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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공급 부족 사태, 삶의 목적 악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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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공급 부족 사태, 삶의 목적 악화시키다
10대인 필자의 아들이 그래픽 카드를 구할 수 없기 되자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 격리조치라는 외로운 몇 개월이 지나면서 아들의 말이 옳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By JENNIFER BERNEY, WIRED US

사춘기인 필자의 아들의 노트북에 지난 몇 달간 완전히 수명이 다할 것이라는 경고 신호가 있었다. 배터리가 제대로 된 충전을 중단했으며, 힌지도 느슨해졌다. 그리고, 몇 년간 키보드를 세게 누르며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명령 실행을 해, 키보드에서 W 키가 떨어져 나갔다. 새해에 노트북이 수명을 다하자 아들은 충격에 빠진 상태가 되었다. 필자의 아들은 눈을 크게 뜬 채로 필자를 올려보며 겁에 질린 채로 “이럴 수가”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2020년 봄, 학교 임시 폐교 조치가 내려지자 게임이 필자 아들의 일상이자 친구와 연락할 수단이 되었다. 필자는 아들에게 컴퓨터가 망가진 것이 심각한 일은 아니라고 설득하려 했다. 필자의 아들은 1년간 돈을 모아 게이밍 PC를 조립했다. 이제 필자의 아들이 사용하는 노트북은 고장 났으며, 필자는 아들의 새 노트북 구매 비용을 지원했다. 그러나 아들은 필자의 설득에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게이밍 PC 조립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품을 구매했으나 PC 조립 완성에 필요한 그래픽 카드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그래픽 카드 수요가 증가해,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아들에게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래픽 카드 부족 현상이 2020년 3월, 미국에서 발생한 휴지 부족 사태와 비슷한 일이라고 짐작했다. 휴지 부족 사태는 시장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시적인 문제였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

필자가 자체적으로 연구를 했다면, 그래픽 카드 부족 사태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제품 제조와 출하 지연부터 시작해 다양한 요소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이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타인과의 연락을 위해 온라인 게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가중되자 필자의 아들은 거듭 정당한 분노를 담은 어조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봇을 사용해, 제한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지는 순간 제품을 구매하고는 천문학적으로 비싼 추가 가격으로 되파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카드 공급 부족 사태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암호화폐 채굴 목적으로 그래픽 카드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 사이에서의 공급 부족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필자를 비롯한 많은 부모는 자녀가 지난 1년 내내 여러 활동 참여를 중단해, 기분이 우울해지고 분노를 느낀 뒤 결국 수면 장애와 정상적인 식사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이어진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첫 달, 필자의 아들은 도어락과 환풍기가 설치된 욕실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필자 부부가 문을 넘어 함께 활동하자고 큰소리로 외치며 말했을 때, 아들은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이 샤워한 뒤, 식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 중대한 협상이 필요했다. 아들을 기쁘게 하는 요소는 거의 없는 듯했으며, 지금도 아들이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디스코드를 통해 친구와 이야기할 때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듣는다. 아들은 종종 자신의 노트북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헤드셋에 빠르게 말하며 결국 몇 시간 전에 준 샌드위치를 먹는다.

필자의 아들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와는 다르게 봉쇄조치가 시행되는 동안 많이 성장했다. 아들은 변성기를 거치며 목소리가 저음으로 변했으며, 신발 사이즈도 3사이즈나 커졌다. 그러나 필자는 아들이 게임을 할 때, 아들을 흘끗 보면서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으로 급격히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생각한다. 아들에게는 마인크래프트가 코로나19 시대의 바깥에 존재하는 세상이다. 바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정의되는 제한이 없는 공간이다. 마을 사람끼리도 6피트(약 2m) 이상 떨어져 있거나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대면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어는 그저 창의적인 모드로 전환하며 죽음을 피할 수 있다.

필자는 아들의 일상적 사회적 개발 활동이 마인크래프트 속에서 얼마나 지속해서 이루어지는가를 보고 놀랐다. 아들은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면서 큰 소리로 말하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심지어 필자의 아들이 게임 속 친구와 함께 마인크래프트 게임 도중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며 대화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어느 한 플레이어가 조약돌과 블레이즈 아이템을 훔쳤다며 허위로 아들의 오랜 친구를 비난한 적이 있었다. 이때, 필자의 아들이 친구 대신 문제에 개입해, 일시적으로 서버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 아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것이 자랑스러웠으며, 마인크래프트가 필자에게 아들이 또래 집단 사이에서 어떤 성향을 지닌 아이인지 볼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해주어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은 더 이상 자신의 에너지를 표출할 수단이 없으며, 필자에게도 아들의 모습을 지켜볼 창구가 사라졌다. 2021년 1월 1일, 아들의 노트북이 망가진 날, 1월 16일이면 신제품이 입고되리라 예상한 유통 매장에서 그래픽 카드를 사전 주문했다. 아들은 1월 16일이라는 날짜가 입고 확정 날짜가 아닌 입고 예상일이라는 사실을 필자보다 더 잘 이해했다. 아들은 달력을 보고는 실망했다. 필자는 “분명히 1월 16일이면 신제품이 입고될 것이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몇 주가 지나자 아들은 집착하다시피 그래픽 카드 예상 도착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몇 주 뒤, 아들은 필자에게 실망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예상일에 맞추어 그래픽 카드가 입고되리라는 희망이나 예측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주 후, 아들은 크게 실망했다. 집안 곳곳을 계속 빠른 속도로 걸어 다니며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어느 한 기사는 다수 심리학자가 모호한 상실(ambiguous loss)이라고 부르는 문제 때문에 많은 청소년이 정신 건강 부문에서 큰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구조와 보안, 예측 가능성의 상실에 슬퍼한다. 모두 가상 세계에서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모든 변화를 겪으면서 친구와의 연락을 중단한다. 필자는 종종 아들이 겪는 상황이 필자의 경험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필자는 양육과 재택근무를 모두 수시로 돌아가면서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지지만 언젠가 이전과 같은 일터에서 같은 일을 하며, 같은 동료를 마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아들은 2020년 3월에 잃어버린 세계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아들과 마찬가지로 아들 또래도 코로나19 시기에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맞이했으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각자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졌다. 아들이 현재 원격으로 수업에 참석하는 중학교는 딱 한 번 직접 방문했다. 아들은 한 학급에 다른 학우 5명만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아직 선생님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

마침내 2월 24일, 유통 업체에서 주문이 취소됐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다. 이 시기에 필자의 아들은 다음날 배포될 제한적으로 공급될 제품에 주목하고 있었다. 아들은 그날 온라인 수업을 빠지고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러 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필자는 허락했다. 그리고 오전 9시, 아들은 그래픽 카드를 구할 수 있을 유통매장 웹사이트 두 곳의 탭을 실행하고는 바로 입고된 제품이 동나기 전, 그래픽 카드를 장바구니에 담을 때까지 페이지를 계속 로딩했다. 또다시 아들은 희망고문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아들은 계속 슬픔에 잠겼다.

필자가 코로나19와 함께 얻은 교훈은 그래픽 카드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아들의 세계를 통제할 수 없으며, 필자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것을 아들에게 약속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괜찮을 것이라는 말이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는 세계를 예측할 수 있지만, 그다음 날이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지금 당장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들을 지지하면서 온라인 유통 매장 사이트 탭을 새로고침할 때, 아들의 주변을 서성이는 것뿐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e GPU Shortage Deepened My Existential D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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