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혁신 기관 EIT 이노에너지(EIT InnoEnergy)의 업계 전략 총괄인 보 노마크(Bo Normark)는 노스볼트에는 장기 투자 기관을 다수 유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연금 제도와 같은 장기 투자 기관은 일반적으로 탄탄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수익을 낼 좋은 기회를 지닌 안전한 기업에 자금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 투자 기관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노스볼트의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마크 총괄은 노스볼트의 모델 지속 가능성 관련 신뢰는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한다. 노스볼트가 볼보와 함께 스웨덴에 배터리 공장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센터도 설립할 합작 벤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노스볼트는 볼보와의 협력 소식 발표에 앞서 2019년에는 비슷한 내용으로 폭스바겐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다만, 이번 볼보와의 구체적인 협력은 폭스바겐과의 협력과 차이가 있으며, 노스볼트는 스웨덴 현자 차량 제조사이자 노스볼트의 모회사인 폴스타(Polestar)가 사용할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노스볼트 대변인 제스퍼 위가르트(Jesper Wigardt)는 “배터리 셀 측면과 아울러 차량 통합 기술 측면에서도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며, 볼보와의 협력을 통한 폴스타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볼보 CEO 하칸 사무엘손(Hakan Samuelsson)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배터리 설계와는 다른 화학적 특성을 보인 동시에 더 훌륭한 성능을 자랑하는 최신 배터리 개발 계획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노마크 총괄은 사무엘손이 말한 계획의 전망이 흥미로운 이유는 5년간 노스볼트를 유럽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확고한 선두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마크 총괄은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볼보 차량에 탑재될 전기차 배터리 양산에 나서면서 배터리 생산 기술 측면에서 탁월해질 수 있다. 볼보와의 합작 벤처와 함께 연구 부문에서도 협력한다. 볼보와 노스볼트의 협력으로 탄생하는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가 될 것이며, 이 과정에 100% 유럽 기업만의 노력이 투입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노스볼트의 자금 확보와 그 후의 계약이 매우 주목할 만한 동향임이 입증된 그 부분적인 이유는 전기차에 대한 유럽의 애착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 카날리스 부사장인 샌디 피츠패트릭(Sandy Fitzpatrick)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절반가량이 유럽에서 거둔 실적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한 전기차 10종 중 6종은 유럽 제조사가 출시한 모델이다. 그중, 프랑스의 르노 조에(Renault Zoe)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츠패트릭 부사장은 “유럽은 전기차 판매 측면에서 전망이 밝은 시장이다. 전기차 시장이 계속 성장세를 기록하는 유일한 시장이다. 전기차 시장에 있어, 유럽은 호황을 이루는 시장이다. 2020년 기준 전기차 판매량은 220만 대이며,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2020년에 유럽 전기차 시장만이 70% 가까이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전기차에 장착되는 전기차 배터리 상당수가 중국에서부터 수천 마일을 건너 유럽으로 들어온다는 현실이다. 시장 조사 기관 피치 솔루션(Fitch Solutions) 소속 자동차 업계 애널리스트인 올리버 몬티크(Oliver Montique)의 설명에 따르면, 전 세계 기가팩토리 90%가량이 중국에 설립됐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노스볼트의 스톡홀름 연구소 등 일부 전기차 배터리 연구소가 유럽에 설립됐으나 유럽 연구소도 폴란드에서 연구 시설을 운영하는 LG화학 등 아시아 기업이 장악한 상황이다. 베를린 외곽 지역에 건설된 테슬라의 150GWh 공장 등 아시아 대륙 외 다른 대륙의 기업이 운영하는 연구소 가동이 곧 시작될 예정이며, 2020년대 말까지 총 30개 공장이 유럽 전역에 설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가라는 야망에 앞서 유럽은 중국의 시장 장악력을 줄이는 데 크게 집중하지 못할 듯하다. 몬티크는 “유럽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아시아보다 크게 뒤처졌으며, 아시아 대륙이 압도적으로 장악한 상황이 향후 15~20년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은 2017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유럽을 지속 가능한 배터리 생산 및 사용 부문 전 세계 선두로 만들자”라는 취지로 유럽 투자은행의 지원을 받는 정부 및 업계 네트워크인 유럽 배터리 연합(European Battery Alliance)을 설립했을 당시부터 중국 등 아시아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펼쳐왔다. 유럽 배터리 연합은 각종 혜택을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 선두가 되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며, 2019년에는 보조금 32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또, 2021년 초에는 보조금 29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받았다.
그러나 컨설팅 기업 사이아 파트너스(SIA Partners) 부회장 겸 프랑스어 서적 『21세기 최고의 차량은...중국산 차량(And the Car of the 21st Century will be..Chinese)』의 저자인 장 피에르 코니우(Jean-Pierre Corniou)는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너무 늦게 진출해, 중국을 따라 잡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중국 정부는 이미 20년 전, 실제 업계를 장악할 수 있는 무언가 새로운 부문으로 과격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기차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전 세계 산업 구축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또, 코니우는 유럽이 전기차 업계에서의 중국의 야망이 효과가 없으며, 중국의 노력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과장하면서 무시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코나우는 “2009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주제로 연구를 시작했으며, 중국의 성공을 회의적으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다수가 말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이끌 기업 모두 독일과 프랑스, 미국 기업이었으며, 유럽이 미래에도 지속될 매우 강력한 영향력과 솔루션, 최고의 연구·개발 시설, 전기차 시장 진출 시 강점과 높은 인지도를 지닌 브랜드, 강점을 지녔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 기업의 판단 착오 때문에 다수 아시아 기업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모두 유럽 경쟁사를 상대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유럽에 중국 CATL 기가팩토리와 SK이노베이션, 삼성, LG화학 등이 기가팩토리를 건설한 것을 언급할 수 있다. 최근의 자금 투자와 함께 약 120억 달러 상당의 시가총액을 달성한 노스볼트가 투자 기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입증한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 업계에서 유럽 기업이 장악력을 지닌 기존의 상황이 바뀔 정도로 아시아 기업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볼보 이외에도 BMW와 스웨덴 자동차 및 항공기 제조사 스카니아(Scania)의 전기차 배터리도 생산한다. 또, 노스볼트는 배터리 생산 기술과 함께 재활용 능력 개발에도 나선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 능력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노스볼트의 투자 기업이기도 한 테슬라는 지역 주민의 항의 때문에 베를린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노스볼트의 셀레프테오 공장 개발 계획은 지금까지 지역 주민과 함께 성공적으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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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크 총괄은 “스웨덴은 노스볼트가 탄생한 곳이며, 셀레프테오에 노스볼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는 셀레프테오가 산업 도시이기 때문이다. 셀레프테오 공장은 3,000~4,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셀레프테오 지역 주민은 교대 근무의 의미를 이해한다. 셀레프테오에서는 노스볼트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 관련 시청 회의가 열렸으며, 1,000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든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 측면 이외에도 볼보가 노스볼트의 연구·개발 부문과 협력한 사실도 실제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 노마크 총괄은 유럽 배터리 동맹이 가장 먼저 “이미 아시아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해, 모두가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은 끝났다고 말한다”라고 발표한 사실을 전했다.
또, 노마크 총괄은 “유럽이 미래 세대를 기다려야 하므로 전기차 배터리 경쟁 진출이 너무 이르다는 견해를 지닌 이들도 많았다”라고 언급했다.
몬티크는 노마크 총괄이 언급한 사실이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유럽은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 배터리 기술은 18~24개월 단위로 진화한다. 유럽은 지금까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부문에서 뒤처졌기 때문에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10년 후면 연구·개발 투자 성과와 배터리 기술을 통합하기에 더 나을 것이다. 이는 유럽 특유의 접근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노스볼트가 직면할 문제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 경쟁을 향한 여정에 지출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과 대규모 시설 건설 등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유치한 자본 27억 5,000달러 확보 경쟁이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노스볼트 CEO 피터 칼슨(Peter Carlsson)은 주식 상장을 통해 자본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암시했으며, 위가르트는 “노스볼트는 주식 상장이 흥미로운 진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칼슨의 암시 내용을 확인해 주었다. 주식 상장은 적어도 유럽 배터리 시장의 강점을 시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 배터리 시장 시험 기회를 얻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이와 관련, 위가르트는 “노스볼트는 현재의 공장 건설 단계를 고려하면, 지금처럼 주식 상장을 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도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