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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나방 더듬이로 냄새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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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나방 더듬이로 냄새 감지한다?
연구팀이 실제 살아있는 더듬이를 드론에 장착해, 기계에 후각을 주었다. 더듬이가 장착된 드론 ‘스멜리콥터’를 만나보자.
By MATT SIMON, WIRED US

이것은 나방이기도 하고, 비행기이기도 하다. 이것은 바로 나방 더듬이에 장착돼, 냄새를 감지하는 소형 드론인 ‘스멜리콥터(Smellicopter)’이다. 진지하게 말하자면, 과학자가 만든 실제 드론의 이름이다. 실제 나방의 더듬이가 보내는 전자 신호 움직임을 감지해 드론이 냄새 근원지를 찾고 향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드론을 나방 더듬이에 장착해 폭탄과 같은 물질의 냄새를 감지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지니고 있다

이는 박각시 나방의 희생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박각시 나방은 다른 나방처럼 냄새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방이 꽃이나 잠재적 짝짓기 상대의 냄새를 맡을 때, 냄새가 더듬이 안의 단백질에 결합한다. 그리고, 나방의 단백질은 특정 화학 물질을 집중적으로 감지하는 활성 뉴런으로 변한다. 다시 말해, 나방의 더듬이는 과학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전자 신호를 생성한다는 의미이다.

일종의 나방 드론 사이보그를 생성하기 위해 워싱턴대학교 기계 공학자 멜라니 앤더슨(Melanie Anderson) 박사는 냉동고에서 박각시 나비를 냉동 마취한 뒤, 나방의 더듬이를 제거했다. 그리고, 각각의 더듬이 양쪽 끝을 잘라 전자 서킷이 장착된 초소형 와이어를 더듬이에 연결했다. 최근, ‘생체모사 및 생체모사공학(Bioinspiration and Biomimetics)’에 게재된 논문의 제1 저자인 앤더슨 박사는 “심장 박동 과정에서 생성되는 전기 전압을 측정하는 삼장감시장치와 같은 방식으로 냄새를 감지할 때 더듬이에서 생성하는 전자 신호를 측정한다. 또, 이와 유사하게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해, 더듬이가 뿔처럼 뾰족한 형태의 맥박을 생성한다.

드론 장비를 소형 오픈소스 크래이지플라이(Crazyfli) 쿼드로터에 적용하면, 복합 동물 기계를 얻을 수 있다. 분리된 나방 더듬이에는 최대 4시간 동안 후각이 살아있어, 드론이 여러 차례 비행하며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앤더슨 박사 연구팀은 더 나아가 실제 나방처럼 냄새를 추적하기 위해 스멜리콥터를 제작했다. 인간이 냄새를 맡는다면, 냄새 근원지는 인간의 반대 방향에 있을 수 있다. 이는 나방과 같은 곤충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곤충은 횡풍을 따라 이동한다.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 냄새 근원지를 향해 날아가고는 몸을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돌려 냄새 근원지로 향한다. 앤더슨 박사 연구팀은 스멜리콥터에 곤충과 똑같은 움직임을 훈련했다. 앤더슨 박사는 “바람 방향이 바뀌거나 냄새의 근원지를 향하는 경로에서 조금 벗어난다면,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횡풍을 거슬러 이동해 경로를 따라가려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스멜리콥터가 냄새 근원지와 가까워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Washington University]
[사진=Washington University]

연구진은 이를 ‘캐스트 앤 서치(cast-and-surge)’ 알고리즘이라고 칭한다. 드론이 냄새를 향해 움직이면서 좌측 혹은 우측으로 향해 움직인다. (실험실에서는 꽃가루 혼합물을 이용해 실험했다) 냄새를 잃는다면, 또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드론에는 냄새를 맡는 동안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는 레이저 센서도 장착됐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연구진은 스멜리콥터가 냄새 근원지를 100% 찾아낸 것을 확인했다. 나방 더듬이가 극도로 민감해, 매우 짧은 시간에도 100만 분의 1이나 10억 분의 1 단위를 넘어 1조 분의 1의 매우 미세한 부분의 냄새까지 찾는다. 더 나아가 나방은 신체적으로 냄새 감지 효율성을 높인다. 날개를 펄럭이면서 더듬이 주변의 공기를 순환해, 더 많은 냄새 샘플을 얻는 데 도움을 받는다. 게다가 연구진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쿼드로터의 회전 날을 이용해 더듬이 위로 더 많은 공기를 이동시켰다.

물론, 인간이 꽃 냄새를 맡는 나방 드론을 많이 활용할 일은 없다. 따라서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폭탄과 같은 물질의 냄새를 감지하는 나방 더듬이를 제작 중이다. 그러나 자연에서 나방이 잠재적 짝짓기 상대와 꽃 냄새를 맡는 것처럼 나방 더듬이에 장착되는 드론이 인위적인 물질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연구진은 나방이 수억 년에 걸쳐 완벽한 진화를 하면서 얻게 된 냄새 감지 능력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앤더슨 박사는 “이론적으로는 인위적으로 제작한 나방 더듬이가 자연적인 나방의 더듬이보다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나방 더듬이가 다양한 종류의 화학 신호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다양한 물체의 냄새를 맡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앤더슨 박사 연구팀은 나방 더듬이를 유전적으로 제작해, 찾고자 하는 화학 물질 감지와 관련이 있는 특정 단백질을 완전히 채우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더듬이는 여러 종류가 아닌 한 가지 냄새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스멜리콥터 개발 과정에서 직면한 제한 사항은 4시간 동안 더듬이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지만, 실제 분리된 더듬이는 최대 2시간만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드론은 한 번 충전했을 때 최대 10분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만 비행해, 배터리 수명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연구팀은 보관과 관련, 더듬이를 길지는 않지만 최대 일주일간 냉동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충분히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워싱턴대학교 생물학자 겸 신경과학자 토마스 다니엘(Thomas Daniel)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보다 확산과 이동 과정이 더 쉽다고 말한다.

아마도 미래에 등장하는 기계가 인간 공학과 진화 공학 모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결국, 인간은 나방의 민감도와 비슷한 수준의 후각 센서를 발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암을 감지하기 위해 개와 비슷한 수준의 후각을 지닌 로봇을 제작하려 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취리히대학교 로봇 박사인 안토니오 로케치오(Antonio Loquercio)는 “매우 훌륭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연은 인간에게 특정 능력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는 생명체의 예시를 다수 제공한다. 드론 외에도 냄새를 이용해 지진 피해 생존자를 찾거나 인위적인 환경에서 가스 누출을 확인하는 등 자동화 기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탐지견은 냄새를 찾는 데 가장 훌륭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지진 피해 생존자를 찾기 위해 돌무더기를 오르는 것은 개와 인간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다. 나방 드론이 위험 수색 작업에서 개나 인간보다 더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 앤더슨 박사는 “게다가 드론은 수직 비행도 할 수 있으며, 대규모 산업 시설에서 가스 유출 사고 현장 수색도 할 수 있다. 모두 개가 움직이거나 인간이 센서를 들고 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용맹한 나방의 희생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이다. 나방이 스멜리콥터로 영원히 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고다솔 에디터)

<기사원문>
This Drone Sniffs Out Odors With a Real Moth Ant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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