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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면접관은 컴퓨터”… 인공지능이 바꾼 취업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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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면접관은 컴퓨터”… 인공지능이 바꾼 취업현장
취업준비생 ‘부담가중’ 지적 나오지만 “공정 평가 가능해 도리어 기회” 목소리도
많은 취업준비생이 AI면접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Unsplash]
인공지능 면접이 시행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또 다른 숙제로 인식되고 있다[사진=Unsplash]

[와이어드 코리아=서정윤 기자] “전형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네요.”

인공지능(AI) 면접을 준비하던 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이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대기업 면접 시즌이 되며 취준생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500여 명의 취업준비생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나온 목소리다.

AI면접을 본 사람이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올리면 비결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쏟아졌고, 불합격 한 사람은 그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채용시스템에 AI을 도입한 기업은 의외로 많다.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후 벌써 2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AI가 서류전형에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면접에도 활용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SK C&C가 개발한 AI플랫폼 ‘에이브릴’을 활용해 신입사원 서류를 평가한 바 있다.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도 AI를 서류전형에 활용 중이다. 지원자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AI가 검토해 인재 부합도와 직무 적합도,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 등을 가려낸다. 

AI면접은 이제 채용 필수 절차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AI면접 시스템 개발사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국내에서 AI면접을 진행한 기업은 약 185곳이다. 이 중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도 포함됐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올 하반기 공개채용부터 '제네시스랩'에서 개발한 솔루션을 도입해 AI면접을 진행했다. LG그룹은 이번 하반기를 시작으로 AI면접을 전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원자의 얼굴을 인식해 면접에 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실용화 돼 있다. [사진=제네시스랩] 


◆AI는 어떻게 지원자를 평가할까? 

AI면접은 얼굴인식기능을 이용한다. 지원자는 면접장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편한 장소에서 컴퓨터에 부착된 카메라로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 질문은 지원동기와 같은 공통질문과 직무관련 개별질문으로 나뉜다.

AI는 녹화된 영상을 토대로 지원자의 음성 높낮이, 제스처, 자주 사용하는 단어 등을 분석하고 지원자가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판단한다. 얼굴인식기술은 영상에서 얼굴 영역을 자동으로 검출하고 분석해 표정 등을 판별해내는 기술이다.

페이스북이 2014년 처음으로 얼굴인식에 AI 학습기능인 ‘딥러닝’을 접목하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해졌다. 처음에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해 내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표정과 음성을 분석해 지원자의 태도나 성향을 분석하는 데 이르렀다. 

AI기술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데이터가 중요하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를 쌓고 분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회사마다 인재상이 다르고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영복 제네시스랩 대표는 “대기업에서 30년간 근무한 인사담당자, 그룹사 회장 비서 등 인사전문가를 섭외해 데이터 30만개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분류해 AI에 학습시켰다”고 설명했다.

지원자의 인터뷰 영상에서 AI를 통해 꼭 필요한 포인트를 뽑아내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 대표는 “면접을 진행하면 어떤 지원자가 호감도가 높고, 어떤 지원자가 말에 설득력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하는 요소가 어느정도는 눈에 보이기 마련”이라며 “그런 요소들을 AI에게 학습시켜 AI도 지원자를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 않다. 얼굴인식기능 중 감정인식기술은 태동기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은 얼굴영상에서 인식하는 방법도 있지만 음성 및 생체정보로부터 인식하는 방법도 있다. 앞으로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 AI가 지원자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취업준비생이 AI면접 오픈채팅방에서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다. [사진=오픈채팅방 캡처]


◆“취업준비생 부담 가중화” vs “오히려 기회 될 수도” 

일각에서는 AI면접이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의 서류전형, 인적성, 대면면접에 이어 절차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AI면접 오픈채팅방에는 AI면접의 평가기준을 알기 어렵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인터넷강의를 수강하거나 책을 사 공부하는 구직자도 생겨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AI면접’을 검색하면 인터넷 강의 링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AI면접에 합격하기 위한 공략법도 올라온다. AI면접 대비 관련 서적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취업분야 서적 주간 9위를 차지하는 등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AI면접이 도리어 취업준비생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AI면접은 면접관의 성향이나 환경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면접관은 먼저 본 사람을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어 오전 면접자가 오후에 비해 유리하다”고 말했다. AI면접은 시간과 장소, 면접관의 컨디션에 구애받지 않는다.

현재 많은 기업이 AI면접 자료를 대면면접의 기본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할 때보다 깊이 있게 지원자를 판단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적합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시간을 많이 쓸 수 있어 효율이 높으며, 구직자 입장에서도 본인을 더 어필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처음으로 AI면접을 도입한 LG유플러스는 AI면접이 앞으로 지원자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AI가 지원자의 표정, 눈동자, 음높이 등 지표를 평가해 기본 역량을 갖췄는지 원활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 도입하는 전형이다 보니 인사담당자가 영상에 대한 검증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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