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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을 공격한 유전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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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을 공격한 유전 질환
근친교배의 부작용으로 유전적 다양성 부재 초래

여호아가 아담과 이브를 만드시고, 아담과 이브는 카인과 아벨을 낳고…

성경을 읽고 마주하는 고민은, 그렇다면 나는 그들 가족에게서 번화한 50억분의 1인가. 이런 모순적 상황에서 아리러니하게는 초기 인류 네안데르탈인이 떠오른다.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따 만든 모습의 인류가 야만인의 표상인 네안데르탈인? 

눈섭 뼈가 툭 튀어나온 미개인의 모습이 정녕 신의 본 형상이란 말인가. 우리는 처음 인류가 낳은 자손의 근친으로 태어난 자손이란 말인가. 신화를 담은 서적을 읽다보면 오히려 도덕적 금기인 근친상간과 연관한 이야기를 피하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는 누나인 헤라를 아내로 삼았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관계해 딸인 안티고네를 낳는다. 신의 행동에 인간의 도덕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인간의 신화적 상상력 바탕 위에 이러한 스토리를 기술한 것을 보면 도덕적 거부감을 넘어서는 개연성이나 뿌리가 있지 않을까.

1530경경 그려진 독일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 성경은 이들을 최최의 인류로 묘사하고 있다.
1530경경 그려진 독일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 성경은 이들을 최최의 인류로 묘사하고 있다.

멸종했으나 멸종하지 않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곤트 가문은 순수혈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대를 이어 친척끼리 결혼하는 관습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딘가 결여돼 있다.

소설 중에서 마볼로와 모핀, 메로프가 마지막 남은 곤트의 순수한 피로 묘사되지만 그들 가문은 마볼로 곤트가 태어나기 몇 세대 전 이미 몰락한 상태였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 전까지 유럽에서 서아시아 지역에 걸쳐 분포한 초기 인류이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이후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론은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와 접촉하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고, 당신이 유럽인이나 아시아인 후손이라면 DNA 중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으로 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게재된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유럽인과 동아시아인 600명을 대상으로 한 DNA 분석에서 1~3%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발견됐다. 일부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혼혈로 탄생한 자손이라는 학설이 정설로 자리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우리는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른다 

왜 이들이 어떤 원인으로 멸종에 이르렀는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간의 학설은 호모사피엔스와 비교해 열등한 지능, 호모사피엔스의 습격을 피해 이주한 북반구 상단의 혹독한 추위 등 변화 앞에서 생존 경쟁력을 잃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어 왔다.

그런데 PLOS ONE저널은 그들의 인구는 상당히 적었고, 고립된 그룹에서 살았기에 퇴화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소개했다. 근친교배에 의한 종말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대의 크리스틴 바센 교수 연구팀의 시물레이션에 의하면, 매년 25% 또는 그 이하의 네안데르탈인 여성들이 근친교배에 의해 출산했다고 가정하면 1000명 가량의 부족이 멸종하는 데는 1만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울러 호모사피엔스 종과의 짝짓기에서 태어난 자식도 생리학적 열성을 지닌다. 사자와 호랑이의 자손인 라이거, 말과 얼룩말의 자손처럼 이종교배서 태어난 생명체는 생식능력이 없다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만일 호모사피엔스에 의해 상대적 약자인 네안데르탈인 여성이 성 착취를 당했다면, 출산 이후 네안데르탈인에 의해 양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무리에서 자라난 생명체가 종족번식을 이어갈 수 없는 현실에 놓인다면 종의 멸망은 예상 가능한 결과이다. 

 

네안데르탈인 수가 줄어들 무렵 근친상간이 늘어 유전적 종말에 이러렀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사진=Stephance De Sakutin / Getty Images / WIRED]
네안데르탈인 수가 줄어들 무렵 근친상간이 늘어 유전적 종말에 이러렀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사진=Stephance De Sakutin / Getty Images / WIRED]


상식 뒤집은 원시인의 예술혼

이들은 이마가 낮고 눈두덩이 튀어나온 모습에서 미개인으로 묘사되기 쉽상이다. 또 큰 두개골은 하체와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이 미남형과도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최신 연구와 유물 발굴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에 뒤지지 않은 생활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도 시신을 매장하고 창이나 손도끼 류의 정교한 도구를 이용했다.

동굴벽화는 호모사피엔스의 전유물이라는 상식을 깨고 2018년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벽화가 스페인에서 발견됐다. 엘 카스티요 동굴벽화는 최소 3~4만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그들의 지적능력이 그림을 그릴 만큼 발달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같은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의 리처드 코스 교수에 의해 제기됐으나 이 논문은 발표 즉시 소멸될 운명에 처했다.  

근친교배에 의한 멸종론과 함께 참고할 만한 학설이 등장했다. 바로 자폐아 이론이다. 페니 스피킨스 영국 요크대학 고고학과 교수는 바로 스페인에서 발견된 동굴벽화를 자폐 성향의 네안데르탈인이 그렸다고 주장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가진 자폐 성향의 발현이 공간지각력을 통한 3차원 재구성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멸종 큰 그림의 끝은 '유전질환' 

흔히 근친교배의 부작용으로 유전적 다양성 부재를 든다. 세대를 거듭할 수록 근친상간의 유전적 위험은 누적돼 나타난다는 것이 연구 결과이다.

근친교배로 인한 질환은 다양하다. 가족성 과콜레스테롤혈증,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종, 신경섬유종 1형, 겸상 적혈구 빈혈증, 낭포성섬유증, 혈우병 등 질환을 수반하고 유산률 증가나 기형아.저능아가 태어날 확률이 뛴다.

현대의학으로도 모든 유전병을 파악하지 못한 만큼 세대를 거듭할 수록 어떤 형태인든 집단을 파괴하는 형태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종이 도덕적 의제를 해석할 지능을 가졌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병리학적 질환이 자폐아 출생확률 높이는 쪽을 발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흰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파괴되고 개체가 전멸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래서 새로운 전염병이라도 출몰하면 모두가 멸종에 처한다. 이 모두를 유추해 볼 때 네안데르탈인의 근친교배설은 종 종말의 그림을 가장 크게 그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진화 과정에서 조각과도 같은 아설을 모았다고 해서 인류 자연사의 본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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