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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실패한 블로그,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한 공허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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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실패한 블로그,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한 공허한 외침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확장이 없다면, 능동적인 인터넷 사용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By PHILIP M. NAPOLI, WIRED US

전직 미국 대통령이자 한때 SNS의 왕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달간 운영한 블로그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블로그 게시글 조회 수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적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도널드 J. 트럼프의 데스크(From the Desk of Donald J. Trump)’라는 블로그까지 더해 블로그 운영 첫날 최고 방문자 수가 15만 9,000명으로 양호했으나 그다음 날 3만 명을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일일 방문자 수가 1만 5,0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로그를 폐쇄하기로 한 것은 자신의 형편없는 지도력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이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계정이 금지되기 전까지 트위터에서 8,000만 명이 넘는 추종자에게 명령을 내렸으며, 공화당 정치계의 핵심 인물로 남았던 이가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이처럼 보잘것없는 블로그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유력 경제지 포브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블로그 트래픽이 애완동물 입양 사이트인 펫파인더(Petfinder), 음식 사이트 잇 디스 낫 댓(Eat This Not That)보다 저조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형편없는 블로그 트래픽의 해답은 오늘날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와 온라인상에서의 대중의 콘텐츠 참여 방식이라는 불가피한 역동적인 변화에 있다. 언론을 공부한 이 상당수가 콘텐츠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푸시 미디어(push media)’와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풀 미디어(pull media)’ 간 차이점을 구분해왔다. 기존 TV 방송이 전형적인 푸시 미디어이다. 사용자가 채널을 변경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 없이 수많은 콘텐츠 방송을 사용자의 TV로 받아볼 수 있다. 반면, 웹은 초기에 전형적인 풀 미디어의 모습을 보였다. 사용자는 종종 관심 콘텐츠를 찾고자 적극적인 검색 활동을 해야 했다. 검색 엔진과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나아갈 방법은 온라인에서 가장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를 발견하기 위한 핵심이었다. TV가 수동적인 사용자를 위한 상향식 매체였다면, 웹은 능동적인 사용자를 위한 참여형 매체이다. 이와 같은 일반화를 더는 지지할 수는 없지만, 콘텐츠 종류의 차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블로그가 처참한 실패를 맞이한 이유를 생각하도록 한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선택할 수 있는 사이트가 수백만 개에 달하는 등 고도로 분열된 웹 풍경에서 트래픽 생성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초창기 웹 스타트업이 지루하면서 오래된 TV 방송에 송출되는 슈퍼볼 광고에 거액을 지출하고는 기본적으로 푸시 미디어가 정보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콘텐츠로 사용자를 끌어들이도록 유도했다.

이후 SNS가 웹을 풀 미디어에서 푸시 미디어로 변신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이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생성하면서 뉴스피드 내려보기 기능을 도입함과 동시에 뉴스피드 내 콘텐츠를 엄선하고 추천하기 위해 갈수록 첨단화된 알고리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로써 SNS는 온라인에서의 관심을 끌 중요한 수단이 됐다.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검색하는 것에서 수동적인 뉴스피드 내려보는 과정으로 진화하거나 퇴화해, 친구나 가족, 그리고 플랫폼의 뉴스피드 알고리즘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무엇이든 클릭한다. 이 때문에 “뉴스가 중요하다면, 뉴스가 나를 찾을 것”이라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중요한 불만이 등장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전형적인 풀 미디어의 시작이 된 요소에서 SNS 사용자는 미디어 소비에서 유례없는 수준으로 추정되는 수동성을 지니게 됐다. 소파에 상체를 뒤로 젖힌 채로 앉아서 TV를 오랫동안 시청하던 이들이 서서히 구부정하게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만 보는 스마트폰 좀비로 바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블로그 실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을 형성하던 과격한 정치적 극단주의 세력이라도 수동적인 SNS 의존 모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미디어 소비 습관을 지닌 사실을 나타낸다. 따라서 알고리즘적 확장을 생성하기 위해 함께 동반되는 SNS 계정이 없는 기존 블로그는 트위터 게시글 단 하나로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온라인 참여 집단을 얻을 수 없다. 심지어 대중적인 인물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녔더라도 온라인에서의 대중의 관심 분배를 크게 모방하는 플랫폼 의존도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블로그가 SNS의 추종자 무리와 확장 툴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 없이 인기를 얻을 수 없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블로그 실패는 여러 SNS 플랫폼 대기업이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에 대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SNS 플랫폼의 콘텐츠 소비에 대한 권력을 포기하면서 풀 미디어에서 웹의 푸시 미디어 모델을 열렬히 받아들인 것에 책임감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블로그 실패를 웹의 초기 모델과 능동적인 인터넷 사용자 개념의 마지막 결정적인 실패로 되돌아보아야 할 수도 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rump's Failed Blog Proves He Was Just Howling Into the 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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