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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예술'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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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예술'을 알고 있을까
인공지능이 '스토리'를 가지는 순간, 사람 심금을 울릴 수도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결과물도 '예술'로 분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술 본류에 깃든 심미적 기능이 인공지능 속에 '탑재'돼 있다면, 그것을 감히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 '탑재'라는 단어에 주목하자. 그것이 경험치나 선천적 능력,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프로그램화된 출력물이라면 '예술'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게 될 것이다. 단지 '의미있는 무엇'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의미라는 것을 인정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박물관이나 대중의 취향이 담긴 미술관 벽에 걸릴 수 없다.
 

인공지능의 작품 활동을 예술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사진=MIKE AGLIOLO/GETTY IMAGES]
[사진=MIKE AGLIOLO/GETTY IMAGES]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작가이다. 알파고나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에게 노벨문학상을 부여하기에는 그들의 스토리는 감동이 부족하다. 스토리가 꼭 선천적 장애를 가졌거나, 몇 번의 이혼,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했다는 류일 것일 필요는 없다. 어쩌면 대중이 원하는 스토리는 작품이 만들어지기 까지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예술혼이나 철학으로 승화시켰느냐 하는 진부한 것들이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은 결과물로 인정될 뿐, 예술로 여기기에 부족하다. 현재 서로 다른 인공지능이 상호 경쟁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인 신경망(GAN) 머신러닝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는 바둑 인공지능끼리 대국을 거듭하면서 상호 진화하는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이 서로 경쟁하다 보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한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 내 ‘예술과인공지능연구소(The Ar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는 결과물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인공지능의 것인지 예술가의 작품인지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 결과물을 예술가의 것으로 오인했다. 다수의 의결에 따라 이를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결과 만 놓고 본다면 좀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훌륭한 예술가일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을 고흐나 피카소와 같은 예술가로 인정할 날이 온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가장 앞선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딥마인드와 같은 회사에 거실을 장식할 조각품을 의뢰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머신러닝이 고도화할 수록 더 고차원적인 작품이 나온다는 공식이 증명하는 것은 이들을 '진짜 예술'로 볼 수 없다는 반증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성능이 좋은 기계를 보유한 공장에서 찍어낸 머그잔을 예술품으로 보지 않는 이치와 같다. 굳이 예술작품이길 원한다면, 다른 이름을 만들어 붙이면 된다. 인간의 차별화된 심미적 창조활동에 예술이라는 단어를 고안해 붙인 것처럼 말이다.

2018년 3월 영국 런던 크리스티 옥션 하우스(Christie 's Auction House)에서 열린 경매에서 인공 지능 프로그램으로 만든 한 인물사진이 50만 달러에 팔렸다. 또 인공지능에 의해 연출된 영화 'Zone Out'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올해 3월 한 레코드 회사에 의 인공지능 아티스트의 작품이 공개됐다. 이들은 러시아 문학비평을 지배하던 심리비평 중에 등장하는 '낯설게 하기'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사실 인공지능 작품이 횡횡하는 세상이 오면 흔하고 흔한 나머지 평가 역시 달라질 성격의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인간의 영감과는 차이가 있다. 머신러닝 창작물은 훈련 데이터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물로, 인간의 창의성에 기반해 그것을 캡처한 후 재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를 창조적인 행위로 볼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 미칠 영감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감성적으로 인간에게 다가서기에는 아직 그 기술이 부족하다.

당장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을 쓸모없게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유를 가지고 이 새로운 기계문명이 가져온 작품(결과물)을 감상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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