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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가 마스크 착용하는 이유, ‘박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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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가 마스크 착용하는 이유, ‘박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미국 연방의 새로운 지침은 과학자에게 보호 장비를 착용해, 인간이 동물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By ERIC NIILER, WIRED US

댄 펠러(Dan Feller)와 같은 박쥐 생물학자는 매년 여름 연구실을 떠나 숲으로 향해 연구 중인 박쥐를 찾기 위해 현장 답사 시즌에 흥분한다. 이번에는 메릴랜드주 산과 삼림지대에서 박쥐 10종을 찾았다. 박쥐는 번식기이면서 박쥐의 먹이인 곤충이 가장 많은 여름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다.

그러나 2021년도 현장 답사는 예년과 다르다. 매우 얇은 그물망이나 특수 설치된 덫(박쥐가 다치는 일은 없으니 걱정할 것 없다)으로 박쥐를 포획하는 대신 펠러 박사와 미국 전역의 다른 생물학자 모두 박쥐의 음파를 탐지하는 음향 장비로 박쥐 개체 수를 원격으로 집계한다. 인간이 박쥐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감염할 위험성 때문이다.

다소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으나 인간보다 박쥐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더 보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박쥐에게서 시작돼, 다른 동물 종에도 전파한 뒤 인간에게도 전파되면서 전 세계에 퍼진 것이 유력한 SARS-CoV-2 바이러스의 전염 경로가 반대로 바뀌고 있다. 인간이 동물에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다. 이를 역파급이라고 말한다.

메릴랜드주에서는 펠러 박사와 같은 연구원이 인간의 바이러스를 박쥐에 전파하거나 반대로 박쥐의 바이러스를 인간에 전파하는 상황에 모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1990년부터 매년 연례 박쥐 조사를 시행해온 펠러 박사는 “생물학계는 박쥐 포획 연구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해, 더는 박쥐를 직접 다루지 않는다. 그동안 준비해온 박쥐와 관련된 일부 연구를 재평가했다. 추가 정보를 얻을 때까지 조사 방식을 바꾸었다”라고 밝혔다.

펠러 박사를 포함한 다른 생물학자 모두 2021년 여름, 박쥐가 날면서 길을 찾는 데 이용하는 음향 신호를 기록하는 기기를 이용할 것이다. 다만, 뉴욕 올버니 인근 동굴 네 곳에서 최초로 등장한 뒤 박쥐 개체 수 90% 이상이 사망하게 된 흰색코 증후군(white-nose syndrome)의 징후를 찾기 위해 음향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2007년, 흰색코 증후군 때문에 박쥐 1만 마리가 넘게 사망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과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서비스(US Fish and Wildlife Service)는 최근 들어 펠러 박사와 같은 생물학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지침을 발행했다. 해당 지침은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해, 박쥐와 가까이 접촉할 때나 많은 동물이 동면하는 겨우내 동굴 속에서 동물 연구를 할 때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것을 권고한다.

포획되지 않은 동물 연구 허가를 감독하는 몬태나 어류·야생동물·공원 소속 기타 동물 총괄인 크리스티나 스머커(Kristina Smucker)는 “박쥐도 인간 공동체와 똑같이 다루고 있다. 박쥐를 안전한 상태로 보호하기 위해 개인 보호 장비를 사용할 것이다. 즉, N95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연구원의 체온 측정도 한다는 의미이다. 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면, 연구를 허가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연방 기관은 야생동물 건강 및 바이러스 전문가와 1년 내내 논의한 뒤, 각종 지침을 발행했다. 지침 사항에는 연구원이 박쥐를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시킨 과거의 두 가지 실험 관련 데이터도 포함됐다. 2020년 12월에 공개된 첫 번째 연구에서 미국 지질조사국과 위스콘신대학교,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의 합동 연구팀은 미국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박쥐 종 중 하나인 큰 갈색 박쥐가 코로나바이러스 면역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와 별도로 2020년,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는 주로 지중해와 유럽, 북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이집트 과일 박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연구는 미국 과학자와 야생동물 관리자가 박쥐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확률을 평가했으며, 어떠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을 지닌 박쥐는 평균 1,000마리당 2마리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2021년 5월, 연구 논문 발표 예고 웹사이트인 bioRxiv에 32페이지 분량으로 연구 내용이 게재됐으나 아직 공동 심사과정이나 논문 정식 게재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연구 분량은 적지만, 메릴랜드주 미국 지질조사국 동부 생태과학 센터 생물학 연구원인 에반 그랜트(Evan Grant)는 연구팀이 아직은 보호장비 착용을 고려할 정도로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그랜트는 “연구팀은 북미 일대에 서식하는 박쥐 종에 SARS-CoV-2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박쥐 종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가 박쥐 종에 전파된다면, 나중에 병원보유체의 유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물 사이에서 진화하는 과정이 더 자세히 알려지기 전까지 새로운 지침이 인간과 박쥐 모두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연구 논문 발표 예고 글은 연구팀이 연구를 시행하기 3일 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 박쥐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성이 66% 줄어들며, N95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면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이 95%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의료용 마스크 착용 시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은 89% 감소하며, 일반 면 마스크와 안면 보호 장비 착용 시 전파 위험은 각각 54%와 23%씩 감소한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펠러 박사 연구팀은 박쥐를 직접 다루지 않지만, 오하이오대학교의 박쥐 연구원 겸 부교수인 조셉 존슨(Joseph Johnson)은 오하이오 연구팀은 필요한 상황에서 박쥐를 직접 다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와이어드에 이메일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는 박쥐를 직접 다룰 수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자연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박쥐 연구를 하며, 현장 답사를 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박쥐에 접근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박쥐 한 마리를 직접 다룰 때마다 각각의 나이트릴 장갑을 착용하며, 박쥐와 접촉할 때는 모든 오염물질을 제거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인간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 서식하는 박쥐에 전염될 위험성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북미 전역에 서식하는 박쥐는 지난 20년간 병원진균 때문에 발병하는 흰색코 증후군 때문에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하는 등 큰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2006년부터는 동면하는 박쥐에게도 감염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흰색코 증후군을 널리 퍼뜨린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옮긴 유럽 배낭여행객이 미국에 들어오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흰색코 증후군 때문에 박쥐 수백만 마리가 죽음을 맞이했으며, 최소 12종이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미국과 캐나다 절반 지역이 흰색코 증후군의 영향을 받았다. 메릴랜드주에는 흰색코 증후군이 2010년부터 발견됐으나 몬태나주에는 2021년부터 등장했다.

스머커 총괄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큰 타격을 받은 여러 종에 한 가지 이상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일으키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박쥐의 서식지를 빼앗은 풍력발전소 내 회전하는 터빈 날개 때문에 박쥐가 위협받고 있으며, 박쥐의 먹이가 되는 곤충 개체 수도 감소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그는 “이미 박쥐 보호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잔뜩 존재한 상황에 SARS CoV-2의 위협이 가장 심각한 위협 요소로 추가됐다. 이에, 많은 연구원이 현재 진행하는 연구와 박쥐 종을 다룰 방법에 집중한다”라고 말했다.

스머커 총괄은 야생동물 생물학자도 광견병이나 한타바이러스 등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보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 인간도 바이러스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 생태계의 일원임이 입증됐다. 스머커 총괄은 “인간과 동물이 서로 감염시킬 수 있는 질병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다룰 때, 인간이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더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Biologists Mask Up to Protect Bats (Yes, Bats) From 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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