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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명암경계선서 바다 생명체 관찰하는 영리한 로봇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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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명암경계선서 바다 생명체 관찰하는 영리한 로봇 등장
메소봇은 거대한 에어팟 케이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알고 보면, 바다 생물을 추적하면서 지구의 가장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첨단 기계이다.
By MATT SIMON, WIRED US

지구 최대 규모 이동은 아프리카 일대 일부 초식동물이나 하늘을 나는 조류의 대이동이 아니다. 바로 망망대해에서 이루어지는 전체 생태계의 수직 이동이다. 어류부터 갑각류까지 모든 해양 생물이 온종일 깊은 곳을 이동한다. 심해의 어두움이 서식지 이동 중 포식자의 먹이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밤에는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해 먹이를 찾는다. 그리고, 해가 뜨면 깊은 곳으로 헤엄친다. 각종 해양 생물이 움직이는 거대한 공간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해양 생물 사이에서 메소봇(Mesobot)이라는 로봇이 함께 헤엄치면서 감시한다. 2021년 6월 16일(현지 시각), 엔지니어와 해양학자 여러 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메소봇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해저 자율주행 로봇이 유기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해양 주변의 명암경계선 인근에서 감지한 생명체를 쫓는다. 명암경계선은 오랫동안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심해 650~3,200피트(약 0.2~0.98km)의 영역이며, 과학계에서는 이를 해양 중간 영역이라고 칭한다. 연구팀은 일부 영리한 공학 작업 덕분에 매우 민감한 해양 생물에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 메소봇을 해양생물학자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줄 새로운 도구가 되도록 만들었다.

여러 해양 로봇을 개발했으나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노스이스턴대학교 로봇학자인 하누만트 싱(Hanumant Singh) 박사는 “메소봇은 공학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매우 훌륭하다. 그동안 탐사하지 않은 해양 영역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개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메소봇은 노란색과 검은색을 칠한 대형 에어팟 케이스처럼 생겼다. 실제 에어팟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방수 기능이 더 뛰어나다는 점과 무게가 550파운드(약 249.5kg)이라는 점이다. 표면의 연구 선박에 장착된 광섬유 테더와 함께 호환하여 움직이거나 해양 주변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다.
 
[사진=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홈페이지]
[사진=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홈페이지]

메소봇의 첫 번째 영리한 공학적 요소로 저속 제트를 생성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대형 프로펠러인 추진 시스템을 언급할 수 있다.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소속 수석 과학자이자 메소봇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다나 요거(Dana Yoerger) 박사는 “물의 흐름 방해를 걱정할 이유가 있는가?”라며, “중간 해역에 서식하는 생물체 상당수가 아주 미세한 수준이라도 유체 역학의 방해에 극도로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유체 역학의 변화는 포식자의 접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민감한 해양 생물을 방해한다면, 생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측할 수 없다. (단, 해양 생물의 분노를 유발하는 요소는 관측할 수 있다.)

두 번째 영리한 공학적인 요소로 메소봇이 관찰할 생명체에 빛을 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백색광은 쏘지 않는다. 요거 박사 연구팀은 적색 빔을 활용하기로 했다. 적색 빔이 바닷물을 관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거 박사는 “생명체 진화 과정에서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것에 큰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당수 해양 생물이 적색 빔을 그리 인지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심해에서 생물체가 표면으로 뛰어오르는 발광 생물이 푸른색이나 초록색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이어, 요거 박사는 “붉은빛이 매우 희미하더라도 색상을 그대로 이용해 해양 생물을 관측한다. 빛이 먼 거리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양 생물을 많이 관찰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관측 내용을 제법 훌륭하게 문서화한다. 적색 빔을 활용한 생물 관찰은 나름의 장, 단점이 있다. 많은 양의 빛과 센서티브 카메라가 필요하다. 그리고 적색 빔으로 생명체를 관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메소봇은 스테레오 카메라와 감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관찰 생물의 움직임을 분석한 다음에 추적한다. 요거 박사 연구팀이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베이 수심 650피트 영역에서 메소봇의 능력을 입증하자 메소봇은 바로 먹이를 사냥하는 해파리를 감지하고는 뒤쫓았다. 더 인상적인 점은 메소봇이 한 시간 반 동안 매우 민감한 생물 종인 라바신(larvacean)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한 채로 몰래 추적한 사실이다. 라바신은 올챙이와 닮은 모습이며, 점액 입구를 생성해 먹이를 분류한다는 특성이 있다. (결국, 메소봇은 극도로 민감한 라바신의 점액 입구 외부 구조에 지장을 주었다. 다만, 먹이를 분류하는 점액 입구 내부 구조와 라바신 자체는 메소봇의 관찰 활동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요거 박사 연구팀은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메소봇의 최대 탐사 활동 시간과 최대 탐사 영역의 깊이가 각각 24시간, 3,200피트임을 확인했다.
 

현재 메소봇은 해양 생물을 채집할 수 없지만, 머지않아 흡입 시스템을 장착해 생명체를 채집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카메라로 생명체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해당 생명체가 흡수한 먹이와 같은 사항을 분석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먹이 사슬의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다. 이를 파악하려면 생명체를 직접 해부해야 한다. 생물체의 생리학적 요소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해당 생물체의 신체 표본도 필요하다. 요거 박사는 “한동안 생물체를 추적하면서 잡는 방식으로 먹이 사슬 내 위치 등을 파악해야 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메소봇은 대형 에어팟 케이스처럼 보이지만, 다른 유인 잠수함과 해양 로봇과 비교했을 때 크기가 꽤 작은 편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로봇은 마찬가지로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가 작동하는 로봇인 알빈(Alvin)이다. 알빈은 중량 4만 5,000파운드(약 2만 4,10kg)이며, 특수 선박 하나만 운행할 수 있다. 메소봇의 크기가 알빈보다 더 작다는 사실은 제작 비용이 더 저렴한 데다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덕분에 더 많은 연구원이 연구에 활용할 플랫폼을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싱 박사는 “많은 연구원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메소봇의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이다. 별도의 장치가 필요 없다. 로봇의 중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형 린치와 대형 선박 모두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많은 과학자가 오랫동안 생물 종이 매일 수직 대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해양 생물의 움직임을 각각 다른 수심에서 직접 포획하면서 연구하거나 수중 음파 탐지기를 이용해 특정 시점에 모이는 지점을 지목하기만 했다. 어찌 됐든 생명체의 움직임을 매우 정확하게 관측하고자 해파리나 라바신에 추적기를 추가 장착할 수 있는 것과 같지는 않다. 명암경계선의 암초를 연구하고 있으나 메소봇 제작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네미의 어류 큐렝터 루이즈 로차(Luiz Rocha)는 “지금까지 수많은 어종을 거의 관찰하지 못했다. 심지어 헤엄치는 방법도 모르는데, 먹이를 사냥하여 먹는 방법과 번식 과정을 정확히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많은 과학자가 다음의 질문 사항과 같이 여러 생물 종이 해양 중간 영역을 통해 이동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깊이 알지 못했다. 특정 생물 종을 먹이로 삼으려 바다 표면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쫓는 포식자는 어떤 생물 종인가? 대규모 집단을 형성해 무리지어 대이동을 하는지 혹은 서로 흩어져서 이동하는가? 또, 해수면 온도 상승이 특정 대이동 기간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다른 먹이 사슬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해양학계는 이 모든 질문의 답을 찾고자 잠수정으로 여러 생물 종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메소봇보다 관찰하고자 하는 생물 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비밀리에 추적하지 못한다면, 해당 생물이 겁에 질려 도망칠 것이다. 로차는 “최대 24시간 바닷속에 머무르면서 물고기나 물고기 떼를 항상 추적한다면, 추적 과정에서 발견한 현상을 연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A Clever Robot Spies on Creatures in the Ocean's ‘Twilight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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