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코로나19로 위기 처한 대의민주주의, 투표율 지킬 묘수는?
상태바
코로나19로 위기 처한 대의민주주의, 투표율 지킬 묘수는?
이란 역대 최저 투표율, 전염병 감염 두려움으로 투표율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됐다. 지금처럼 환자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총선과 같은 범국가 행사는 기피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 번 상상해보자.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즈음해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제 아무리 마스크나 장갑으로 무장한 채 투표장으로 향한다고 해도, 교차 접촉에 감염 우려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과 개인의 건강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투표권을 행사하려고 할까, 아마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를 괜한 기우라고 폄훼할 수 없는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대의민주주의 꽃이라는 투표 참가율 저하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금요일 치뤄진 이란 총선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 영향으로 1979년 직선제를 도입한 혁명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인 42.6%를 기록했다. 앞선 총선에서 투표율은 약 60%를 웃돌았다.

한국 정치인들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고자 총선 선거 운동을 최소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즘 길거리는 총선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고는 보기 어려울 만큼 예년에 비해 조용하다. 명함을 나누어주는 이도 드물다.(실제 명함을 건네고 악수를 청하는 일은 민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부터 대면 접촉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웹사이트나 SNS(소셜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서 정책이나 이미지 홍보를 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 선언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 현장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또한 대외 일정을 최대한 줄이고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사진=엄다솔/와이어드 코리아]
[사진=엄다솔/와이어드 코리아]

 

감염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자 일각에서는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필요하면 총선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도 24일 국회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번 주 사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선 연기가 법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총선을 연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공직선거법 196조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 연기는 해방 이래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인 데다, 청와대 또한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연기와 관련해)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대안 '비대면 투표'

만약 총선 일정이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저조한 투표율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시민이 건강 상 위협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 나온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리 어렵게 생각할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투표 시 불가피하게 사람을 만나는 게 문제인 거라면, 안 만나면 되는 일 아닌가?

전세계가 감염병 진통을 앓는 상황에서  전 와이어드 US 에디터인 존 스토크스(Jon Stokes)는 우편 투표 혹은 부재자 투표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정부가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해두고, 등록한 유권자에게 나누어주었다가 나중에 우편을 통해 수거하는 방식이다. 이미 미국의 일부 주 정부는 대면 투표가 안 되는 경우에 우편 투표나 부재자 투표를 실행하고 있다.

기술도 많이 발전했으니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웹사이트로 진행하는 전자 투표가 우편 투표보다 나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스토크스는 차라리 전자 투표보다는 우편 투표가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전자 투표와는 달리 우편 투표는 이미 존재하는 부재자 투표 시스템을 발전시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자 투표는 제 3자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자 투표는 투표 내용이 온라인 상에서 데이터로만 존재하지만, 우편 투표는 투표용지가 있기 때문에 조작의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또, 전자 투표의 공인인증서나 지문 인증 등의 본인인증 절차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대면 투표의 대안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시작한대도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다. 스토크스는 “그래도 다가온 코로나19의 위협에 대비해 선거 시스템을 잘 정비해놓지 않으면, 선거 혼란과 엄청난 규모의 거버넌스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와이어드 코리아=엄다솔 기자 insight@wired.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