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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수면 습관, 오히려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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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수면 습관, 오히려 잘된 일이다?
건강과 생산성 최적화 관련 연구가 증가하면서 근로자가 자신의 근무 일정을 수면 습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By SARA HARRISON, WIRED US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사람의 아침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문이 닫히려는 지하철에 탑승하려고 뛰거나 제시간에 등교하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전에 출근, 등교를 위해 이동하던 시간에 잠을 잔다.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연구팀이 발표한 어느 한 연구에 따르면, 원격 수업을 듣는 학생의 평일과 주말 수면 시간이 코로나19 전 정규 학기보다 각각 30분, 24분씩 길어졌다. 기상 시간도 바뀌었으며, 평소 등교를 하던 때보다 취침 시간도 1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미국 학생의 수면 시간만 길어진 것이 아니다. 초기 봉쇄조치를 시행한 아르헨티나와 유럽도 마찬가지로 수면 시간이 길어짐과 동시에 취침 시간이 늦어졌다.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산하 수면 및 역학 연구소 소장 겸 연구팀의 연구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셀린 베터(Céline Vetter) 소장은 연구팀의 데이터만으로 코로나19가 수면 습관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베터 소장은 “이번 연구 논문의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수면 습관 변화 관련 데이터가 많은 사람의 수면 행동을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연구라는 사실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근무 일정이 근본적으로 많은 사람의 수면 습관과 취침 시간을 정하며, 자신의 생체리듬을 따를 때보다 종종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제 더 많은 기업과 학교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는 상황에서 일부 과학자는 무조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평일 일정을 수면 주기에 최적화된 상태로 구성하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체상의 증거를 따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 결과는 생산성 향상을 훨씬 더 넘어서 확대될 수 있다. 베터 소장은 “수면 최적화와 업무 시간의 생체리듬의 일치를 생각할 때, 단순히 업무 최적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전체적으로 최적화하는 것을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생체리듬은 수면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를 제어하는 자연적인 과정이다. 유전, 호르몬 그리고 조명과 소음 등 외부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인간은 낮에 활동을 하므로 낮에는 깨어 있고, 밤에는 잠자리에 든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각종 실수를 하게 된다. 수면 부족 상황 때문에 의료 사고와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 또한, 감정 정보 처리나 공감력을 지니기 더 어려워진다. 낮에 활동하는 생체리듬과 반대로 활동하는 것은 신체 건강에도 해롭다. 심혈관계 질환제2형 당뇨병, 대장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수면 주기는 어느 정도 외부 조건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햇빛은 신체에 기상 시간이라는 단서를 주기 때문에 방에 암막 커튼을 두면, 새벽에 빛이 드는 방에서 잘 때보다 기상이 더 어려워진다. 이와 비슷하게 취침 시간에 집의 조명을 어둡게 둔다면, 신체가 휴식 시간임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의 행동도 중요하다. 야식을 먹거나 밤늦은 시간에 화면을 보면, 인체는 활동 시간이라고 인지하기 때문에 가장 어두운 방에 있어도 제대로 취침을 하는 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 깨어있는 시간이 길수록 수면의 필요성이 증가해, 결국 어느 정도 눈을 감아야만 편안해지는 상태인 항상성 압력이 생성된다. 따라서 추가 활동을 중단한다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이라도 낮잠을 잘 준비가 됐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일부 수면 특성은 유전적인 영향도 받는다. 예를 들어, DNA의 축복 덕분에 간혹 평균 9시간이라는 일반인의 수면시간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 취침해도 괜찮다. 반대로 DNA 때문에 남들보다 수면시간이 더 길어야 하는 이들도 있다.

개인의 유전적 수면 특성은 개인의 적정 활동 시간을 나타내는 일주기성 생성을 위해 결합한다. 이른 일주기성은 기본적으로 해가 뜨면서 기상하고 일찍 잠드는 생활 습관을 고수하는 아침형 인간을 의미한다. 반대로 ‘느린 일주기성’은 밤 늦게까지 활동하면서 늦게 일어나는 이들을 의미한다. 개인의 수면 시간의 범위는 다양하다. 미국의 어느 한 연구는 인간의 수면 시간에 약 10시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즉, 오전 9시에 근무를 시작하는 것이 일부 직장인에게 현실적으로 생체 시간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베터 소장은 이와 관련, “아침형 인간이라면, 오전 9시에 생체리듬이 오후를 향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오전 9시라는 시간은 생체상 저녁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와 캐나다 합동 연구팀이 퀘벡주 경찰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일주기성이 다른 이들이 아침 근무와 오후 근무, 야간 근무 교대에 보이는 반응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침형 인간은 낮에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이른 시각 근무한 뒤, 더 오랜 시간 취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새벽형 인간은 아침 근무를 할 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또, 늦은 시간에 근무할 때, 다른 동료보다 더 오래 취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맥길대학교 정신과학 교수 겸 퀘벡주 경찰의 생체리듬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다이앤 보이빈(Diane Boivin)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개인의 일주기성은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이빈 교수는 한밤중에 업무나 학업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더라도 유전적 요소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형적인 새벽형 인간이며, 자신이 야행성이라고 말하더라도 인간은 절대 야행성 동물처럼 활동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간호사, 제조업 종사자, 손님 응대 서비스 종사자 등 교대 근무를 하는 미국 근로자 25%에게는 평생 교대 근무를 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보이빈 교수는 “교대 근무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은 소수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전형적인 근무 시간을 고수하는 직종이라면, 직장 근무 시간에 맞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빈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특히 증가한 재택근무가 많은 직원의 일정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보이빈 교수는 이미 이와 관련된 사항을 실험 중이다. 더글라스 정신건강대학 연구소 산하 생체리듬 연구 및 치료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보이빈 교수와 생체리듬 연구 및 치료소는 많은 학생과 연구원에게 유연 근무 시간을 제공한다.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연구소에 찾아와 연구에 협력할 것을 독려하지만, 누구나 더 일찍 출근하거나 더 늦게 출근해도 상관없다. 보이빈 교수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개인의 생체리듬에 따라 근무 일정을 조정하고자 한다. 그러나 항상 업무 일정을 조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경계를 두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이빈 교수의 연구실이 생체리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수면 주기를 따르는 일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간혹 24시간 내내 관찰이 필요한 실험도 있어, 야간 근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수면이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워싱턴대학교 크리스 반스(Chris Barnes) 교수는 유연한 근무 시간을 위해 수면을 대하는 기업의 문화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스 교수는 “근무 시간 관련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반스 교수의 연구는 타인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이 새벽형 인간보다 생산성과 성실성이 더 뛰어나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만약, 반스 교수의 연구 결과와 같은 가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많은 직원이 근무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보이빈 교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직장에서도 일부 직원은 수면 욕구를 충족하는 대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반스 교수는 수면 의자나 수면실도 직원의 휴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근무 시간 도중 낮잠을 자는 것을 게으른 일로 치부하기보다는 일종의 투자로 볼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15분간 휴식을 취하면, 창의성과 효율성, 생산성이 향상된다. 단, 휴식을 취하는 데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 반스 교수는 기업 대표가 수면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직원에게 직접 업무 도중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새벽 2시에 업무 메일을 보내고 즉시 답변받는 것을 기대하거나 아침 일찍 출근하거나 야근하는 직원을 칭찬하는 대신 휴식이 최우선이라고 반복하여 말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장시간 근무해야 한다는 압박과 일이 수면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생물학적 사고가 아닌 사회적 사고에 더 가깝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심히 근무할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기존 일정이 모두에게 최선의 일정은 아니다. 고등학교 등교 시간과 관련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등교 시간이 느릴수록 학생의 취침 시간이 길어지면서 성적과 출석률이 더 나아짐과 동시에 표준 학업 성취도 시험 결과도 향상된다.

반스 교수는 “생체리듬은 궁극적으로 심리적 과정이다. 따라서 생체리듬이 사라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대신, 많은 연구원이 스스로 일주기성을 찾고, 어두운 실내에서 화면을 멀리하면서 꾸준한 취침 시간을 지키는 등 좋은 수면 습관을 갖추는 동시에 자신과 타인의 수면 습관 차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베터 소장은 “특정 수면 습관이 다른 수면 습관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수면 습관의 범위는 다양하며, 모두 문제 될 것 없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Pandemic Changed Sleep Habits. Maybe That’s a Goo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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