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통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통신 수요가 거의 없는 넓은 바다나 사막 등에도 동일하게 신호를 보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도 추가 자원 할당이 불가능하다. 전파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위성 신호를 필요한 곳에 능동적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필요에 따라 위성 전파자원을 가변 할당할 수 있는 ‘빔 호핑’이란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기존 기술보다 통신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관련 산업 및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TRI 연구진은 이 기술을 개발하고 10월 1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헝브이에(Rambouillet)에 있는 프라운호퍼(Fraunhofer)사의 가상인공위성 실험장치를 활용해 기술 검증을 마쳤다. 시험 결과 통신 데이터 용량 및 분배 효율이 각각 기존 기술 대비 최대 15~20% 증가했고, 통신속도는 최대 400Mbps(메가비피에스)의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이 기술이 실용화 되면 바다 등 넓은 지역에서도 꼭 필요한 선박, 항공기가 있는 곳에만 신호를 보냄으로써 통신속도를 늘리고 고가 위성통신의 대역폭 확보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현재 동일 주파수 대역으로 가능한 최대 속도는150Mbps 수준에 그치지만 빔호핑 기술을 적용하면 비행기 내에서 동시에 100명 이상의 사용자가 HD급 고화질 동영상을 수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TRI는 해당 핵심 기술들을 자체 연구를 통해 보유한 것은 물론,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기준을 마련한 뒤, 세계 최초로 해당 기준에 맞춰 통신 장치(모뎀) 역시 개발해냈다. 

이 기술을 실제로 인공위성에 적용하려면 통신용 인공위성에 ‘빔 호핑’ 기능을 내장해야 한다. 향후 본 장비는2020년 상반기에 발사 예정인 위성의 기능 검증 역할 및 통신 장비로 활용될 전망이다. ETRI는 이 통신용 모뎀을 프랑스 유텔샛(Eutelsat)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빔호핑 위성에 탑재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군수업, 운송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위성통신 기술 분야에서 해외 경쟁 기관들보다 빠르게 기술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외산 장비의 잠식을 예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해외 및 국내 위성통신 장비 제조업체 등에 이전하는 한편, 내년 빔호핑 위성 발사 시까지 상용화에 필요한 추가기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ETRI연구진은 본 기술의 완성도를 더 높여 통신 속도를 최대 1Gbps급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유준규 ETRI 위성광역인프라연구실 실장은 “차세대 빔호핑 위성 모뎀장비 개발로 한국의 우주산업 기반 조성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글로벌 통신시대를 대비해 한국도 자체적인 빔호핑 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