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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 ‘털’이 존재할 가능성, 아인슈타인에게는 비밀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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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 ‘털’이 존재할 가능성, 아인슈타인에게는 비밀로 합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블랙홀에 관측 가능한 세 가지 특성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블랙홀에는 ‘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만약, 블랙홀에 털이 존재한다면?
By JONATHAN O'CALLAGHAN, WIRED US

일란성 쌍둥이는 블랙홀보다 더 나은 점이 없다. 쌍둥이는 같은 유전적 청사진을 두고 성장할 수 있지만, 기질부터 헤어스타일까지 무수히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은 단 세 가지 특성만 지니고 있다. 바로 질량과 회전, 전하이다. 만약, 두 개의 블랙홀이 같은 값을 지니고 있다면, 하나의 블랙홀을 다른 쌍둥이 블랙홀과 구별할 수 없다. 많은 전문가가 블랙홀에는 털이 없다고 말한다.

하버드대학교 이론 물리학자인 폴 체슬러(Paul Chesler) 박사는 “기존의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쌍둥이 블랙홀은 완전히 똑같다. 쌍둥이 블랙홀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가 ‘털없음 정리(no-hair theorem)’ 이론이 사실이 맞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2012년, 당시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현 토론토대학교 소속 수학자 스테파노스 아레타키스(Stefanos Aretakis) 박사가 일부 블랙홀은 사건 지평선이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불안정성 때문에 블랙홀 지평선의 일부 영역이 효과적으로 다른 영역보다 더 강력한 중력의 끌어당기는 힘을 주었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쌍둥이 블랙홀을 구분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지평선의 일부 영역의 끌어당기는 힘이 다른 영역보다 더 강한 것은 극값 블랙홀에만 적용된다는 사실만 입증한다. 즉, 질량과 회전, 전하의 값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영역을 제외하고는 블랙홀에 털이 없다는 뜻이다. 체슬러 박사는 “우리는 질량과 회전, 전하의 값이 최대치를 기록해, 끌어당기는 힘이 다른 영역보다 더 강한 일반 블랙홀이 존재하지 않다고 알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그런데 질량과 회전, 전하의 값 중 하나가 극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의 경우는 어떤가? 이러한 블랙홀은 적어도 이론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 털없음 정리 이론에 어긋난 상태로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이 발견될 수 있지 않을까?

2021년 1월에 발간된 어느 한 연구 논문은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중력파 관측소에서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사추세츠대학교와 로드아일랜드대학교에서 활동하는 물리학자 겸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가우라브 칸나(Gaurav Khanna) 박사는 “아레타키스 박사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지평선에 일부 정보가 남아있음을 제시한다. 이번 논문은 블랙홀에 털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블랙홀의 형성이나 물질이 블랙홀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후의 교란 중, 잔해가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이나 근처에서 중력적 불안정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칸나 박사는 “연구팀이 보게 될 중력 신호가 극값이 아닌 일반 블랙홀과 상당히 다르리라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뉴저지주 프린스턴고등연구소 소속 천체 물리학자인 리아 메데이로스(Lia Medeiros) 박사는 블랙홀에 털이 있고 그동안 알려진 정보 일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고인이 된 스티븐 호킹 박사가 제시한 블랙홀 정보 역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한다. 블랙홀 정보의 역설은 20세기 물리학의 주요 기둥이 되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사이의 물리학 간의 근본적 충돌을 증폭시킨다. 메데이로이스 박사는 “(블랙홀 정보 역설 중) 하나가 어긋난다면, 역설 자체가 해결될 것이다. 어긋날 가능성이 있는 이론 중 하나가 바로 털없음 정리이다”라고 설명했다.

털없음 정리가 이전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면, 그 파장은 매우 광범위할 것이다. 2020년 10월, 블랙홀의 관측된 기하학적 요소가 예측 내용과 일치하는가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한 메데이로이스 박사는 “블랙홀 바깥의 실제 시공이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일반 상대성 이론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블랙홀에 털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최근의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블랙홀 관측을 기본 물리학과 통합하는 방식을 제시한다는 사실이다. 블랙홀에서 털을 발견한다면, 끈 이론과 양자 중력 등 다양한 이론을 이전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입증할 수 있다. 물론, 블랙홀의 털 발견은 천체 물리학 연구소에서 가장 극단적인 부분일 것이다.

메데이로이스 박사는 “끈 이론과 양자 중력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설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원격으로 끈 이론과 양자 중력을 입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끈 이론과 양자 중력을 입증하는 데는 큰 걸림돌이 존재한다.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 자체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체슬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이루어지는 최상의 시뮬레이션은 극단에서 30% 떨어진 블랙홀을 만드는 것이다) 또,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이 존재하더라도 중력파 탐지기가 블랙홀의 털에서 생성되는 불안정성을 감지할 정도로 민감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블랙홀의 털은 단 1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논문의 블랙홀에 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적어도 원칙상 타당한 듯하다. 체슬러 박사는 “학계에서는 아무도 블랙홀에 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본다. 단순히 추측에 근거해 제시한 주장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너무 복잡해, 1년 단위로 새로운 특성을 발견하는 것임이 밝혀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다음 단계는 현재 작동 중인 중력 탐지기인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 혹은 향후 유럽우주국이 발사할 우주 중력파 망원경인 리사(LISA)로 관측하게 될 신호의 종류를 살펴보는 것이다.

일리노이즈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천체 물리학자인 헬비 위텍(Helvi Witek) 박사는 “최근 발표된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중력 방사선의 주파수를 계산한 뒤, 측정법과 식별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블랙홀의 털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매우 훌륭하면서 중요한 이론 연구가 어떤 형태를 지니는지 연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블랙홀의 털 존재 여부를 연구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블랙홀의 털을 발견한다면, 최근 발표된 논문의 수정 사항이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맞설 뿐만 아니라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함께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칸나 박사는 “자연이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을 실제로 탄생시킬 수 있을지 알고 싶다. 극값에 가까운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학계에 매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Don’t Tell Einstein, but Black Holes Might Have ‘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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