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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중화, 배터리 속 ‘음극재’ 제작기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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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중화, 배터리 속 ‘음극재’ 제작기술에 달렸다
충전량-급속충전 안정성 큰 폭 개선… UNIST 연구진, 점토 이용 신소재 개발

 

전기자동차를 대중화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진은 배터리 기술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사진=Unsplash]

[와이어드 코리아=서정윤 기자] 전기자동차(전기차) 대중화의 최대 관건은 배터리 성능이다. 최대 주행거리가 300~400㎞에 그치는데다, 80% 정도밖에 충전하지 못하는 급속 충전소를 이용해도 30분 이상 시간이 걸려 구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실용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 배터리의 효율을 극대화 해 차세대 배터리가 실용화 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발전에 걸림돌로 여겨졌던 ‘음극재’의 소재 혁신에서 열쇠를 찾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되는데, 음극재는 충전할 때 양극에서 나오는 전자를 받아들이는 소재를 말한다. 현재 음극재로는 주로 흑연이 사용되지만 성능에 한계가 있어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차세대 음극재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실리콘이다. 흑연에 비해 120배 이상 에너지 밀도가 높다. 배터리 속에 들어있는 음극재를 모두 실리콘으로 대체하면 현재 가장 보편화 돼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충전량을 최대 2~3배까지 끌어 올릴 수 있고 충전속도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안정성이 떨어지는 점이 문제였다. 실리콘은 충전을 하면 부피가 늘어나는 성질이 있는데, 복잡한 배터리 내부구조에서 압력이 높아져 폭발위험 등이 따른다.

충전 중 부피가 팽창했다가 수축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내부 입자가 부서져 전지 성능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문제도 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리콘과 흑연을 혼합해 사용하는 ‘복합체’도 개발돼 있지만 흑연 속 빈 공간에 실리콘을 우겨 넣는 형태라 실리콘 함량이 14~15%를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전기자동차를 대중화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진은 배터리 기술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사진=GETTY IMAGES]

최근 이 문제를 다양한 해법으로 풀어내는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연구원(UNIST) 에너지공학과 이현욱·류정기 교수 공동연구팀은 ‘할로이사이트’라는 점토 형태의 광물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할로이사이트 속에 마지 튜브처럼 생긴 수십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실리콘 입자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 ‘실리콘 나노튜브’를 추출해 흑연과 섞는 방법으로 새로운 복합체 전극을 제작했다. 실리콘 입자가 충전 과정에서 팽창하더라도 내부에 빈 공간이 있어 안정성이 높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음극재 속 실리콘 함량을 42%까지 늘렸다.

기존 방법에 비해 배터리 저장용량을 수십% 정도 늘릴 수 있는데다 급속 충전 안정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류 교수는 “다른 방법으로 실리콘 나노튜브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비용이 15배 정도 높게 든다”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고성능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고 말했다.

한국전기연구원도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전기연 연구진은 ‘그래핀’이라 불리는 신물질에 주목했다. 그래핀은 탄소를 원자 한 겹 두께로 떼어낸 물질로, 전기 전도성이 우수하고, 기계적으로도 매우 튼튼하다.

연구진은 이 물질로 실리콘을 외부를 감싼 ‘실리콘과 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제조 기술을 지난 해 8월 선보인데 이어, 12월에는 이 소재를 적용한 시험용 배터리 제작에도 성공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배터리 용량을 20% 더 늘릴 수 있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주행거리가 20% 더 늘어나는 셈이다.

관련분야 연구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Sila Nanotechnologies)는 음극재 소재로 실리콘을 나노미터 단위로 가공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 물질로 두께 1mm정도의 실리콘 판(웨이퍼)을 만드는 기술 역시 독자적으로 설계했다고 지난 1월 밝혔다.

실라 측은 이 웨이퍼를 음극소재로 사용할 경우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1.5~3배까지 충전용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 교수는 “그동안 양극재 관련 연구는 많이 진행됐으나 음극재는 실용화 측면에서 큰 발전이 없었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발전의 걸림돌이 돼 왔다”면서 “관련 연구성과가 자주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용 배터리의 성능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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