중국 테크 기업에 크게 타격을 가한다면, 세르비아도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 실패라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Serbia’s smart city has become a political flash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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