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일자리 앗아간 코로나19는 더 큰 위험을 암시한다
상태바
일자리 앗아간 코로나19는 더 큰 위험을 암시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10억 명의 사람들에게 재정적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By ALEX LEE, WIRED UK

설렘과 약간의 불안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이런 감정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전에 일을 그만뒀다면 새로운 직업은 재정적 재앙으로 끝날 수 있다. 

크리스 오그든은 3월 중순에 잡지 편집자 자리를 제안받았다.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IT 스타트업에 재빨리 이 사실을 알렸고 새로운 채용 공고도 냈다. 이틀 뒤 그는 새 일을 시작하기 위해 협상에 돌입했다. 같은 날 오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국가 차원의 봉쇄령을 내렸다. 

3월 29일 오그든은 새 회사가 채용을 취소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오그든은 "모든 것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장 수입이 끊겼고 모아둔 돈도 곧 바닥날 것"이라며 "다음 주는 아닐지 몰라도 확실히 한두 달 안에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상황은 특수한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시작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불확실성과 잠재적 재정 파탄에 직면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에 영향을 입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진단했다. 

런던 중심부 미슐랭 등급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코너 월시는 존슨 총리가 봉쇄령을 발표했던 그 주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월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일자리든 무엇이든 다시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며 "정말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다. 영국 취업 사이트인 애드주나에 따르면 술집과 식당이 무기한 폐쇄됨에 따라 40%에 달하는 약 2만 5000개의 채용 공고가 사라졌다. 채용 공고는 지난 6주 동안 22% 감소했으며 그 중 제조업은 12.5%, 대학원은 13% 감소했다. 
 
[사진=UNSPLASH]
다른 취업사이트인 잡스보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1월 말 이후 호텔 관광 분야는 일자리가 58% 감소했다. 요식업과 서비스직은 54% 줄었다. 항공, 고객 서비스, 미용과 웰빙, 스포츠 분야 일자리도 하락세를 보였다.

영국에서는 보통 연초에 일자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2020년 초에도 그랬다. 올해 1월 영국 내 일자리 게시물은 2년 전보다 훨씬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라는 정부의 조언 이후 게시물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3월 27일 기준 채용공고는 작년 동기보다 33% 감소했다.

크리스토퍼 라우 케임브리지대 노동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라우 교수는 "금융위기 당시 대부분의 나라에서 10%대 이상의 GDP 감소가 일어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선진국에서 이번 분기만 해도 유례없는 하락을 볼 수 있다"며 "(대불황보다)심각한 수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이 2020년 예산안을 전달하며 영국 내 일자리 기적을 예고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그 기적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최근에 나온 공식 통계에 따르면 3월 16일부터 31일까지 95만 명이 영국의 소득지원 혜택인 '유니버설 크레딧'을 신청했다. 보통 2주 동안 10만 명 정도가 신청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다.

취업준비생의 수당 신청은 2008년 2월 4만 6000여 건에서 이듬해 8만 2000여 건으로 늘었다. 라우 교수는 "대불황이 느리고 길게 진행됐다면 지금은 거대하고 가파르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영국 취업 시장에 미친 영향은 통계청 고용수치가 발표되는 6월이 되어서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영국 실업률에 관한 가장 최근의 수치는 3월 21일에 발표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의 기간이다. 

영국 실업률은 2009년 7.6%였고 2011년에는 8.1%에 달했다. 일부 경제학자는 최근 실업률은 이미 두 수치를 뛰어넘었을 거라고 예측한다. 

노무라 투자은행은 4~6월 사이 실업률이 8% 정도가 될 것이며 3달 뒤에는 8.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 투자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인 조지 버클리는 8.5%의 실업률은 오히려 낮은 편에 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리사 월시는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 대신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인 '고용 유지 계획'에 투입되는 편을 택했다.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면서 휴직이나 휴가를 보낼 경우 정부가 월급의 80%를 부담한다. 

슬레이터 앤 고든의 변호사인 다니엘 파슨스에 따르면, 고용 유지 계획은 직원이 고용주를 위해 일하는 것을 금지한다. 직원이 자원봉사를 가거나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건 허용된다. 다만 고용 유지 계획을 신청하는 건 전적으로 회사에 달려있다. 파슨스 변호사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고용주가 직원에게 일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프로젝트 자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계획은 영국 국세청(HMRC)의 감사도 받기 때문에 고용주는 직원이 사업장에서 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그든은 2월 28일 이후 일을 시작했으므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오그든은 "틈새에 떨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직업을 시작한 게 마치 유죄를 받은 기분"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법무법인 타이거 로의 고용 컨설턴트 세바스찬 매터턴은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는 있으나, 법에 따라 해고하는 것도 간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3월에 일을 시작했거나 2월에 첫 급여를 받은 것이 아니라면, 불행하게도 이 직원들은 사회 안전망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2년 미만으로 근무한 직원은 해고수당을 신청할 수 없으며 신청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매터턴은 지난 2월 일을 그만둔 사람의 전 고용주가 3월 이들을 다시 고용해 휴가를 주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고용주가 그렇게 할지 말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시직 노동자와 시간제 노동자는 고용 유지 계획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경제학자 버클리는 "사업자 입장에서 긱 이코노미가 만들어낸 시간제 노동자들은 먼저 해고하고 필요한 시점에 다시 고용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라우 교수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로 영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연령대가 30대 미만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40~65세 직원의 6%가 코로나19로 실직했으며, 30세 미만의 10%가 현재 실업 상태였다. 또한 라우 교수는 연봉이 2만 파운드(약 3000만 원) 이하의 노동자 중 30%만 본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연봉이 4만 파운드(약 6100만 원) 이상의 노동자는 55%만 본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고임금자는 5%만이 해고된 데 비해 저소득 노동자는 12%가 코로나19로 해고됐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24세 프리랜서 맥스 말로우는 가장 최근에는 곧 개봉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시각 효과 부서에서 일했다. 말로우는 주급을 받고 필요한 만큼 일을 했으며 영화가 끝나면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 이후에는 다음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말로우는 "많은 제작진이 영화 작업이 마무리될 때 쯤 다음 작품을 찾는데 코로나19로 일감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말로우는 일하던 영화사에 다시 고용돼 휴가를 얻었다. 

어떤 분야는 코로나19 위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 모든 분야의 채용공고는 줄었지만 감소폭이 적은 분야도 있었다. 간호 관련 분야는 1월 말 이후 공고가 1%만 하락했다. 내과의사와 외과의사는 3% 하락했으며 의료기술자와 간병인은 5% 떨어졌다. 보안과 공공 안전과 운전 관련 일자리는 9% 감소했다. 창고 직원, 오더 피커, 지게차 기사 등 적재 및 재고 관련 일자리는 10% 감소했다.

애드주나는 또한 청소부, 교사, 과학자, 회계사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코는 3월 20일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만 명의 임시직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통 쪽에서는 현재 수천 개의 일자리가 나오고 있다. 모리스턴스는 2500명의 오더 피커와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있다. 알디는 상근인력 4000명과 매장 및 유통센터 비정규직 5000명을, 아스다와 콥은 각각 5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버클리는 유통 업계의 취업 붐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시는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부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을 잃는다. 말로우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게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전에는 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월시는 일단 리즈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갈 계획이다. 월시는 "런던에 머무르는 건 너무 비싸다"며 "아직도 집 값의 80%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서정윤 에디터)

<기사원문>
Coronavirus broke the jobs market. The data hints at a far bigger crisis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