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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핸디캡 되지 않는 세상"…한 로봇 회사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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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핸디캡 되지 않는 세상"…한 로봇 회사의 바람
[인터뷰]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 만드는 엔젤로보틱스 정성훈 부회장

지난 2017년 3월, 엔젤로보틱스는 창업한 지 한 달 만에 LG전자로부터 3년간 30억 원의 투자금 지원을 약속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LG전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엔젤로보틱스가 처음이다.

엔젤로보틱스는 착용형 로봇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회사다. 로봇 분야의 권위자인 공경철 KAIST 교수가 인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자 설립했다.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재활로봇 올림픽 사이배슬론에서 3위를 차지했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이배슬론은 장애인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여섯 종류의 미션을 수행하는 세계적인 대회다. 20도가 넘는 경사를 오르고 1.1m 간격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등 일반인에게도 쉽지 않은 코스 6개를 10분 안에 통과해야 한다. 로봇 분야의 권위있는 팀들은 대부분 참가한다.

사이배슬론에서 3위를 차지한 건 엔젤로보틱스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사이배슬론에는 재활보조기 분야 세계 최대 기업 오토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는 로봇 연구소 IHMC로보틱스 등 굵직한 기업이 다수 참가했다. 그 가운데 상위 순위에 오르면서 엔젤로보틱스는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장애인 일상 돕는 로봇, 무엇이 다를까 

엔젤로보틱스가 선보인 로봇은 완전마비 환자를 보조하는 '워크온슈트'와 부분마비 환자를 위한 '엔젤슈트' 등 두 가지다. 워크온슈트는 개발이 완료됐으며 엔젤슈트는 현재 개발 중이다.

 

워크온슈트(왼쪽)와 엔젤슈트(오른쪽) [사진=엔젤로보틱스]

엔젤슈트는 슈트 발바닥에 족저압센서를 부착해 환자가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정성훈 엔젤로보틱스 부사장은 “신발 바닥에 부착된 족저압센서가 사람이 걸을 때의 지면반력을 측정해서 관절역할을 하는 모터에 힘을 전달하면 걷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엔젤슈트에 달린 여러 센서들이 다리의 위치, 착용자가 걷고자 하는 의도 및 힘의 크기를 측정하여 모터에 힘을 전달한다. 이후 모터의 움직임에 따라 다리도 같이 움직인다.

엔젤슈트는 힘을 제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제어할 수 있는 힘의 크기가 다르다. 센서는 그 힘을 파악하고 착용자가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반면 워크온슈트의 경우 위치제어가 특징이다. 정 부사장은 "완전하지마비 환자는 신경이 완전히 손상 되어서 걷고자 하는 의지를 다리에 전달할 수 없다"며 "이 경우에는 정해진 궤도에 따라 위치제어를 하는 방식으로 걷는 것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걷다가 넘어지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정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넘어지지 않는 게 핵심"이라며 "모든 로봇에 목발이 있어 마치 네 발 보행하는 것처럼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넘어지면 도움을 받아 일어나야 하며 로봇이 대신 일으켜주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워크온슈트와 엔젤슈트는 뇌파기록(EEG)을 이용하는 로봇과 다르다. 지난 2017년 MIT 컴퓨터과학 인공지능 실험실(CSAIL)과 보스턴대 연구팀은 EEG를 이용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EEG를 웨어러블 로봇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하지만 정 부사장은 EEG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사장은 "사람은 '걸어야지'라는 생각만 하며 걷지 않는다. 여러 생각을 하며 걷는 만큼 복잡한 생각 속에서 오직 걷게 하는 생각만을 측정해 제어신호로 쓰는 건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장애가 핸디캡 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엔젤로보틱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바로 "장애가 핸디캡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정 부사장은 "엔젤로보틱스의 비전은 로봇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로봇의 힘을 빌려 일상생활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회사 목표"라고 말했다. 

 

엔젤로보틱스 정성훈 부회장 [사진=한희재/와이어드 코리아]

올해 5월에는 KAIST와 손잡고 사이배슬론에 다시 도전한다. 현재 KAIST와 엔젤로보틱스는 사이배슬론 참가 선수들과 함께 비공개 훈련을 진행 중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16년에는 3위를 했으니 올해는 1위를 하고 싶다"며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장애인 일상생활을 돕는 보조용 로봇에 꾸준히 집중할 예정이다. 슈트의 무게를 줄이고 개당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로 책정된 금액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현재 엔젤로보틱스의 강점은 웨어러블 로봇임에도 무게가 9㎏ 정도로 가볍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가볍고 힘은 더 많이 낼 수 있는 로봇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애의 정도·상태에 따라 최적의 보조를 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도 집중한다. 엔젤로보틱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실 사용자의 후기를 듣고 개선하기 위해 여러 의료기관과 협업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부분마비 장애인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라클 테스트'에서는 환자들이 슈트를 직접 입고 체험한 뒤 피드백을 받았다. 참가자 중 10명에게는 병원에서 벗어나 집에서 테스트 하도록 환경을 제공해 다양한 상황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 부사장은 "우리가 예상했던 피드백도 있었지만, 슈트 착용 부위에 땀이 찬다는 등 예상하지 못한 반응도 있었다. 지금은 해당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될 지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한다. 엔젤로보틱스는 미라클 테스트 참가자 중 10명을 골라 집에서 테스트 하도록 환경을 제공했다. 병원보다 집에서 다양한 일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토대로 슈트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미라클 테스트에서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피드백을 들었다면, 이번에는 병원 밖에서 보다 생생한 후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슈트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와이어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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