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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는 세상을 바꾼다, 작동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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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는 세상을 바꾼다, 작동만 한다면
IBM과 구글은 정말 쓸모 있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고자 경쟁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일반 컴퓨터와 다른 점과 이게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를 소개한다.
By AMIT KATWALA, WIRED UK

양자 컴퓨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의학을 변화시키고 암호를 해독하며 통신과 인공지능의 혁명을 야기할 수 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회사들은 믿고 쓸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중국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구글은 최초로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슈퍼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은 것을 의미하는 '양자 우위성'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인 컴퓨터 칩은 비트(bit)를 사용한다. 이는 스위치처럼 끄거나(0) 켤(1) 수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사진은 0이나 1의 조합으로 이뤄진 수백만 개의 비트로 구성된다.

대부분 비트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이것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반영하진 못 한다. 자연은 켜고 끄는 두 가지 상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최고의 슈퍼 컴퓨터도 불확실성을 다루는 데 그리 능숙하지 않다.

물리학자들은 소립자 같은 미세한 세계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학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과학 분야를 만들었다. 이를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양자역학은 물리학의 기초다. 물리학은 화학의 기반이고, 화학은 생물학의 근간이다. 과학자들이 그중 하나라도 정확히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잘 다루는 더 나은 계산 방법이 필요했다. 이때 양자 컴퓨터가 등장했다.

◆ 양자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은?

양자 컴퓨터는 비트 대신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단순히 켜지거나 꺼진 상태뿐 아니라 켜짐과 동시에 꺼져있는 이른바 '중첩(Superposition)' 상태에 있거나 켜짐과 꺼짐 둘 사이의 스펙트럼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동전을 회전시키면 앞면이나 뒷면으로 뒤집힐 수 있다. 동전을 멈춰 세워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그 둘 중 어느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중첩 상태는 돌아가는 동전과 같고 이것이 양자 컴퓨터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큐비트는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평범한 컴퓨터에게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아보라 명령하면 모든 경우의 수를 차례차례로 시도하고 올바른 대안을 찾을 때까지 하나씩 제거할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미로의 모든 경로에 대한 작업을 한 번에 실행한다. 실행할 때부터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이는 게임북을 읽으면서 페이지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두고 있는 것과 같다. 만약 진행 도중 내 캐릭터가 죽으면 책의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즉시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

큐비트의 또 다른 기능은 '얽힘(Entanglement)'이다. 보통 동전 두 개를 던지면 한 동전이 어느 면으로 뒤집히는가는 다른 동전과 전혀 관계가 없다. 두 동전은 서로 독립적이다. 하지만 얽힘에서는 두 개의 입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서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더라도 하나가 앞면이 나오면 다른 것도 앞면을 보인다.

마치 마법처럼 보이는 이 현상을 물리학자들도 어떻게 또는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아직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양자 컴퓨팅의 영역에서는 이것이 불확실성과 함께 정보를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회전하는 동전과 함께 복잡한 계산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큐비트 여러 개를 한데 묶을 수 있다면 기존 최고의 슈퍼컴퓨터로 해결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양자 컴퓨터는 뭘 할 수 있지?

양자 컴퓨터는 단순히 일을 더 빨리 하거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넘어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최고의 슈퍼 컴퓨터조차도 할 수 없는 그런 일 말이다.

양자 컴퓨터는 인공지능 개발을 빠르게 가속화할 잠재력이 있다. 구글은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기 위해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화학반응을 모델링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현재 슈퍼 컴퓨터는 가장 기본적인 분자들만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연구진이 시뮬레이션하려는 분자와 동일한 양자적 특성을 이용해 작동한다. 아무리 복잡한 화학반응이라도 문제없이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것이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용 신소재부터 더 좋고 저렴한 약품, 크게 개선된 태양열 패널에 이르기까지 보다 효율적인 제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양자 시뮬레이션이 알츠하이머의 치료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양자 컴퓨터는 크고 불확실하며 복잡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사용될 수 있다. 금융 시장을 예측하는 것에서부터 일기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 개별 전자의 행동을 모델링하는 것, 양자 컴퓨팅을 이용해 양자 물리학을 이해하는 것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암호 해독은 또 다른 핵심 응용 분야가 될 것이다. 현재 많은 암호화 시스템이 큰 숫자를 소수로 분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다. 소수 분해는 고전적인 컴퓨터로 하면 느리고 비싸며 실용적이지 않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빨라진 소수 분해는 우리의 데이터를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른다.

전 세계 정보기관들이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암호 해독을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비축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에 대항할 유일한 방법은 양자 암호화다. 이는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고서는 무엇이든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 원칙에 기반으로 한다. 양자 암호화 키는 복사도 안 되고 해킹도 되지 않는다. 완전 해독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 언제 양자 컴퓨터를 가질 수 있을까?

아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양자 칩'이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를 적용한 '아이폰 Q'는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양자 컴퓨터 자체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이론화됐지만 실체화되는데 오래 걸린 이유는 '간섭현상(Interference)'에 엄청나게 민감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중첩된 큐비트의 민감한 상태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자 컴퓨터는 모든 전기적 간섭으로부터 격리하고 절대 온도 0k(-273℃)에 가깝도록 냉각해야 한다. 이는 우주(-270℃)보다도 더 춥다.

양자 컴퓨터는 대부분 학계와 기업체가 원격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미 IBM의 양자 컴퓨터를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로 카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준이 되기 까진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현재 최고의 양자 컴퓨터는 약 50 큐비트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큐비트를 더할 때마다 처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양자 컴퓨터의 특성상 이 정도만 해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컴퓨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큐비트가 많으면 간섭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확률도 매우 높다.

강력하지만 믿고 쓰기에는 이르다. 양자 우위성에 대한 것도 고찰이 필요하다. 구글이 양자 우위성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경쟁사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IBM은 구글이 아직 현대 슈퍼 컴퓨터의 완전한 역량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이룩한 대부분의 업적은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하거나 혹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문제를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양자 우위에 도달했다고 해도 양자 컴퓨터가 실제로 유용한 일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원들은 양자 컴퓨터가 사용할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장비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양자 컴퓨팅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미래가 불확실하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엄다솔 에디터)

<기사 원문>
Quantum computers will change the world (if they work)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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