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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경제학, 세상을 바꿀 여지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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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경제학, 세상을 바꿀 여지는 적다
이진우 "언택트와 탈세계화가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간 이후의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두고 이미 수많은 보고서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들만 대강 훑어봐도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이미 다 정해져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직 어떻게 확산되고 어떻게 멈출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질병이다.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번지거나 또는 어떻게 종식되느냐에 따라 세상의 변화는 매우 강력할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런 변화도 없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우리는 세상의 변화가 매우 강력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해야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는 가정도 늘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바뀌게 될 세상의 특징은 '언택트(Untact)'와 '탈세계화(Deglobalization)'다.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할테니 '언택트'가 트렌드가 될 것이고, A부품은 중국에서 B부품은 인도에서 조달해서 멕시코에서 조립한 후 미국에 파는 세계화 방식은 중국 인도 멕시코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생산라인 자체가 마비되는 약점을 가지므로 인류의 생산방식은 자국에서 모든 것을 조달하는 '탈세계화'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우리는 언택트와 탈세계화를 미리 준비하고 그곳에 투자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재택근무는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도 가능했던 방식이다. 집에서 근무하는 게 업무효율이 높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더라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다들 집에서 근무를 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재택근무의 장점은 거의 없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쓰는 공간 임차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 정도뿐이다. 직원 한 사람을 위해 기업이 쓰는 사무공간 임차료는 기껏해야 월 50만원 정도다. 직원에게 주는 월급이나 4대보험 등의 비용을 생각하면 10%정도 될까말까 한 비용이다. 그걸 아끼려고 재택근무를 하다가 잃게 되는 업무효율은 훨씬 크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회사에 출근하도록 하려면 어차피 사무실은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먹는 간식 비용 정도가 실제 절약되는 비용일 뿐이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심각해지면 재택근무를 강화하고 언택트 트렌드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창궐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재택근무를 강화할 게 아니라 사업을 접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활동하기 어려울만큼 무서운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된다면 언택트 산업 뿐아니라 그 어떤 첨단산업도 몰락하기 마련이다. 온라인 쇼핑과 게임 비즈니스가 요즘 코로나 수혜 덕분에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2~3년간 계속되면 먹고 살 방법이 없어지는 사람들이 속출할텐데 누가 무슨 돈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고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겠나.

탈세계화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인도산 부품을 사다가 멕시코에서 조립하는 세계화 방식은 제조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어서 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성비 뛰어난 1만 달러짜리 승용차가 만들어져서 미국에 판매된다. 언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창궐할지 모르니 모든 부품을 한국에서 만들고 한국에서 조달해서 승용차를 만들려고 하면 똑같은 승용차의 판매가는 2만 달러가 된다. 전세계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동시에 탈세계화를 하기로 결의한다면 모르지만 일부 회사만 탈세계화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탈세계화를 결정하는 순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가격이 될텐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불안해할 것이고 그 불안을 타고 많은 전망과 함께 엉뚱한 예언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공중에 떠다니지 않고 땅을 딛고 사는 건 땅이 좋아서 우리가 스스로 땅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력 때문이다. 땅이 메마르고 농사가 어려워진다고 사람들은 이제 구름 위에서 살게될 것이라는 생각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땅이 메마르고 농사가 어려워진다고 중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글 이진우 MBC '손에잡히는경제' 진행자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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