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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역설, 깨끗해진 서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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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역설, 깨끗해진 서울 하늘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 줄어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는 인간 활동이 최소화된 지금 건강해 보인다. 또 거리두기는 지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적정 해법을 제시한 듯 보인다. 이것을 일종의 희망이라고 얘기한다면 진부하겠지만, 1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됐다는 소식은 꽤 긍정적으로 보인다. 

줄기차게 이어지는 새 코로나19 확진 사례로 불안한 가운데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공공 보건 당국은 그 대책으로 시민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다른 사람들과 2미터 거리를 두라 권고를 하고 있다.

 
[사진=한희재/와이어드코리아]
[사진=한희재/와이어드코리아]
 
한때 사람들로 붐비던 서울 내 쇼핑 거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뜸해진 것을 보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 권고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여파로 서울 명동이나 강남에 위치한 상점과 식당들은 1월에 비해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한다.

회사원들은 집에서 일하고,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을 기다리며, 항공사는 비행기 운항을 중단하고 대중교통 회사들은 더 적은 수의 버스기차를 운영 중이다.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전국의 생산설비도 가동을 멈췄다.

경제 활동의 둔화는 대기 중 온실 가스와 오염 물질 배출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과학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공기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대기질 개선 부문에서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지난 1일 환경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1년 전에 비해 27%나 감소했다.

한 연세대학교 환경 정치학 연구원은 “공기 오염은 보통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차량이 이동 중일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보통 3월, 4월은 미세먼지의 농도가 가장 높은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제한 조치 덕에 미세먼지 농도에 대해 불평하는 이가 많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중국에서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을 줄이면서 하늘이 한층 더 푸르게 변했을 수도 있다.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은 국내 미세먼지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공장의 상당수가 연초에 가동을 중단했고, 중국 6대 화력발전소의 석탄 사용량도 2019년 4분기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감소한 것은 미세먼지 농도만이 아니다. 거리에서 달리는 차, 날아다니는 비행기, 출항하는 배의 숫자 또한 줄어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는 국내 화석 연료 사용량의 감소로 이어져 아마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코로나19가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은 나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1월, 2월에 걸쳐 25%나 떨어졌다. 글로벌 화학 정보지 ICIS(Independent Commodity Intelligence Service)의 마르코 페르디난드(Marcus Ferdinand)는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거의 4억 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3%에서 1.2%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진=한희재/와이어드코리아]
[사진=한희재/와이어드코리아]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으로도 유행병이나 외한보유액 부족 등에 따른 경제 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은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 위기 때 이산화탄소 배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 이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도 소폭 줄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연세대 연구원은 "사람들이 근본적인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코로나19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전염병 소식이 잦아들고 사람들이 평소 생활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전 수준으로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산화탄소는 자동차를 몰거나 기차를 타는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배출된다”며 “작년에 비해서 감소했을 순 있겠지만, 우리의 생활방식이 아예 바뀌지 않는 이상 배출량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야 쉽지, 생활방식을 뜯어고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삼아 기후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노력 중 하나는 기업들에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라고 정책적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은 말한다. 환경공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제조 업체 및 에너지 관련 기업이 국내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지언 코디네이터는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국내 기업은 많지 않다”며 “어떤 회사는 화석 연료가 아닌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에너지 자원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업계에서 사용되는 화석 연료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자연보전기금의 박민혜 기업파트너십 프로그램 팀장도 국내 기업들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 속한다”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감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영문 기사> 
Air Quality Improves as Korea Is Gripped by COVID-19
와이어드 코리아=엄다솔 기자 insight@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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