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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패자는 한국기업…끝 보이는 LG-SK '배터리'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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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패자는 한국기업…끝 보이는 LG-SK '배터리' 소송
美 ITC OUII, ‘LG화학의 SK이노 조기패소 요청에 '동의'

한국의 두 거대 배터리 공급 업체의 충돌이 전 세계 전기자동차(ev) 생산에 차질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유럽 환경기준 강화로 친환경 배터리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다툼은 수급 불균형 문제 차원을 넘어 경쟁국과의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부정적 요소로 자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27일 로이터통신은 한국발 기사를 통해 지난 7개월간 전개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분쟁이 GM과 폭스바겐 등 메이저 자동차 업계의 출시를 방해하는 변수로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29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빼가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소송전이 SK측의 조기패소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배터리 연결 이미지 [사진=GETTY IMAGES]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소송전이 SK측의 조기패소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배터리 연결 이미지 [사진=GETTY IMAGES]


韓 성장가능성은 충분, 양사 분쟁이 발목

중국이 선도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점유율 확대 호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 9월 가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만남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년부터 유럽서 시행되는 이산화탄소 환경 규제와 결부지어 양사는 전환기를 맞았다. SNE리서치(KABC 2019)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1H19 57.9%)은 절대적이나 향후 유럽 전기차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중국 비중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자국산에 한정돼 1H19 기준 xEV 배터리 점유율은 일본(27.4%)과 한국(15.5%) 외에는 대부분 중국업체가 차지했지만 유럽 전기차 시장이 내년부터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한국 배터리업체의 상승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타협에 이르는 반전을 기대했으나 2년전 '인력빼가기' 타툼에서 발단한 두 기업의 충돌은 결국 법정판결로 종지부를 찍을 모양새다. 


◆두 한국기업 다툼에 이득보는 건 중국과 일본

2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이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의혹과 관련해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LG화학의 요청에 찬성하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등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채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고,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OUII의 의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일 경우 원구 청구에 따라 피고의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지난 3월 폭스바겐의 미국용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조지아주 공장 건설에 들어간 상태다. 

판결에 따른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동일한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기에 계약 물량은 소송 맞상대에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쉽게 화해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2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사국의 의견은 우리가 소명자료를 내기 전에 LG화학 측 주장만 보고 내린 결정이며, 소명을 보면 최종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일본 파나소닉·중국 CATL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인 LG화학은 최근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전지사업 핵심인력 70여명을 빼내 부도덕한 기술탈취를 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업계 2위인 삼성SDI에 비해서도 한참 뒤졌던 SK가 짧은 기간 중 배터리 수주 잔고를 10배 이상 늘린 점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확대라는 숙제 앞에서 한국기업 간의 갈등을 반길 곳은 결국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다. 아울러 두 기업 다툼에 종지부를 찍을 주체도 미국이라는 점에서 개운하지 않은 뒷 맛을 남기고 있다.

 

와이어드 코리아=유재형 기자 yjh@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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