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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백신 회의주의가 국가 전체를 장악한 결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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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백신 회의주의가 국가 전체를 장악한 결과 보여준다
널리 사용되던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자 백신 면역력의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필리핀에는 여러 가지 심각한 질병이 함께 발병했다.
By PETER IMBONG, WIRED UK

2019년 9월 13일 금요일, 모날린 나투란(Monalyn Naturan)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어느 한 병원 응급실 병동 침대에 앉아있다. 8개월 된 아기를 팔에 안고 있었으며,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약간 움찔한 듯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있다가 잠들었다.

이틀 전, 나투란은 새벽 2시에 일어나 아기의 체온이 39.9 ℃까지 오른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의 이가 나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으나 이내 체온이 오르면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했다. 이 때문에 나투란은 응급실로 갔지만, 병원 측은 아기에게 나투란이 우려하는 질병을 진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틀 후 아침이 되자 나투란은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 아기는 나투란이 우려한 병을 앓고 있었다. 아기가 뎅기열에 걸린 것이다.

2019년 8월, 필리핀은 전국적으로 뎅기열 전염병이 확산 중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뎅기열 발생 건수는 불과 몇 달 만에 유례없는 속도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뎅기열 누적 확진자 수가 14만 6,062명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98% 증가한 것이다. 그중, 622명이 사망했다.

뎅기열 전염병 선포 6개월 전, 필리핀 보건부는 같은 비율의 기자단 앞에 앉아 인구 총합이 2,500만 명을 넘는 대도시 마닐라와 센트럴 루손 지방의 홍역 발병 급증을 선언했다. 2005년, 필리핀에서는 홍역 발병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9년, 뎅기열 전염병 선포가 되었을 시기에 홍역 확진자 수는 총 1만 2,700명이었으며, 사망자 수는 203명이었다.

2019년, 필리핀 당국과 보건부는 과거, 다른 여러 국가에서 겪은 적이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통제할 수 있었던 질병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한 확산세가 나타나면서 만연한 백신 불신 사태를 촉발한 파문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성공적이었던 면역 운동의 긍정적인 결과가 후퇴할 수도 있다.

2019년 9월 말 기준 필리핀 내 뎅기열 누적 확진자 수는 25만 명이었으며, 사망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누적 확진자 중 25%는 5세~9세 아동이며, 그중 39%는 사망한다.

모기에서 나온 바이러스 감염은 처음, 심각한 두통과 안구 및 근육, 관절 통증, 메스꺼움, 구토 등 독감과 같은 증세를 보인다. 이후 뎅기열 중증이라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합병증이 나타난다. 복통과 계속되는 구토, 가빠지는 호흡, 잇몸 출혈, 피로, 불안감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뎅기열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지만, 초기에 발견하고 제대로 된 의학 치료에 접근한다면 치명률을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또, 4가지 항원형이 있다. 즉, 특정 유형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4차례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에스페란자 카브랄(Esperanza Cabral) 전 보건부 장관은 “2019년의 홍역 발병은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또, 2019년의 뎅기열 발병도 51년간 의료 전문가로 지내는 동안 처음 겪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뎅기열이 2019년에 증가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2019년, 계절성 장맛비가 내리고 물줄기 축적이 정체돼,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번식하기 아주 적절한 조건이 형성됐다. 그러나 여태껏 2019년도와 같이 높은 발병 사례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뎅기열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신이 뎅기열 예방에 도움이 된다. 2017년, 백신 금지와 다른 백신으로도 확산한 백신 공포 때문에 2019년의 뎅기열 확산세 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이는 각종의 여러 사건이 시작됐다.

2016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프랑스 제약 회사 사노피 파스퇴르(Sanofi Pasteur)가 개발한 최초의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Dengvaxia)’를 승인했다. WHO의 설명에 따르면, 뎅그박시아는 뎅기열 중증에 93%의 효과를 보이며, 뎅기열로 인한 입원률을 82% 줄인다. 2016년 4월, 필리핀 정부는 6,700만 달러의 공교육 현장 뎅기열 면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16년 말, 필리핀 아동 80만 명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그러나 뎅기열 백신의 효과를 자축하는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다.

2017년 11월, 사노피 파스퇴르는 새로운 분석 결과, 뎅그박시아가 이미 최소 한 가지 뎅기열 항원형에 감염된 적이 있을 때, 효과가 가장 좋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반면, 뎅기열에 걸린 적이 없는 이에게는 해당 연구에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백신 접종 후 뎅기열 감염 시, 중증 뎅기열 발병 사례가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필리핀의 백신 회의주의 세력이 뎅기열 예방 목적으로 개발된 백신이 오히려 뎅기열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리기 충분했다. 필리핀 국립대학교 분자 생물학 및 바이오 기술 연구소 소장인 에젤 모리스 살바나(Edsel Maurice Salvana)는 “사노피 파스퇴르가 설명한 부분은 백신이 오히려 뎅기열을 유발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살바나 소장은 뎅그박시아가 뎅기열 감염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뎅그박시아 때문에 위험이 증가하는 부분은 백신을 접종했으나 뎅기열에 걸린 적이 없는 이가 이후 뎅기열 감염 시 중증 뎅기열로 발병할 위험성이다.

카브랄 전 장관은 “뎅그박시아는 다른 여러 종류의 백신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사용했을 때 환자와 대중에게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5월, 미국 식약처(FDA)는 뎅그박시아를 과거 뎅기열에 걸린 적이 있는 아동, 청소년과 뎅기열이 전염병으로 퍼지는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뎅그박시아 면역이 널리 형성된 브라질에서는 백신 접종 연령을 15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우려를 표현하는 공식 발표 때문에 이미 백신에 대한 불신 확산이 촉발되었다.

2017년 12월, 보건부는 사노피 파스퇴르가 제기한 위험성을 둘러싼 우려를 계기로 백신 접종 계획을 중단했다. 뎅그박시아 판매도 중단되었으며, 상원 질의 심문이 바로 이어졌다. 또, 2017년 12월에는 WHO 국제 백신안전성 자문위원회(Global Advisory Committee on Vaccine Safety)가 뎅그박시아를 과거, 뎅기열에 걸린 적이 없는 이들에게 접종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사노피 파스퇴르의 공식 발표 내용을 반복해서 발표했다. 

공공 변호사 사무실 대표 페르시다 루에다 아코스타(Persida Rueda-Acosta)는 뎅그박시아와의 관련성이 분명히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백신 접종 후 자녀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부모 여러 명과 함께 기자단 앞에 등장했다. 그로부터 몇 달간 아코스타 대표는 백신 때문에 자녀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부모를 대표해 뎅그박시아 반대를 외치는 언론 운동을 시작했다. 또, 그래픽으로 출혈과 장기 손상을 설명하는 부검 보고서를 함께 공개했다. 아코스타 대표는 촬영 취재진을 사망한 아이의 시신이 있는 영안실로 초청했다. 의학 전문가도 아니고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아코스타 대표는 영안실 내의 아동 시신을 보고는 뎅그박시아 사망 증후군이라고 일컬었다.

아코스타 대표는 뎅그박시아 반대의 대표 인물이 되었다. 거의 매일 필리핀의 가장 인기 있는 황금 시간대 뉴스 방송과 신문, 뉴스 웹사이트 등에 아코스타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포렌식 연구소 소장 두 명과 함께 등장해 백신을 반대하는 발견 내용이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와 학교의 마지막 방학 이후 몇 달간 발생한 증상 등을 설명했다.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단순히 백신 이름을 언급한 것만으로 사망과 관련된 의견이 나오도록 촉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다른 백신도 부정적으로 비판했다.

필리핀은 세계 최초로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백신을 도입한 국가이자 로타바이러스 백신과 폐렴구균백신을 초기에 도입한 국가이다. 1990년대에는 정부가 선언한 백신 접종 달을 두고 있어, 매년 필리핀 아동 수백만 명이 백신 접종을 했다. WHO는 이에 필리핀을 극찬했다. 43년 차 소아과 의사 겸 의학 전문가와 관련 대중 개인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필리핀 백신 재단(Philippine Foundation for Vaccines)의 총괄인 루루 브라보(Lulu Bravo)는 “필리핀은 백신 덕분에 아동 사망률을 25년간 2/3가량 줄인다는 2000년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뎅기열이 전염병 수준으로 확산된 것은 매우 절망적이다. 백신 접종 관련 확신을 잃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살바나 소장은 백신이 성공 때문에 희생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 다수가 질병 예방이 어떤 모습인지 본 적이 없어서 현실에 안주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면역률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뎅그박시아 논란은 나쁜 상황에서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바뀌었다”라고 언급했다. 2018년, WHO와 유엔 아동기금(UNICEF)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8년부터 필리핀의 면역 효과 범위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결핵과 폴리오, 디프테리아, 홍역 백신의 효과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란시스코 두퀴 3세(Francisco Duque III) 현 필리핀 보건부 장관은 아코스타 대표가 근거 없는 주장과 비난을 해, 결과적으로 백신 신뢰도가 줄어들고, 홍역을 비롯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여러 질병 발병률이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코스타 대표는 필리핀 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추세 증가와 관련, 계속해서 자신의 역할을 부인했다. (아코스타 대표의 연구소는 이번 논란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브라보 총괄은 “뎅그박시아가 백신 접종을 크게 우려하는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의 혼란과 공포를 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많은 보호자가 자녀의 백신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브라보 총괄은 2018년, 지역 의료진이 백신 접종 운동을 위해 여러 가정을 직접 방문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아이 부모는 자녀의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의료진에게 돌을 던지며 ‘아이를 죽이는 살인마’라는 말까지 했다”라고 언급했다.

과학 저널 ‘인간 백신 및 면역요법(Human Vaccines & Immunotherapeutics)’에 게재된 런던 위생 열대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매우 정치화된 뎅그박시아 위기 때문에 대중의 백신 신뢰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2015년 당시 설문 조사 응답자 1,500명 중, 93%는 백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매우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2018년,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는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백신 신뢰도 하락은 미국과 중국, 인도, 그리고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발견되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WHO의 2018년도 국제 백신 조치 계획 평가 보고서(Global Assessment Report of the Global Vaccine Action Plan)는 2017년, 면역 체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된 아동의 수가 가장 많았지만, 2018년에는 힘겹게 얻은 백신 신뢰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매우 예리하게 나타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닐라에서는 자신의 손을 통해 뎅기열에 걸린 환자도 있다. 마닐라 위원회 소속 어느 한 위원은 독두꺼비 1,000마리를 마닐라 하수관에 방생해 모기 유충을 잡아먹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즉각 비판 여론을 직면했다. 독두꺼비가 사실상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며, 피부에 독성 샘을 지니고 있어, 개나 고양이 등 동물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뎅기열 예방 노력은 필리핀의 집단 긴장 상태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필리핀에서 더는 백신 접종을 할 수 없게 되자 일부 겁에 질린 부유층 부모는 이웃 국가인 싱가포르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를 방문해 자녀의 백신 접종을 하기로 선택했다. 뎅그박시아는 미국과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을 포함한 20개국에서 이미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필리핀 이외 다른 국가에서는 뎅그박시아 관련 사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

살바나 소장은 “이미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희망적인 부분은 홍역이 갑작스레 발병하자 백신 접종을 위해 집단으로 방문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사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항상 백신의 장점을 확인하기 어렵다. 백신의 명확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9월 말, WHO가 필리핀이 19년 전, 폴리오 발병 사례가 없었다고 공식 선언하자 보건부도 폴리오 2건이 다시 발병한 사실을 확인했다. 폴리오 발병 사례가 없던 필리핀에서 2건이 발행한 것을 두고 갑작스러운 발병 선언을 하기 충분하다. 보건부 관계자는 첫 번째 폴리오 환자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3세 여아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보건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두 번째 환자는 백신 접종이 지연된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5세 남아이다.

보건부 장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어린아이가 백신으로 매우 높은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질병을 앓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도 힘들다”라고 밝혔다. 보건부와 여러 협력 기관은 대규모 폴리오 면역력 형성을 포함, 종합적인 폴리오 발병 대응책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보건부는 2019년 9월 초, 코와 인후에 영향을 주는 박테리아 질병인 디프테리아 발병 건수까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면역력 범위가 낮은 것이 디프테리아 증가 원인이었다.

나투란의 딸이 응급실 병동에서 뎅기열 진단을 받고 몇 시간이 지나자 간호사가 찾아와 나투란의 딸이 사용할 병동이 비어있다고 알려주었다. 나투란은 안도했다. 사노피 파스퇴르와 WHO의 권고를 기준으로 했을 때, 나투란의 딸은 증상이 나아진 후에 뎅그박시아 우선 접종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나투란의 따른 다른 3가지 유형의 뎅기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나투란이 딸에게 뎅그박시아 백신 접종을 할까?

나투란은 딸을 다시 제대로 안으면서 “딸 아이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그동안 직접 본 사람과 아이들이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 백신 관련 추가 연구가 시행되더라도 그동안 백신을 우려한 과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딸 아이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What happens when vaccine scepticism takes over? Look to the Philipp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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