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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여권, ‘미국 국경 개방 vs 분열 심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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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여권, ‘미국 국경 개방 vs 분열 심화’ 논란
지나치게 제한적인 백신 여권은 결국 흑인과 히스패닉 시민의 직업, 학교, 그리고 동네 시장 접근권까지 지나치게 배제할 수 있다.
By ALBERT FOX CAHN, WIRED US

간혹 여권을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는 것이 마법처럼 느껴질 수 있다. 국경 장벽이 희미해지고 입국 심사를 위한 긴 대기 줄이 사라지며, 순식간에 세계와의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느끼게 된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인정하는 여행 서류가 있다면, 국경 통제와 대다수 인류의 이동을 제한하는 비자 발급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백신 여권이 입국 심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 백신 여권이라는 표현은 대규모 감시 및 분리 시스템에서 매우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과거, 백신 여권은 상징적인 노란색 카드 형태였다. 국제 공인 예방 접종 증명서(International Certificate of Vaccination or Prophylaxis)라는 공식 명칭을 지닌 백신 여권은 단순히 개인의 백신 접종 이력을 나열하고 인증받는 방식으로 기술이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현재의 국제 공인 예방 접종 증명서는 2005년 이후로 변경된 부분이 없지만, 기본 틀은 1944년에 등장한 국제 위생 합의(International Sanitary Convention)에서 채택한 제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백신 여권의 목표는 항상 공중 보건 보호와 면역 보고를 위한 세계 표준 조화를 통해 여러 국가가 더 쉽게 여행자의 건강 이력을 인증하고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갈수록 더 넓은 영역의 인구가 코로나19 면역력을 갖추자 백신 여권이 대중의 반응에 응하면서 코로나19 발병률이 낮은 국가에 신규 확진 사례 및 변이 바이러스 등장을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경에서 볼 수 있는 안전한 암호화 백신 기록을 지닌 디지털 백신 여권을 제안했다. 백신 여권 표준에는 수많은 기술적 의문점이 있지만, 정보 공격이 불가능하다. 어찌 됐든 RFID와 각종 기술을 활용한 전자 여권 암호화 세계 표준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데이터를 암호화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디지털 백신 여권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기존의 백신 여권 논란과 달리 국경이 아닌 미국 전역의 여러 지역에서 비롯되었다. 디지털 백신 여권과 같은 현지 추적 시스템이 종종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영향은 상당히 다르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뉴욕 시장 후보인 앤드루 양(Andrew Yang)은 백신 여권이 이동을 제한해서는 안 되며, 사무실이나 식당 등 어느 곳이든 개인의 접근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앤드루 양 외에 다른 이들도 같은 주장을 펼친다. 갈수록 많은 스타트업과 테크 업계 대기업도 일일 백신 추적 시스템 개발을 원한다.

2021년 2월, 백신 접종 인증 계획(Vaccination Credential Initiative)이 등장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시그나(Cigna)를 포함한 여러 테크 기업과 보험사가 일일 백신 추적 기술과 함께 일상을 평소와 같은 상태로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했다. 백신 추적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커먼즈 프로젝트(Commons Project)에 디지털 백신 여권이 의미하는 바는 비행기로 해외 출국을 하는 것이든 출장을 가는 것이든 학교나 식료품점, 라이브 콘서트, 스포츠 경기장 방문 등 다양한 현대의 삶에 접근할 새로운 디지털 열쇠이다.

일부에게 매우 매력적인 비전으로 다가오는 디지털 백신 여권이 수백만 명에게는 반이상적인 악몽이 될 수 있다. 제한적인 여권은 직업과 교육, 심지어 식료품 구매 가능성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백신 유통이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인 불평등을 강조하고, 유색인종 및 저소득층 지역 사회가 조직적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해, 백신 여권은 의료 차별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흑인과 히스패닉은 백신 접종 대기 줄뿐만 아니라 공공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까지 배제됐다. 게다가 미국인 5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이 없으며, 다수가 디지털 백신 여권 지원 앱을 사용하기에 너무 오래된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시점에 이미 백신 접종을 한 미국인 수백만 명의 공공 공간 접근이 부당하게 차단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중 보건 당국이 디지털 백신 여권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 문제와 관련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유권자 억압 법률로 입증된 바와 같이 매우 사소한 장벽처럼 보이는 조치도 실질적으로 수백만 명이 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일례로 투표권 행사를 위해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는 조건은 다수 유권자에게 사소한 조치로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 잠재적인 유권자 수백만 명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백신 여권은 유권자 신분증 법률처럼 의도적으로 차별하지는 않지만, 그 여파는 똑같이 심각하다.

WHO가 해외여행을 위한 백신 여권 표준을 개정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WHO는 디지털 여권을 미국의 추적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추진한 적이 없다. 대신, 추적 도구로 백신 여권을 사용하고자 추진하는 움직임은 여러 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 백신 여권이 얼마나 훌륭한 의도로 구축되었는가를 떠나 코로나19 시기에 테크 업계 대기업의 추적 기록은 우리 모두가 디지털 백신 여권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여러 테크 기업은 코로나19 위기 사태 내내 대중에게 자사가 제공하는 툴이 해결책이라고 보장했으나 부족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노출 알림 시스템의 대대적인 실패 혹은 효과적인 코로나19 검사 및 백신 등록 현장 제공 실패 사례만 보더라도 디지털 백신 여권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더 심각한 점은 여러 백신 여권 관련 앱이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는 대대적인 약속을 하면서 출시되었지만, 실제는 놀라울 정도로 약속한 바와 달리 개인 정보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언급된 모든 문제는 백신 여권 발급과 관련,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존의 노란 종이 카드 형태의 백신 여권을 더 안전한 방식으로 변경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또 다른 영구적인 감시 기반 시설 구축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백신 여권은 단순히 제안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단 한 차례의 행정 명령만으로 현실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디지털 백신 여권 기술 검토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디지털 백신 여권 보안 문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려는 이들의 상황만 시급해졌다. 연방 정부가 과장 선전 행위를 지나쳐 보더라도 지역 사회의 반발이 없다면, 지방 관료가 백신 여권을 추진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 정상화와 가족의 안전을 절실히 원하고 있으며, 기술 만능 해결주의에 혹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신 여권 앱 개발 약속은 과학이 아닌 상술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Vaccine Passports Can Help the US Reopen—or Further Divide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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