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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이탈리아의 디지털 민주주의가 전하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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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이탈리아의 디지털 민주주의가 전하는 경고
이탈리아 정당 오성운동과 자체 투표 플랫폼 간의 협력은 온라인 정치의 미래에 나쁜 징조를 드리운다.
By MICHELE BARBERO, WIRED UK

이탈리아 야당인 오성운동(5SM)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라는 혁명적인 계획으로 이탈리아 정치를 뒤집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5SM은 간신히 당 내부를 180도 바꾸고는 온라인 투표 플랫폼이 마비되도록 한 악몽과도 같은 파장에서 꼼짝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2000년대 말,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Beppe Grillo)와 디지털 기업가 지안로베르토 카사레지오(Gianroberto Casaleggio)가 창당한 반기득권 성향의 정당인 5SM은 억압된 시민 수천 명을 정치에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빈번히 이루어지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전략적 결정 관련 발언과 후보 선택 권한을 준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지난 2개월간 5SM의 내부 과정은 스위스 정치 철학자 겸 직접 민주주의 사상가의 이름을 딴 웹 플랫폼 루소(Rousseau)를 소유한 협회와의 고통스러운 분열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그동안 루소는 5SM이 자체 투표와 논의를 하는 데 활용되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5SM과 루소의 교착 관계가 끝난 사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5SM의 온라인 민주주의라는 유토피아 부활 가능성과 관련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여러 측면에서 5SM과 루소의 분열은 참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정치적 분열보다는 희극적 오페라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루소 협회 창립자 지안로베르토 카사레지오와 그의 아들이자 지안로베르토가 2016년 사망한 뒤부터 회장직을 맡은 지안로베르토의 아들 다비드(Davide)는 오랫동안 5SM 선출직 관료가 지도자층을 칭송하면서도 루소 협회의 수익 상당수를 차지하는 월 300유로 상당의 할당 비용 지급을 중단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루소 협회 측은 약 45만 유로 상당의 추가 비용 지급을 청구했으나 5SM은 이를 거부했다. 또, 오래전에 탈당한 인물의 할당 비용까지 포함한 채로 계산한 금액이며, 이전에도 전혀 요청한 적이 없는 서비스 비용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월, 논쟁이 심화되자 루소 협회는 공식적으로 5SM의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운동의 디지털 창구 역할을 중단하고는 최악의 상황에서 당 내부의 정치적 생명을 가로막았다. 2021년 3월부터 5SM은 전직 이탈리아 총리인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를 새로운 차기 지도자로 두고 있다. 그릴로는 콘테 전 총리를 차기 지도자로 임명해, 정부에서의 불안정한 3년이라는 시간 때문에 지친 상태인 5SM을 재구성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5SM의 전통과 콘테의 지도력, 정치적 계획 간의 조화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제한될 것이다. 진전이 없는 루소 협회와의 관계 중단 상황 때문에 투표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돼, 콘테 전 총리가 매우 비정상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5SM과 루소 협회가 의견 합의를 하지 못하는 중요한 요소는 루소에 등록된 회원 수천 명의 개인 데이터 관리 문제이다. 5SM은 루소 플랫폼 회원의 상세 연락처 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루소를 대체할 플랫폼을 채택한다면, 회원 기반을 처음부터 재구성해야 할 수밖에 없는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의도이다. 그러나 카사레지오는 루소 회원 개인 데이터를 건네는 것에 오랫동안 반대하면서 5SM에 법적 대표가 없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5SM과 루소 협회 간 회원 개인 데이터를 둘러싼 갈등은 2021년 6월 초, 이탈리아의 데이터 보호 당국의 판결을 통해 합의됐다.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 당국은 루소 협회에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5SM과 공유하도록 명령했다. 콘테 전 총리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전달 문제는 할당 비용 지급 문제로 카사레지오와 연락하면서 루소 회원 데이터 문제를 해결했으며, 최근의 새로운 변화를 5SM의 새로운 과정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5SM이 당의 운영 시스템으로 분류하던 루소 협회와의 관계를 끝낸 상황은 5SM 자체의 중대한 변화를 나타낸다. 또한, 5SM이 정당 홍보에 사용하던 기술대중영합주의라는 꿈의 실제 전망을 나타내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인터넷은 항상 5SM의 전략에서 핵심 요소가 됐다. 5SM 창당 초기부터 베페 그릴로의 블로그는 본질적으로 베펠로가 항상 일컫던 ‘웹의 대중’의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5SM의 노선을 형성했다. 2009년 창당 후 몇 년간 많은 사회 운동가가 밋업(Meetup)이라는 비슷한 관심사나 명분을 지닌 사용자를 연결하도록 설계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을 형성했다. 밋업 그룹은 결국 수천 명의 구성원을 모았으며, 이후 5SM이 된 최초의 지위 생성에 도움을 주었다.

5SM이 이미 과거 몇 년간 온라인 투표를 개최한 가운데, 루소는 2016년, 지안로베르토 카사로지오가 사망한 당일에 개설됐다. 루소는 정당을 지원하는 여러 플랫폼 중 가장 복잡한 플랫폼에 해당하며, 5SM에 다양한 툴을 제공함과 동시에 구독자가 국가 법안 및 지역 법안 작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온라인 교육과 법적 지원은 물론이고, 예비 선거와 국민투표에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루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공식 인증된 사용자 수는 19만 5,000명이며, 그중 11만 2,000명이 투표권을 지녔다. 또한, 지금까지 340회가 넘게 투표를 진행했으며, 수만 명이 가장 중요한 부분에 참여했다.

5SM 내에서 많은 당원이 여전히 루소 사이트의 장점을 강조하는 데 혈안이다. 유럽의회의 5SM 대표인 티지아나 베긴(Tiziana Beghin)은 법안 통과 기한 종료를 며칠 앞둔 시점에 “10년 전, 이탈리아는 시민보다는 기득권층에 더 대응하는 정당 간의 충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SM은 직접 민주주의 덕분에 이탈리아가 정치적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5SM의 플랫폼 덕분에 다른 여러 정당처럼 지도자나 소규모 특정 집단 대신 시민이 많은 정치인을 직접 선출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은 5SM이 서서히 더 주류 정당에 가까운 방향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가 사실상 우선순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바로 루소와의 갈등을 촉발한 부분이기도 하다.

5SM은 한때 다른 정당과의 동맹 관계를 거부하던 독자적 정당 세력이었으나 2018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끊임없이 다양한 연합 형태로 정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극우 정당인 동맹(League)와 연합체를 형성했다. 이후, 민주당과 동맹을 맺었으며, 2021년 2월부터는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총리의 국가 통합 정부의 지지 정당이 되었다.

5SM에 2018년 선거 승리 이후부터 시작해 2021년까지 몇 가지 중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5SM의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야심 차게 준비한 기본 소득 제도가 의회의 승인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5SM 지지 세력은 씁쓸하게도 수많은 사항을 양보해야 했다. 5SM이 그동안 신랄하게 비판하던 다수 정당과 협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5SM의 지지율은 약 15%로, 2018년 선거 당시의 32%보다 훨씬 부족한 수준이다.

로마 귀도카를리자유국제사회과학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로베르토 디알리몬테(Roberto D’Alimonte)는 “직접 민주주의 계획은 지안베르토 카사레지오의 의견이었다. 2016년, 카사레지오가 사망하면서 5SM의 직접 민주주의의 실패가 드리워졌으며, 이제 직접 민주주의가 끝났다. 베페 그릴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콘테 전 총리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5SM의 미래는 직접 민주주의와 매우 거리가 멀다”라고 설명했다.

디알리몬테 교수는 온라인 투표가 5SM의 정치 생명의 일부로 남을 것이지만, 빈도와 지정된 역할이 줄어들면서 동시에 기존의 구조와 의사 결정 과정을 더 채택하게 될 것이다. 루소와 루소 관리자이자 아버지의 유산을 보호하고자 한다는 다비드 카사레지오라면 거의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한다.

다비드 카사레지오는 주말 내내 5SM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는 5SM의 모습이 아니다. 아버지께서는 지금의 5SM을 인정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라고 작성했다.

그러나 5SM의 디지털 민주주의 모델은 전성기일 때도 논란이 되었다. 첫 번째 우려는 루소가 겪은 몇 가지 보안 공격과 관련이 있다. 2017년, 어느 한 블랙 해커 집단이 루소 플랫폼에 침입해, 루소 데이터베이스를 전부 0.3비트코인(당시 가격 기준 약 860유로)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 당국은 루소가 불분명한 등록 시스템을 사용해, 사이버 공격에 특히 취약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에, 루소는 최고 보안 표준을 따르도록 플랫폼을 다시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비판 세력은 루소 플랫폼에 존재한 온라인 과정의 민주주의적 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안 작성의 신중함과 질적인 기여가 온라인 투표보다는 중요시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투표는 종종 이분법적이며 ‘예’/’아니오’로만 답변하는 국민투표로 축소됐다. 국민투표 방식으로 축소돼, 5SM의 지도자가 선호한 압도적인 자동 승인이 거의 실패하지 않았다. 5SM이 2019년에 치른 총 40차례 이상의 국민투표 중, 다수 참여자가 최고위급 관료의 반대에 직면한 사례는 단 두 건이다.

모든 이는 똑같이 중요하다는 5SM의 구호에도 불구하고 5SM이 직접 투표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은 고대 아테네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시민을 모아 투표를 진행한 것보다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9세기, 권위주의 통치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지도자가 상담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포함해, 기반을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20년 2월, 5SM이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새로운 정부로 돌아가야 하는가를 두고 루소 플랫폼 회원을 대상으로 질문했을 당시 질문은 드라기 정부가 5SM의 주요 성과를 옹호해야 한다는 질문을 강조했다. 당시 60%에 가까운 투표 참여자가 새로운 동맹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90% 이상이 5SM이 바라는 답변에 찬성했다.

5SM의 단점과 최근의 문제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디지털 툴을 사용한 시민의 정당 정치 직접 참여는 가까운 미래에 채택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디알리몬테 교수는 “인터넷을 사용해, 정당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인터넷이 제 기능을 하는 민주주의를 바꾸고 있으며, 우리는 인터넷이 가져오는 민주주의의 변화 속 시작 지점에 있다”라고 말했다.

5SM의 사례는 전 세계에 급부상하는 디지털 정당 무리 중 하나이다. 스페인에는 극좌 성향을 지닌 포데모스(Podemos)가 당원의 논쟁과 투표 공간이 되는 루소와 같은 형태의 플랫폼을 채택했다. 또, 프랑스의 과격 좌익 성향 정당인 라 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가 비슷한 온라인 툴을 사용했다. 주요 사회 민주주의 정당인 스페인의 PSOE와 독일의 SPD, 영국 노동당 등도 정당 내부 과정의 전자 참여 형태 실험을 시작했다. 대만에서는 정부의 후원을 받는 해커 세력이 플랫폼 사용자가 충분한 법적 조치를 할 법안 발의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온라인 플랫폼 등 대중의 정책 결정 참여를 위한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다.

항상 느린 관료주의적 기계로 치부된 유럽연합 기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유럽연합 의회의 5SM 소속 의원인 마리오 푸로레(Mario Furore)는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이 의견을 공유하도록 하기 위한 다국어 온라인 플랫폼 사용을 논의한 포럼인 유럽의 미래 콘퍼런스(Conference on the Future of Europe)를 5SM의 모델이 유럽 전역에 확산한다는 증거로 언급했다.

2019년, 다비드 카사레지오는 “5SM의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경험은 인터넷이 기존 정당 형성 방법과 기존의 민주주의 정치 기관 모델을 더 포괄적이면서도 불분명하고 비경제적으로 만든 방식을 입증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디지털 민주주의가 시작되어 이미 진행 중이며, 5SM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과정을 만들고 드디어 이에 참여한다. 그러나 5SM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이끄는 것을 더는 열렬히 원하지 않는 듯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Italy’s failed digital democracy dream is a w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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