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드 코리아=서정윤 기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동통신 3사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 여의도 파크메리어트에서 29일 오전 7시 30분에 열린 이날 간담회는 최 장관을 비롯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자리했다. 이들은 이른 아침 만나 5G 망 투자 확대와 산업 활성화 등 통신분야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논의 내용 중 일부만을 과기정통부 측이 브리핑을 통해 현장에서 발표했다. 최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5G는 요금제가 비싼 편이라 가계 부담이 있다”고 지적하며 “요금제를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통신3사 대표는 “5G 확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중저가 요금제도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부의 요구가 다소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간담회에 앞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정호 사장은 “(중저가 요금제는)아직 시기상조”라며 “가입자가 부족하고 망 구축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5G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있어 경영 압박이 있다는 데 뜻으로 풀이된다.

최 장관은 5G 통신망 확충을 위해, 통신 3사와 내년도 투자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통신3사는 올해 이미 많은 투자를 해 경영 부담이 있으나,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통신3사가 5G 설비에 투자한 비용은 8조2000억 원에 달한다. 

통신3사는 5G 서비스범위를 넓히기 위해 함께 손잡고 통신 공동망을 구축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각자 구축하면 범위가 낮을 수 있어 해외에서는 통신사가 함께 통신망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통신망은 일부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28㎓ 5G, 내년 하반기에 가능

과기정통부가 지속적으로 권장해 온 28㎓(기가헤르츠) 대역 5G 네트워크는 내년 하반기에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5G는 6㎓ 이하 주파수 대역과 초고주파 대역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아직 국내에 상용화된 5G는 모두 3.5㎓ 인근 대역대를 이용한다. 전파는 대역폭이 넓을 수록 통신속도가 빨라진다. 넓은 주파수 대역을 확보할 수 있는 28㎓가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기에 유리하다. LTE보다 20배 정도 빨라 ‘진정한 5G’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통신 3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28㎓ 대역을 사용하면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져 기지국을 훨씬 더 많이 깔아야 한다. 단말기와 소프트웨어(SW) 에서도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지국은 실험 중에 있으며 SW와 단말기 칩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28㎓ 대역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3사는 5G 네트워크를 상용화하기 위해 현재 기지국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 중에는 28㎓가 설치되도록 준비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고성능 통신서비스를 위한 인공지능(AI) 칩 개발을 지원해달라”는 통신 3사의 요청도 있었다. 최 장관은 AI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서울대 공대 전기정부공학부 교수 출신이다. 통신 3사 측은 “GDP의 10%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며 “AI칩 지원이 원활해야 통신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