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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똥쟁이’ 저주로 운영 못하는 성중립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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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똥쟁이’ 저주로 운영 못하는 성중립 화장실
표지판을 바꾸거나 소변기를 치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회사들이 화장실 제공 방법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By Natasha Bernal, WIRED UK

사무실 직원들이 속삭이면서 욕하는 대상이 사무실마다 하나씩은 존재한다. 그 사람은 화장실 매너가 너무 더러워서 ‘유령 똥쟁이’나 ‘축축한 강도’ 같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성중립 화장실의 도입으로 이 역겨운 사람들이 나쁜 습관을 전반적으로 드러낼지도 모른다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그렇게되면 화장실 사용에 있어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본격적으로 성중립 화장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영국 내 거대 테크 기업들은 위워크, 비비씨, 채널 4, 런던로이즈, 바클레이스, RBS, 와가마마, HSBC와 영국 육군 등 성중립 화장실을 제공하는 고용주 명단에 동참했다.

 
[사진=Getty Images / WIRED]
[사진=Getty Images / WIRED]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이들을 따라 화장실을 성중립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트렌스젠더 커뮤니티를 포용하고 이들의 요구에 응할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 부담도 크다. 엄청난 반작용으로, 일부 리모델링 화장실은 이러한 노력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걸 이미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8년, 영국 내무부 여성 직원들은 3만 6천 파운드(한화 5000만 원)의 공사 비용이 들어간 신설 성중립 화장실을 처음에는 사용하기 싫어했다. 문을 열어 둔 채로 볼일을 보는 남성 직원들과 자주 마주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을 막고자 정부 청사의 성중립 화장실 밖에는 다음과 같이 적힌 공문이 붙었다. “여성은 이 화장실을 사용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그 결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런던에 있는 올드 빅 극장은 작년께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개수를 늘리겠다며  남녀 화장실을 모두 성중립 화장실로 바꿔 비난을 받았다. 이 안에는 ‘변기만 있는 화장실’이라는 라벨이 붙은 블록도 있었고, 소변기만 있는 코너도 있었다. 여성은 두 블록 모두 사용할 수 있을거라 예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화장실 디자인이다. 화장실이 어떻게 성중립적이 될 수 있는지 혹은 단일 성별 화장실에서 발생 했었던 문제가 성중립 화장실에까지 미치는 걸 막을지에 대한 규칙이 없었다. 사업체는 화장실 이용자를 남성이나 여성으로 한정지어 지정하면 차별적인 행위라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로 바꾸면 안전성이나 종교적 차별 행위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건축가이자 시설 이용 전문가 제인 심슨은 심지어 세면대가 옆에 있는 독립적인 칸막이 화장실조차 이성과 화장실을 공유할 수 없는 종교인에게는 규율에 어긋나는 일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난장판 속에 갇힌 기업들은 온갖 디자인 실수를 저질렀다. 단순히 문 위의 간판을 바꾸는 것부터 성중립 화장실에서 소변기를 없애지 않거나 장애인 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로 지정하는 것까지.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여성은 소변기 근처를 걸어 다녀야 하고, 끔찍한 화장실 예절도 참아야 하고, 대기줄에 서서 오랫동안 가다려야 한다. 이미 공공장소에서 다 일어났던 시나리오이며, 직장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새로운 사무실 건물은 영국 사무소 협의회(British Council for Offices)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데, 여기에는 성중립 화장실을 꼭 도입하라는 말은 없다. 대신 남녀를 위해 별실을 마련할 것과 각 성별에 지정된 시설 비율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현재의 단일 성 화장실이 어떻게 생겨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은 거의 없다. 영국 화장실 칸막이 화장실 구조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문(혹은 완전히 밀폐된 공간)부터 위와 아래에 큰 갭이 트인 공간이 있는 문까지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바닥에서 30cm 떨어진 높이부터 문이 설계되기도 한다. 기존의 화장실 중에 휠체어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게 설계된 화장실은 거의 없다. 그리고 이미 각 성별에게 할당된 화장실 개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건축 서비스 엔지니어 협회의 기술 책임자인 하이웰 데이비스(Hywel Davies)는 “다양성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남녀가 필요로 하는 변기 수에 대한 기존의 가정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2019년 왕립 공중보건 협회(Royal Society for Public Health) 보고서는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여성을 위한 공중 화장실을 공정하게 제공해야 하며, 남성 화장실 1개당 2개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뤽 보벤스(Luc Bovens) 교수는 성중립 화장실은 여성 화장실의 긴 대기줄에 서서 기다려야 하는 문제에 대한 예상치 못했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동료 학자인 알렉산드루 마르코시(Alexandry Marcoci)와 함께 한 연구에 따르면, 30명 직원(남성 15명, 여성 15명)을 둔 회사의 경우 화장실 대기 시간은 여성의 경우 남성 보다 2.5배 정도 더 길다고 지적했다.

직원이 300명(남성 150명, 여성 150명)인 경우 대기 시간이 9배 가량 더 길어진다. 남성과 여성이 화장실 공간을 같이 공유하면 여성의 대기 시간이 현격히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화장실이 성중립일 때 1인(남성 혹은 여성) 당 평균 대기 시간은 1분으로 줄어드는데 이는 남성 대기 시간은 20초 늘어나고, 여성 대기 시간은 1분 20초 줄어든 수치이다.

보벤스 교수는 “남성이 지불하는 대가는 작지만 여성은 얻는 이익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점을 고려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그는 주장하며 “제안 받은 디자인을 보면 (기업들은) 화장실 전체를 개조하면서도 근본적인 틀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성별 지정 화장실을 그대로 두면서 성중립 화장실을 추가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 두 디자인 모두 여성의 안전 문제를 다루지 않았으며, 또 공공 장소에서 화장실 이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사생활, 접근성, 평등 문제를 동시에 다룰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털드!(Stalled!)’라는 그룹의 학자들은 성별 지정 화장실에도 들어갈 수 있는 정도 크기의 공간에 슈퍼 화장실이나 장애인을 위한 널찍한 칸막이 화장실을 줄지어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예일대학교 건축학 학자인 조엘 샌더스(Joel Sanders)는 “우리는 스스로를 2개성 폐지론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문제가 많은 남성과 여성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기존의 성 분리 화장실의 구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심지어 복도를 없애고, 복도의 후미진 공간에 화장실을 만드는 대신에 공간을 더 활용할 수 있도록 복도 사이사이에 화장실을 만드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영되려면 기업들은 화장실을 숨기기 보다는 잘 보이는 복도나 열린 공간에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런 디자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한다. 종교적 금지 사항이나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론에서 제외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보호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시설 이용 디자인 전문 ‘모션 스팟(Motion Spot)’의 최고 경영자인 에드워드 워너(Edward Warner)는 슈퍼 화장실을 장애인이 쓸 수 있을 만큼 크게 만들고 비장애인으로부터 스스로 격리 하는 걸 피할 수 있도록 만든 화장실은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너는 “기업은 직원들에게 언제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지 교육해주어야 한다”며 “디자인을 향상시키면 사람들이 이런 점에 대해 더 신경을 쓸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만 특별 화장실을 써야 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와 같은 회사는 자폐증과 같은 신경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서도 그들에게 맞는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화장실을 그만 독차지하라는 소리를 더 이상 안들어도 되고, 장애인들이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형편 없는 화장실을 어떻게든 사용해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수요일, 영국 상원 내에서 이루어진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토론에서 상원 의원 타니 그레이 톰슨(Tanni Grey Thompson, 전 패럴림픽 선수)은 “많은 장애인 화장실이 자물쇠로 잠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마약을 하거나 성관계를 하고 싶을 때 가는 곳이기도 하다”며 “내가 접근할 수 있는 화장실을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다면 나에게 남은 다른 유일한 대안은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때는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운동가들의 관심을 끈 것은 상원의 랄프 팔머(Ralph Palmer)경이 성별 지정 화장실이 여성에게 더 안전하며, 교육부의 웨스트민스터 사무실에 있는 성중립 화장실은 “몹시 불쾌하다”고 말한 뒤의 반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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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는 화장실이 후미진 곳에 있지 않아서 오용될 가능성이 적은 화장실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끔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트렌스젠더 문제만이 아닌 (물론 중요하지만) 다양한 필요를 가진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위한 거지만 모두가 각자 알아서 해결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K(WIRED.co.uk)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엄다솔 에디터)

<기사 원문>

The curse of the phantom pooer shows why gender neutral toilet designs aren’t working
와이어드 코리아=Wired Staff Reporter wiredkorea@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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