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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심정으로 짱돌 거머 쥔 한국 OTT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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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심정으로 짱돌 거머 쥔 한국 OTT 기업
국내 OTT는 글로벌 플랫폼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OTT(Over-the-top) 서비스를 이용해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업체들이 OTT 시장에 뛰어들었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스트리밍 플랫폼들에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최근, 거대 방송 관련 업체인 CJ ENM과 JTBC가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글로벌 OTT사에 맞서고자 합작 법인을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도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손잡고 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OTT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경쟁력이 세계적 기업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은 억 단위에 이르는 유료가입자 수를 내세워 대규모 콘텐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국내 OTT업체로서는 경쟁 우위에서 밀리는 역차별 요인이 되고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 적은 수의 구독자,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으로 귀결

국내에서는 월 39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최대 OTT 플랫폼으로 군림하고 있다. 3월 달에 발표된 IGA Works의 보고서에 따르면, 웨이브가 240만 명, 티빙이 130만 명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넷플릭스 독주는 무섭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올해 1분기 넷플릭스 신규고객은 1588만명 증가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구독자 수가 1억8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까지 가입자 5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는 웨이브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넷플릭스에 있어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OTT 서비스 구독자 수를 늘리는 방법 중 하나는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자체 제작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이다.

지난해 웨이브는 지상파 KBS와 손잡고 ‘녹두전’이라는 제목의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 드라마는 플랫폼 상 전체 재생 시간의 5%를 차지하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성과에 고무된 듯, 웨이브는 올해 500억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웨이브는 세계 시청자들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웨이브는 NBC 유니버설 미디어와 향후 3년 동안 국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 CJ ENM과 JTBC의 발표에 따르면, 이 두 회사가 새롭게 출시할 OTT 서비스는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세계 OTT 서비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업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1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일 것이라 BMO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들이 1월 추산했다.

게다가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해서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영화나 드라마에 둔감한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 중에는 ‘킹덤’이나 ‘옥자’와 같은 현지 스태프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도 존재한다.


◇ 국내 OTT에게만 부여 중인 망 사용료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광대역통신망 이용료를 내는 것도 국내 OTT 서비스 제공업체들 뿐이다. 국외 업체는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판단 아래 넷플릭스는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절차인 재정 진행 중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법원에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소송을 제기 중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2017년 데이터 트래픽에 거의 15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웹 포털인 네이버도 2016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약 700억 원의 돈을 지불했다.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국내 플랫폼만이 아닌 국외 플랫폼 또한 데이터 트래픽 비용을 분담하라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스트리밍하는 유행이 자리잡으면서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기정통부 보고서를 인용해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상위 10개 사업자가 창출하는 전체 LTE 네트워크 트래픽의 67%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주춤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불이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인터넷 망은 독점될 수 없는 공공재라고 주장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해줄 것을 요청했다. 방통위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넷플릭스는 SK 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 납부 의무가 없다며 소송으로 맞섰다. 아직 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 '집콕' 현상으로 불어나는 OTT 이용자, 결국 승리 요인은 규모의 경제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냈던 한국뉴욕주립대 민원기 총장은 한국의 OTT 서비스가 규모의 경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민 총장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룬 플랫폼이 있는 경우,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다른 플랫폼이 그 플랫폼을 따라잡기가 어려워진다고 역설했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서비스나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질수록 그의 효용이 커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민 총장은 “우리나라 OTT 플랫폼도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 많다. 하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없다”고 말했다.

점점 더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넷플릭스의 경우, 더 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힘을 함쳐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 민 총장은 “한국이 상대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업계는 국내 콘텐츠 경쟁 부문에서 앞서는 국내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봤다.

김용배 웨이브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은 한 국내 언론사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자본력을 우리가 따라갈 순 없지만 국내 콘텐츠는 우리가 더 많이 갖고 있기에 1위 탈환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의 전략이 있겠지만 누구 하나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우린 일종의 '콘텐츠 홀더'(contents holder) 연대를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의 체력을 잘 키워서 해외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영어 원문>
Will Korean OTTs Succeed in Competitive Streaming Market?
와이어드 코리아=엄다솔 기자 insight@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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