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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세계에 코로나19 대응법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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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세계에 코로나19 대응법 가르친다
젊은 인구와 높은 전염병 감염률, HIV 때문에 확보했던 전문 의료진 덕분에 아프리카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By MUNYARADZI MAKONI, WIRED UK

칼리챠 필드 병원(Khayelitsha Field Hospital)은 개원 2주 만에 갑작스레 병원 문을 닫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외곽 지역에 있는 스포츠 홀에 설립된 이 병원은 2020년 7월 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 추세를 예상하며 건설됐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 모두 세계 여러 국가의 의료복지 체계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은 심각하지 않다. 코로나19가 발병하고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아프리카 대륙 내 거의 모든 국가는 세계 여러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코로나19 위기 사태에서 여유로운 편이다.

아프리카가 코로나19에서 비교적 안전하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조치로 여러 국가가 줄지어 폐쇄조치를 시행하자, UN은 '다음에는 아프리카가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를 남겼다. UN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소 30만 명이 바로 사망할 것이며, 최대 330만 명까지 사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20년 5월,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 모두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자, WHO는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사망자수 전망을 8만 3,000명~19만 명 수준으로 변경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4만 명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케이프타운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부의 HIV 및 결핵 실무진 대표 질 반 큇셈(Gilles Van Cutsem) 박사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사망 사례가 매우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가 코로나19에서 놀라울 정도로 확실히 안전한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아프리카는 단일한 땅덩어리가 아니다. 아프리카 내 54개 국가의 민족과 사회는 다양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사망률이 매우 낮은 수치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암시하는 몇 가지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전체 인구 60% 이상이 25세 이하인 아프리카 대륙의 중간 연령은 유럽의 절반 수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의 아프리카 연구소 소속 공공 보건 전문가인 데니스 초페라(Denis Chopera) 박사는 아프리카 대륙 낮은 인구 연령이 코로나19 사망률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프리카의 따뜻한 기후화 일부 공동체에 사전에 존재했을 수도 있는 면역 체계도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이유로 지목했다. 동시에 "아프리카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를 코로나19라는 심각한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교차 면역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WHO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결핵과 HIV, 소아마비, 에볼라 등과 같은 질병 발병 위험이 높은 상황 때문에 제대로 훈련을 받은 의료진과 의료 기반 시설, 전염병 전문가 등을 확실하게 갖추게 됐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초페라 박사는 "과거의 전염병 확산 경험이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위기에서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결핵 환자 접촉자 추적 체계가 존재한 국가에서는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이러한 요소가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도록 재적용됐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지금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70만 명이다. 전 세계와 마찬가지로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할 확률이 매우 높다. 케이프타운대학교 연구진이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했던 시기인 2020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수집한 샘플 2,700개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연구를 통해 검사자 중 40%가 코로나19 항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항체 보유 인구 비율은 아프리카 내 지역마다 차이가 매우 크다.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연구진이 케냐 국민 3,000여 명의 혈액 샘플로 연구를 시행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항체를 지닌 이들의 비율이 5.6%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몸바사 등 인기 관광 도시의 경우, 샘플 기증자 10%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케냐의 공식 통계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93명, 사망자 수는 71명이었다. 공동 심사 과정을 받지 않은 해당 연구 논문에 참여한 연구진은 "혈청 유병률이 비슷한 상황에서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의 코로나19 감염률, 사망률이 아프리카보다 몇 배나 높다는 점이 대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공식 통계상의 코로나19 사망률과 감염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이들이 경미한 증상 혹은 무증상인 상태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아프리카 국가 모두 각각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 54개국 중 34개국은 봉쇄조치나 통금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정부 관료가 국가 비상 사태를 선언했다. 그리고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엄격한 봉쇄조치를 시행함과 동시에 국경 폐쇄, 주류 및 담배 판매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부의 조치를 강행하기 위해 군인이 배치됐다. 정부 관료는 코로나19 검사 시설을 늘리고, 코로나19 때문에 보건복지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막기위해 노력했다.

호사족의 언어로 '새로운 집'을 의미하는 칼리챠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웨스턴케이프주에서 큰 마을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공식 정착민과 비공식 정착민들이 섞여 혼란스러웠던 칼리챠는 코로나19 확산세에서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 됐다.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높은 결핵(10만 명당 520명 감염)과 HIV(770만 명 감염) 감염률이 높아, 많은 이들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면역 체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제대로 퇴치하지 못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관료들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를 코로나19 감염 주의 지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길거리에서 보이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의료진 2만 8,000명을 배치했다. 이와 함께 엄격한 초기 봉쇄 조치 덕분에 갈수록 코로나19 검사 시설을 늘리고 병원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 큇셈 박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료복지 체계는 코로나19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전역의 코로나19 사망률이 여전히 낮은 가운데, 반 큇셈 박사는 코로나19가 의료복지 체계에 심각한 지장을 주어 사망하는 환자가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HIV나 결핵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말라리아 등 여러 고질적인 질병의 백신 공급도 중단됐다. 세계 여러 국가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반면, 아프리카 대륙은 코로나19 이외 다른 질병이 급격히 증가할 상황을 우려한다.

우려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5월부터 8월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만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중 9,000명은 코로나19 때문에 사망했으며, 나머지 2만 4,000명은 코로나19와 무관하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역과 시점, 질병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연령대 모두 코로나19 사망 통계에 기록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케이프타운대학교 공공보건 및 가정의학대학 학장 대표인 랜든 마이어(Landon Myer) 박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언론 스포트라이트(Spotlight)와의 인터뷰를 통해 HIV, 당뇨병 등 여러 만성 질환 사망률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만성 질환 사망자 수가 몇 배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HIV를 앓고 있고, 항레트로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건강하다면 항레트로바이러스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수개월 혹은 수년 뒤에 사망할 위험성이 있다. 몇 주 뒤에 사망하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마이어 박사의 주장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 2014년 에볼라 확산 이후 시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볼라로 1만 1,300명이 사망했을 때, 말라리아나 HIV/AIDS, 결핵 등 여러 질환 때문에 1만 600명이 사망했다.

지나치게 높은 사망률이 한 가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현 상황처럼 코로나19 감염률이 갑작스레 급격히 증가한다면 아프리카는 더욱 재앙과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질병관리본부(CDC)의 존 은켄가송(John Nkengasong) 본부장은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지금이 바로 아프리카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할 때입니다"라고 말하며, 아프리카가 지난 10개월 전보다 현재 더욱더 철저하게 코로나19에 맞설 대비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여전히 낙관적인 견해를 보인다. 우간다 마케레레대학교 전염병 연구소 소속 생물정보학 전문가인 제럴드 음부와(Gerald Mboowa) 박사는 지난 몇 달간 아프리카 대륙의 거의 모든 국가가 어느 정도 집단 면역을 구축해왔다고 주장하며, 이는 갑작스러운 확산 추세가 생각보다 덜 심각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 심각한 수준으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물론 낙관론이 검증을 받게 될 순간이 있을 것이다. 10월 초, 케이프타운의 나이트클럽이 도시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89명 조사 과정에서 해당 클럽의 루프 테라스에서 파티를 즐기던 학생들이 관련이 있다고 확인됐기 때문이다. 10월 28일까지 4주에 걸쳐 아프리카 전역의 코로나19 감염률은 평균 6%를 기록했다. 이는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측정한 결과이다. 부르키나파소와 에스와티니, 감비아,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은 감염 건수가 감소했다.

이전에 코로나19에 노출된 적이 없는 지역사회나 지역에 코로나19가 창궐하지 않는 한 신규 확진 사례 감소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과학 아카데미(African Academy of Sciences)의 코로나19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모제스 아로보(Moses Alobo)는 "대유행이라는 말은 실제 발생하는 상황을 반영한다기보다 통계상의 증가 수치를 나타내는 도표에 더 가깝습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일부 공동체에서 최대 40%가 감염됐을 것으로 보이는 케이프타운과 같은 도시를 가리켰다. 그 외에 지역들은 감염률이 5% 이하이다. 그는 "2차 대유행이 실제 의미하는 바는 과거에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는 공동체나 집단에서의 바이러스 노출이 증가한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가 경제적 손실을 본 제재 조치 속에서 몇 달간 생활한 후,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있다. 10월 5일, 아프리카 질병관리본부는 여행 정보 중심지를 개설했다. 아프리카 내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이들이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준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다시 이동하기 시작하면 바이러스도 함께 이동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검사 시설의 필요성도 크기 증가할 것이다. 아프리카 질병관리본부는 6월, 아프리카 전역에 검사 장비 250만 개를 보급했다고 밝혔다. 9월에는 아프리카 내 전체 검사자 수가 1,2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반 큇셈 박사는 아직 아프리카 내 여러 국가의 검사 시설이 열악하다고 말한다.

검사 건수를 대폭 늘리는 것은 신규 감염과 무증상이든 경증이든 중증이든 감염 사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검사 도구가 향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아로보 위원장은 아프리카 전역의 공동체 감염 수준을 이해하기 위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검사 도구 향상, 추가 연구 중 하나라도 없다면 공동체 내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대한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라고 추가로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희망적인 부분은 지난 10개월의 추세가 앞으로 다음과 같은 징조가 다가올 것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는 계속 확산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북미, 남미 여러 국가가 맞이한 것과 같은 절망적인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대중과 의료복지 관계자 모두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놀라울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아프리카는 여전히 코로나19에 취약하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사용 가능한 코로나19 집중 치료 병상이 평균 1개 이하이다. 미국의 경우, 10만 명 당 34.7개의 병상을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서 특정 지역 내 감염 사례가 급증할 것이다. 코로나19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다면 현지 의료복지 체계는 순식간에 부족해질 것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제대로 대처해 대대적으로 정상화된 체코와 같은 국가에서 코로나19 감염 급증으로 크게 타격을 입은 상황이 아프리카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고, 아프리카는 영원히 코로나19에서 여유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사원문>
The world could learn a lot from how Africa is handling 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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