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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함께 격리된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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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함께 격리된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법
전문가에 따르면 격리는 어렵고 팀워크가 필요하며, 허공을 바라보는 일도 허다 할 것이다.
By Emma Grey Ellis, WIRED US

자기야, 나 왔어! 

만약 당신이 파트너나 룸메이트와 함께 산다면, 자가 격리는 단순히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문제가 아니다. 매일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함께 살고 있고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가 격리가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마 당신도 잘 알 것이다.

치약 때문이든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든 싸움이 시작되면 도망갈 곳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당신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게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격리된다면, 당신은 혼자이지만 결코 혼자이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남극 연구소, 잠수함 또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장시간 일 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파트너와의 관계와 온전한 정신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준비 작업을 시작하자. 

어떤 사람들에게는 집에 갇혀 있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가 격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가 격리 생활은 지루하고 당황스럽고 외롭고 화를 부르고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그로 인한 변화가 그들을 답답하게 만들 때 그렇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대학교(King 's College London)에서 격리의 심리적 영향을 연구해 온 사만사 브룩스 박사에 따르면, 격리된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미한 질병에도 소스라친다. 

브룩스 박사는 "만약 함께 있는 누군가가 기침을 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의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대해 당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격리된 사람들이 우울증, 불안감,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의 증상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이는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수개월동안 격리로 인해 겪는 이러한 증상들은 심지어 뇌파에 영향을 준다. 극한 환경에 대한 심리 사회적 적응을 연구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렌스 팔린카스 교수는 “격리상태에서 뇌와 개인의 행동은 겨울철 동물의 동면 상태와 유사점이 있다"며, "제한된 빛과 제한된 환경적 자극에 노출되면, 뇌는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속도를 늦춘다”고 설명한다. 팔린카스 교수는 이러한 뇌의 변화는 아주 혹독하고 어두운 겨울을 보내는 남극의 연구원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이 실제로 대화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을 '남극의 응시'(Antarctic Stare)’라고 부른다. 당신은 당신의 파트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파트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행히도, 서로 함께 노력해서 이러한 당황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첫 번째 단계는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지난 40년간 30개국에서 대인 관계 및 비즈니스 분쟁을 관리해 온 일레인 야보러 갈등 해결 컨설턴트는 “완벽한 조화가 목표가 아니다”며 “자기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이를 고려하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 고려한 사람들은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당신이 룸메이트나 가족과 갈등을 겪을 때 머릿 속에 떠오르는 신랄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기 보다는 당신이 실제로 원하고 느끼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화할 것을 권장했다.

오래 묵혀 놓았던 나쁜 감정 또는 사회 생활의 중단으로 인한 슬픈 마음 때문에 말다툼이 벌어졌다면 솔직하게 말하자. 야보로 컨설턴트는 "표면적인 말과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을 구분해야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서 화가 났다고 말하지만, 사실 화가 난 진짜 이유는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무시 당하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후자를 표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두 번째, 체계를 만들어라.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겸 화합갈등해소 연구원인 피터 콜만은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이를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고 해도, 자가 격리를 일반적인 토요일처럼 여길 수는 없다. 콜먼 연구원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서로의 상태를 얼마나 자주 체크할 것인지 상의하고 서로가 겪고 있는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 부족은 집단 격리에 처해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팔린카스 교수는 “체계적으로 시간을 분배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끊임 없이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활동을 위해 잠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면 남극 연구소에서 인기 있었던 ‘옛날 영화 보기’를 함께 하면서 정해진 시간 동안 서로 교류를 하고 그 이후에 서로로부터 떨어져 휴식시간을 갖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격리 생활에서 문화 활동은 사치가 아니다. 이는 필수적인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파트너와 갈등을 겪고 있다면 상황을 바꿔야 한다. 야보로 컨설턴트는 “가끔은 방해 요소가 필요할 때가 있다”면서 “그럴 땐 방을 나가서 머리를 염색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또한 파트너와 함께 윗몸 일으키키와 같은 운동을 하거나 그림 그리기, 보드게임, 독서 등 창의적,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적당히 해야된 다는 것. 팔린카스 교수는 사람들은 “자가 격리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며 “새로운 도전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높은 기대와 목표로 인해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해야된다”고 말했다. 격리는 그 자체로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격리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 작업이 정신과 치료 요법(테라피)과 유사하게 들리지 않는가?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치료와 마찬가지로 노력이 필요하다. 

콜먼은 "일반적으로 부부관계에서 감정이 정말 중요하다”며 “파트너와 갈등을 겪는다면 신랄한 비난의 말을 한 번 할 때마다 신뢰와 이해, 그리고 연민의 표현을 5번 정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정적인 교류는 긍적적인 관계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되고 우리의 경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부연했다. 콜먼은 이 격리 기간 동안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작은 일에도 감정이 쉽게 격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을 수 있도록 서로 노력 할 것을 제안했다. 비록 상대방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 하고, 거슬리는 것들은 그냥 눈감아 줘야 할 지라도 말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여서) 도저히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야보로 컨설턴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든 것이 분명해 질 때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 집안에 상을 당해 상실감, 슬픔, 스트레스와 같은 감정에 휩쌓여있다면 최소한 1년 동안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말 것을 조언했다. 

식기세척기에 대한 열띤 논쟁 끝에 파트너를 차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야보로 컨설턴트는 이 순간을 당신이 이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또 당신의 파트너가 그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진정으로 평가하는 순간으로 볼 것을 추천한다. 함께 격리된 다는 것은 서로가 궁극적으로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서로의 심리적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근거로 잠수함 팀을 소집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전부가 되려고 하지 말 것.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답답한 격리생활이 수주동안 계속되는 가운데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외부 세계와의 가상 연결이 필수적이다.

야보로 컨설턴트는 "사람들은 (사회와) 연결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소셜 미디어는 정말 놀라운 것”이라며 “마치 죄수들이 '나 왔어, 괜찮니?'라고 유리 창을 툭툭 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는 격리로 인해 갇혀있는 사람들의 (최첨단의) 정교한 두드림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감방 동료로 따지면, 당신의 파트너와 함께 갇힌 건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비록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이지은 에디터)

<기사원문>
How to Not Completely Hate the People You’re Quarantined With
와이어드 코리아=이지은 기자 device@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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