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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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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의 청사진
美임상 실험서 부작용 일으키지 않아, '안전성 확인'

/ By Megan Molteni, WIRED US

미국 의료당국이 완치가 어려운 암을 안전하게 치료하고자 유전자편집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데만 3년 이상 시간이 소요했다. 앞서 당국은 ‘차세대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해 암 치료 가능성을 탐구고자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그 결과는 펜실베니아주립대,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에 담겼다. 내용을 보면 시술은 쉽고 안전하며, 유전자 가위로 변형한 세포가 의도했던 대로 갈 곳을 찾아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크리스퍼 시술로 유전자가 교정된 세포는 기대치보다 더 오래 생존했다. 암을 완전히 치유하지는 못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임상실험 대상자의 목숨을 앗아 가지도 않았다. 이번 임상실험은 미래 크리스퍼 기반 의약품이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임상시험 참가자 수는 3명으로 소규모로 진행됐다. 오로지 유전자변형기술의 안전성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암 환자들은 2019년 개인당 T세포 100만 개를 주입 받았으며 이 세포의 유전자는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실에서 편집됐다. 연구원들은 T세포에 암을 잘 인식할 수 있는 수용체를 달았고, 크리스퍼를 이용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도록 했다.

T세포에서 면역 거부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9개월 뒤 임상시험 환자의 혈관에서 T세포가 여전히 발견됐다. 연구원들이 지난 12월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던 예비 자료에는 유전자교정세포가 암 세포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없애는지에 관한 정보는 들어있지 않았다. 이 정보는 지난 6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동료 심사(peer-reviewed)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PHOTOGRAPH: Unsplash
PHOTOGRAPH: Unsplash

이번 연구를 이끈 에드워드 스타드마우어(Edward A. Stadtmauer) 팬실베니아주립대학 종양학자는 “우리보다 먼저 유전자교정세포를 환자에게 투입한 경우는 없다. 유전자변형기술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라며 “이제 우리는 T세포를 재설계하고 임상시험 참가자 수를 늘리는 새로운 개척지로 옮겨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유전자 편집과 약을 사용해 암을 이겨내도록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를 보강하는 게 목적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면역 치료의 선구자인 칼 준(Carl June)이 이 연구를 총괄 감독했다. 칼 준의 연구는 2012년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그의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유전자를 불치병에 걸린 에밀리 화이트헤드(Emily Whitehead)라는 아이의 T세포에 주입했다. 그 이후 T세포들은 암을 인식할 수 있게 됐으며 화이트헤드의 백혈병을 말끔히 치료했다. 14살인 화이트헤드는 2019년 6월 어린이들의 암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5km 달리기 모금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화이트헤드의 기적적인 회복은 요행이 아니었으나 그녀는 운이 좋았다. 그녀가 이식 받은 T세포는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염증과 함께 세포질 분열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새로 승인 받은 약으로 그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나 다른 환자들은 그녀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

재설계된 T세포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자연 수용체는 가끔 인공 수용체의 활동에 지장을 줘 인공 수용체의 효용성을 떨어트린다.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이 행하는 임상실험의 목표는 크리스퍼가 면역 체계에 위험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크리스퍼(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사용했던 원본)가 파생된 박테리아에 관해 사람이 면역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 다른 연구자인 조셉 프라이에타(Joseph Fraietta)는 펜실베니아주립대 세포치료센터에서 자신의 면역치료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프라이에타는 크리스퍼 기술을 설계했고 유전자교정을 지도했다. 임상시험 참여 환자 3명으로부터 T세포를 추출하고 난 뒤 프라이에타의 연구진은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교정술을 진행했다.

첫 번째로 교정을 한 환자의 유전자는 PDCD1이다. 이 유전자는 면역체계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종양은 면역세포 안에 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은 암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반응을 약화시킨다. 크리스퍼를 사용해 PDCD1을 비활성화하면 환자의 복제된 T세포들이 암세포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두 번째 유전자교정에서, 과학자들은 자연 T세포 수용체에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유전자들을 무력화하고자 크리스퍼를 활용했다. 즉, 세포 표면에 있는 유전자들을 제거해 백지장처럼 아무런 정보가 없도록 만들었다.

얼마 후 연구원들은 인공 수용체에 새로운 유전 정보를 제공하는 유전자를 세포에 투여했다. 각 세포는 일종의 암 추적 장치 기능을 한다. 과학자들은 세포를 주머니낭(Large bags) 안으로 옮겼다. 주머니낭에는 수 리터의 액상당, 소금 그리고 세포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물질이 들어있다. 몇 주간 세포가 수백만 개로 증식될 때까지 주머니낭들은 부화 장치 안에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세포는 환자들에게 주입하고자 냉동 보관돼 운반됐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큰 의문은 1억 개의 세포가 환자의 몸에 주입 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였다. 세포들이 환자들 몸에 잘 자리 잡을까?, 암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만약 상황이 더 안 좋으면, 크리스퍼 가위로 자르고 남은 암유발 단백질이 어떠한 가역 반응을 일으킬까? 하는 것들이었다.

연구원들이 선례로 삼을 수 있을 법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 2016년 중국 과학자들은 처음으로 크리스퍼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려 했다. 그 후 그들은 많은 임상실험을 시작했지만, 그에 대한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신과) 이해관계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펜실베니아주립대는 18살 제시 겔싱거(Jessie Gelsinger)가 1999년 유전자 요법 실험 중 비극적인 면역 반응으로 사망했던 곳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사고로 인해 유전자 요법도 수십 년 간 타격을 받았다. 이 같은 재난은 T세포 개념을 발전시키고자 관련 연구를 지원해 온 수십여 회사들의 노력과 그들이 지원한 연구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면역 치료의 선구자 칼 준은 T세포 기술에 관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T세포 지원 회사 티뮤니티(Tmunity)의 공동 설립자다. 그의 공동 운영자 중 상당수는 노바티스(Novatis), 길리아드(Gilead), 아스널 바이오사이언스(Arsenal Biosciences) 등을 개발 중인 T세포 관련 제약사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았다. 이 세포들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활동 그 이상의 의미이다. 수십억 달러가 걸려 있다.
 

면역 체계에 유전자교정세포를 많이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유전자교정세포로 암 치료까지 가능한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사진=UNSPLASH]
면역 체계에 유전자교정세포를 많이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유전자교정세포로 암 치료까지 가능한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사진=UNSPLASH]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환자의 건강 상태는 호전되거나 변동이 없었다. 그들은 가벼운 부작용과 면역 반응 없이 유전자 조작된 T세포를 받아들였다. 프라이에타 연구팀이 몇 달에 한번씩 환자들의 혈액을 채취했을 때,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변형한 T세포들을 계속 발견했다. 이것은 T세포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환자의 기존 세포만큼 인체에 적합해 보였기 때문에 좋은 징조다. 게다가, 연구원들이 환자들의 골수를 생체 검사했을 때, 그들은 거기서 변형된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적절한 장소로 이동했음을 발견했다.

이 세 명의 환자들은 치료 과정 중 질병이 어느 정도 호전됐다. 그 중 한 명은 종양 크기가 감소했다. 그러나 유전자가 변형된 T세포 주입 시술은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 환자 중 다발성 골수종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은 치료를 받은 지 7개월 만인 지난 12월 사망했다.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여성은 크기가 감소됐지만 사코마 종양을 앓고 있는 다른 남성은 암이 악화돼 현재 다른 치료를 받고 있다.

스타트마우어는 "효과가 100%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치료 효과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가 정말 어렵다"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의 계획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더 큰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추가적으로 치료한 환자는 없다. 스타드마우어 팬실베니아주립대학 종양학자는 그 이유에 대해 "유전자 편집 분야가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이라고 여겨질지 모르는 기술을 토대로 더 큰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봤을 때 2015년에 개발된 크리스퍼는 선사시대의 유물처럼 보인다. 임상시험이 승인된 이후 더 높은 정확성설계 측면에서의 유연성을 약속하는 새로운 유전자 편집 도구들이 개발됐다.

스타드마우어 교수는 "나는 이 연구가 T세포 활용 접근법에 대한 더 많은 연구로 이어지는 첫 번째 발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많은 암 실험들이 올해 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막 시험을 하려고 한다."며 "대대적인 도입까지 몇 년 안 남았다. 2020년에는 훨씬 많은 환자가 유전자교정된 세포를 투여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험 결과가 미칠 파급력은 펜실베니아 대학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 될 것이다. 현재 몇 가지 다른 미국 크리스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의사들은 2019년 크리스퍼를 활용해 겸상적혈구질환과 유전성 빈혈(베타 탈라세미아)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또 현재 유전적 시각장애를 치료하고자 임상실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UC 버클리대학과 UC샌프란시스코대학의 공동연구센터인 혁신 유전체학 연구소의 기술번역 부문 과학부서 책임자인 표도르 우르노프(Fyodor Urnov)는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식약청(FDA)에 크리스퍼를 활용해 교정된 세포와 관련된 신약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든 학술연구소나 생명공학 회사가 인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전자 편집 분야이기에 크리스퍼가 잘못 사용됐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DNA 가위는 완벽하지 않다. 프라이에타의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세 명의 환자에게 주입한 세포 중 약 1%가 돌연변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리고 많은 논문들이 잠재적 위험에 대한 가설을 내놨다.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가 주요 세포 기능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2017년 발표된 한 논문때문에 크리스퍼 기반의 의료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우르노프는 "주가는 두려움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 그는 "유전자에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세포를 이식할 수 있다. 이 세포가 실제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에타타 교수는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우리는 게놈의 불안정성을 도입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며 "이건 기다리고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나머지 두 환자를 향후 15년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장기적 위험을 평가할 것이다. 유전자 편집 분야가 명확한 답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 기술은 어제보다 더 많은 해결책을 오늘날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 위 기사는 와이어드US(WIRED.com)에 게재된 것을 와이어드코리아(WIRED.kr)가 번역한 것입니다.

 

<참고기사>

Crispr'd Cells Show Promise in First US Human Safety Trial

와이어드 코리아=문재호 기자 jmoon@wir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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